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드 (5) 아시아보디빌딩선수권에서 마주한 한국 보디빌딩의 오늘과 내일
글 | 최원석 (파주시보디빌딩협회 사무국장 / 경기도보디빌딩협회·대한보디빌딩협회 이사)
2025년 6월, 아랍에미리트 아지만에서 열린 아시아보디빌딩선수권대회. 공항에서부터 거리, 호텔, 셔틀버스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가 IFBB(국제보디빌딩피트니스연맹)의 열기로 가득했다. 각국 선수들은 도시의 주인공이자 문화 사절단처럼 환대받았고, 무대 위에서는 땀과 근육으로 빚어진 예술이 펼쳐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IFBB의 철학이었다. 선수는 단순한 '운동가'가 아닌, 몸을 통해 조형미를 표현하는 '예술가'로 존중받았다. 한 시리아 선수의 무대가 끝난 후, 운영위원이 백스테이지로 찾아와 “Your passion moves us”라고 전하던 장면은 진정한 스포츠 리더십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한국 대표팀은 단단한 태도와 철저한 준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외국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From Korea?”라는 질문 뒤에 “You are best team”, “Very disciplined” 등의 찬사를 덧붙였다. 무대 위의 집중력, 리허설의 정확성, 팀워크는 이미 국제적인 신뢰를 받고 있었다. 이제 'From Korea'는 보디빌딩계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보디빌딩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자문해야 한다. “우리는 어디쯤 와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국은 출전자 수, 팬층, 연출력 등에서 아시아 상위권이지만, 운영 시스템, 국제 기준에 대한 감도, 선수 케어 등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일본, 태국 등은 시스템 정비와 문화 확산에 있어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이번 대회는 전통 보디빌딩뿐 아니라 클래식 피지크, 머슬 피트니스, 웰니스 등 다양한 종목이 주목받았고, 여성 선수의 참여와 연령대별 체급도 섬세하게 운영되었다. 이제 보디빌딩은 단순한 경기 스포츠가 아니라 문화와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한국도 ‘선수 파견국’을 넘어 ‘보디빌딩 문화 수출국’으로 전환할 때다.
첫날 경기 후 셔틀버스 안에서 만난 대만 IFBB 사무총장 Dr. Mah는 한국 선수들의 체계적인 훈련과 식단에 큰 관심을 보였다. 우리의 저탄고단 식사, 수분 조절법, 루틴은 이미 타국 지도자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런 교류는 한국 시스템의 ‘수출’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하지만 대회의 운영은 모든 것이 ‘선수 중심’이었다. 세심한 식사 제공, 고급 숙소, 30분 간격 셔틀 운행—그 모든 배려는 선수들이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도시 전체가 ‘보디빌딩의 격’을 존중하고 있었다.
이런 경험 속에서 한 가지 상상이 떠올랐다. 만약 이런 대회를 파주에서 개최한다면 어떨까.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펼쳐지는 세계 보디빌딩 페스티벌. “From Paju”라는 말이 세계에 울려 퍼지는 그날. 보디빌딩은 단지 몸을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라, 문화와 철학, 세계인이 하나 되는 언어가 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보디빌딩은 몸으로 말하는 철학이자 예술이다. 국적도, 언어도, 종교도 달라도 우리는 무대 앞에서 하나가 된다. "From Korea"라는 인사 한마디에 마음이 통하고, 포징 하나에 서로를 존중하게 되는 이 종목은 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공통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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