“예술과 삶이 만나는 마을에서 세계로 향하는 울림”
‘2025 제5회 헤이리국제음악제’, 8월 3일부터 9월 6일까지 개최
예술과 삶이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서, 오는 8월 3일부터 9월 6일까지 ‘2025 제5회 헤이리국제음악제’가 열린다. 자연과 건축, 문화와 사람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헤이리는 예술이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매해 여름 국내외 연주자들과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왔다. 지난 2021년 첫 발을 내딘 헤이리국제음악제는 꾸준한 성장을 통해, 단순한 공연 프로그램을 넘어 마을의 정체성과 문화적 철학이 응축된 예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음악제의 공연은 이랜드 갤러리, 블루메 미술관, 경기미래교육 파주캠퍼스, 한길 북하우스 등 헤이리 일대의 다양한 문화 공간에서 펼쳐진다. 각 공연장은 공간 고유의 분위기와 음향적 특성을 살려 음악과 장소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무대를 연출하며,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 챔버홀에서 폐막 공연이 열린다. 이렇게 지역성과 국제성, 일상성과 예술이 교차하는 무대 구성은 헤이리국제음악제만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헤이리국제음악제는 대한민국에서도 유례없는 ‘마을 중심 예술 축제’로, 그 운영 방식과 정신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다. 특히 축제를 떠받치는 핵심은 예술가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다. 헤이리예술마을의 주민들은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후원자이자, 축제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창작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 기반의 운영 모델은 공연예술계에서도 보기 드물며, 예술과 삶의 통합이라는 헤이리 고유의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하는 음악제는 음악감독 서진 지휘자의 정제된 기획력과 미학적 균형감을 바탕으로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성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구성은 음악의 시대적 스펙트럼은 물론, 공간의 성격과 청중의 감수성까지 고려한 섬세한 흐름으로 짜여졌다. 실험성과 대중성, 고전성과 동시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이번 음악제는, 헤이리라는 장소의 철학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특별한 시도가 될 것이다. 음악감독 서진은 “헤이리국제음악제는 단순한 음악 축제를 넘어, 예술과 일상이 맞닿은 공간 안에서 음악이 어떻게 공명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라며, “이번 무대들을 통해 연주자와 청중 모두가 깊이 있게 연결되는 경험을 함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축제의 문을 여는 8월 3일 개막 공연은 타악기의 다채로운 울림과 공간을 활용한 감각적인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무대에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한문경, 김은혜, 그리고 2019 제네바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타악 부문 1위와 6개 특별상을 모두 수상한 박혜지가 함께한다. 한문경과 김은혜는 모아티에 앙상블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현대 타악기의 표현 가능성을 확장해온 연주자들이다. 이들은 리듬, 음색, 동작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단순한 연주를 넘어선 몰입형 무대를 구현한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이 공연은 타악기의 감각적 폭과 음악적 서사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새로운 울림(Echoes Anew)'이라는 제목처럼 축제의 강렬한 시작을 알릴 것이다.
8월 4일 ‘라이프치히의 낭만(Romance of Leipzig)’에서는 멘델스존과 슈만 등 독일 낭만주의의 중심지 라이프치히에서 활동한 작곡가들의 실내악 작품이 연주된다. 이 무대의 중심에는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27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아시아인 부악장이자, 유럽 주요 악단에서 활약해온 바이올리니스트 조윤진이 선다. 정교한 구조 감각과 섬세한 표현력을 겸비한 그녀는, 낭만주의 음악의 서정성과 긴장감을 깊이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함께하는 피아니스트 최형록은 센다이 국제콩쿠르 우승자이자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주목받은 연주자로, 풍부한 감성과 해석력으로 슈만 특유의 내면적 언어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두 연주자는 낭만주의 실내악이 지닌 서정과 형식미의 조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한 시대의 정서를 오늘의 무대 위에 되살려낸다.
8월 8일 공연은 ‘현의 시학(Poetics of Strings)’이라는 제목 아래, 바이올린 독주와 현악 앙상블이 어우러진 정교한 무대가 펼쳐진다. 이자이의 독주 소나타(3번과 6번)를 비롯해 슈포어와 에른스트의 작품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낭만적 서정성과 극적인 긴장감, 그리고 기교적 표현의 정점을 넘나드는 음악적 여정을 그려낸다. 특히 에른스트의 <오텔로 환상곡>은 드라마틱한 서사를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로 풀어내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번 무대의 절정에 해당한다. 공연을 이끄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는 베를린과 잘츠부르크에서 수학하고, 서울시향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등 국내외 주요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해온 연주자다. 절제된 감성과 정밀한 해석, 균형 잡힌 리더십으로 잘 알려진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섬세한 흐름과 긴밀한 앙상블로 현악기의 시적 깊이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8월 9일 무대에서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Winterreise), D.911》 전곡이 바리톤과 현악 사중주 구성으로 연주된다. 국제 ARD 뮌헨 콩쿠르 입상 이후 슈만·볼프 국제가곡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독일 리트 해석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한 바리톤 정록기의 목소리와 함께하는 이번 무대는, 작품의 내면을 더욱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실연한 화자의 내적 여정을 따라가며, 각 현악기의 선율은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직조하고, 서정성과 긴장, 불안과 침묵을 다층적으로 표현한다. 이례적인 편곡을 통해 《겨울 나그네》의 구조적 통일성과 시적 정서를 새로운 음향으로 풀어낸 이번 공연은, 슈베르트의 대표작을 전혀 다른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 날인 9월 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 챔버홀에서 열리는 폐막 공연에서는 작곡가 조우성의 신작 《바흐의 메아리 – Echoes of Bach》가 세계 초연된다. 독일 함부르크와 하노버 국립 음대 출신의 조우성은 아시아, 북미, 유럽의 유수 현대음악 앙상블들과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는 소리의 잠재성을 활용한 새로운 음색 표현과 섬세하고 정제된 작곡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는 작곡가다. 이번 신작은 바흐의 대표작들과 작곡기법에 현대적 해석을 더한 헌정작으로, 악기의 새로운 음색 표현과 함께 공간적 울림을 활용한 혁신적인 음향을 시도하였다. 같은 무대에서는 바흐와 연관된 브리튼, 스트라빈스키의 작품도 함께 연주되어 전통과 실험, 고전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폭넓은 미학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이번 공연은 헤이리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서진의 지휘 아래, 헤이리챔버오케스트라의 정교하고 밀도 있는 앙상블로 펼쳐지며, 예술성과 기획의 완성도를 겸비한 대단원의 무대로 축제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번 헤이리국제음악제는 단순한 음악 축제를 넘어, 일상 속 감각을 새롭게 일깨우는 예술적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축제는 클래식 애호가는 물론, 음악이 주는 깊이와 울림을 통해 삶의 결을 다시 마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열린 무대이자 따뜻한 초대다. 축제의 다양한 무대는 헤이리라는 장소가 지닌 예술적 정체성과 맞물려 하나의 예술 공동체를 형성해간다. 헤이리국제음악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는 방식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시대 속에서, 음악이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근본적이고 진실한 매개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각기 다른 삶의 경계를 넘어 음악으로 연결되는 연대의 순간들 속에서, 이 축제는 지금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지속 가능한 예술적 교류의 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울림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우리의 일상에 섬세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예매 및 문의
헤이리국제음악제 사무국
전화: 010-4506-9578
이메일: heyrimusicfest@gmail.com
홈페이지: www.heyrim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