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신문

평화 없이 홍수와 가뭄대책을 세울 수 없는 ‘남북공유하천’ 임진강

오피니언 | 작성일: 2025-07-18 15:14:35 | 수정일: 2025-07-18 15:15:26

 

- 파주어촌계장 “임진강 하천기본계획 작성능력 없다” 강력 비판
 

- 한강유역환경청의 파주 연천 합동 주민공청회 

 

* 지난 7월 8일 연천 백학에서 열린 임진강 하천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 파주시민들은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7월 8일, 한강유역환경청 주최로 경기도 연천 백학자유로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임진강 하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공청회’ 자리. 장석진 파주어촌계장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임진강 하천기본계획을 작성할 능력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감조하천 특성 무시, 홍수위 자료 없는 공청회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임진강에서 고기를 잡는 장 계장는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있는 감조하천인 임진강 파주구간의 특성이 홍수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임진강은 백중사리와 조금 때 수위차가 7미터가 넘는데 수위자료 없이 제방 잔뜩 높이겠다는 공사계획만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나눠준 요약된 PPT에는 하천기본계획의 핵심인 홍수위 자료가 없었다. ‘민물하천’인 임진강 연천과 ‘감조하천(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아 수위와 염도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하천)’인 임진강 파주구간 주민공청회를 합동으로 열었으니, 자료도 공청회 발제도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장 계장은 하천기본계획의 핵심인 홍수위 자료가 없는 것을 지적했다.

 

 

파주와 연천의 임진강은 생태도 하천의 형태도 다르다
 

사실 이번 임진강 하천기본계획 전략환경평가(초안)은 내용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공청회 절차와 형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장소만 놓고 보면 파주시는 서울시와 안양시를 합쳐놓은 면적이다. 내가 살고 있는 파주 서쪽 끝인 문산 마정리에서 공청회가 열리는 연천 백학까지 승용차나 택시로 한 시간이 걸린다. 대중교통은 몇 번 갈아탈 생각을 해도 방법이 없다. 파주 운정부터는 승용차로도 1시간 30분은 걸린다. 연천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파주사람들은 파주어촌계장과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 안됐다.


임진강은 파주와 연천이 마주보는 임진강 고랑포여울을 기준으로 상류인 연천구간과 하류인 파주구간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DMZ남방한계선을 통과한 필승교부터 고랑포여울까지는 민물만 흐르는 하천이다. 고랑포여울부터 한강과 만나는 오두산통일전망대 아래 교하(交河)까지는 하루 두 번씩 바닷물이 들어오는 감조하천이며 전 구간 민간인통제구역 철조망 안에 갇혀 흐르는 하천이다. 밀물이 들어오는 파주와 연천이 생태도 다르고, 하천의 형태도 다르다. 따라서 하천기본계획 쟁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 분단과 홍수를 이용해 군남홍수조절지라는 백해무익한 군남홍수조절지를 만들었다. 하천기본계획에서 군남홍수조절지를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홍수관리가 없는 것과 다름없는 하천기본계획이다.

 

 

연천 백학에서 열린 합동공청회, “이것은 연천공청회이다”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 필자는 한강유역환경청에 “파주구간은 감조하천이고 민물하천인 연천구간과 완전히 다른 성격의 하천이고 쟁점도 다릅니다. 두 구간을 합동으로 (공청회를)한다는 것은 하나마나한 요식행위 아닙니까?” 절차와 형식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하천기본계획은 유역개념으로 접근하는 데다가 임진강은 큰 강 아닙니까? 그걸 어떻게 쪼개서 합니까?”라고 말했고, 필자가 “그럼 한강 하천기본계획 작성 때도 한 번에 했나요? 임진강보다 몇 배 큰 강인데 쪼개서 했잖아요?”라고 다시 물었지만, 그는 명확하게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임진강 파주권역 공청회를 별도로 열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못 밖았다.

 

 

‘임진강·한강하구 시민네트워크’, 한강 하천기본계획 수정 요구


이와 관련 지난 7월 2일 ‘임진강·한강하구 시민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임진강 하천기본계획 작성에 앞서 환경부의 하천설계기준을 지키지 않은 한강 하천기본계획(2020년 완성)부터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성명에서 “한강 하천기본계획은 수도권과 접경지역의 하천 관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계획이다. 그러나 2020년 수립된 본 계획은 심각한 잘못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강 본류뿐 아니라 임진강 등 접경지역 주요 지천에서의 불필요한 하천정비사업을 예고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한강기본계획이 계획홍수위를 산정할 때 2018년 개정된 하천설계기준을 반영하지 않고, 과거 기준을 적용하여 실제보다 과도하게 높은 홍수위가 산출됐다”고 지적했다.

 

 

임진강은 남북공유하천, 남과 북이 공동 관리해야
 

임진강은 274㎞ 중 상류 약 2/3는 북한에서 흘러온다. 연천에서 DMZ넘어 파주에서 남북이 마주보는 중립구역수역인 ‘교하’에서 한강으로 합류한다. 


임진강 유역인 연천과 파주는 북쪽의 홍수량에 달려있다. 파주에 쏟아지는 비는 썰물 때 내려가는데 상류에서 오는 물은 밀물과 만나면 대홍수로 이어진다. 파주의 하늘은 맑고 화창한데 북한에서 비가 많이 오면 황강댐을 방류한다. 이때 임진강은 물이 갑자기 불어나 어부들이 큰 피해를 본다. 남북이 협력하지 않으면 임진강유역의 홍수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하천기본계획을 작성하는 한강유역환경청의 태도는 남북공유하천인 임진강의 위험을 가볍게 여기고 있었다. 공청회가 끝난 뒤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 김경도 이사는 그 점을 지적했다. “임진강 하천기본계획은 소용이 없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임진강을 남북이 공동관리하지 않으면 다 소용이 없어. 그런데 이런 태도로 제대로 된 하천기본계획이 어떻게 나와.”

 

 

조사하지 않고 제방만 높이려는 한강유역환경청  


장석진 어촌계장은 지적에 대한 허영기 하천계획과장의 답변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감조하천 수위가 어떻게 되는지 밝히지도 않고 여기저기 잔뜩 제방만 높이겠다고 하는데 제방을 시멘트로 높이 쌓는 공사를 하면 누가 제일 피해를 보는지 알아요? 우리 임진강에서 고기잡는 어부들이예요. 임진강에 제방 쌓고 다리 놓고 하면 당장 물고기가 오질 않아. 근데 그런 거는 하나도 조사하지 않고 어부들 이야기 한번도 듣지 않았어요. 옛날 국토부도 이렇게는 안했어. 어민들 이야기를 먼저 듣고 반영하는 척이라도 했어요.”


“이건 국가예산이어요. 국가예산은 기간 안에 써야해요. 어민들 피해 보는 거 나중에 진상조사해서 다 보상해 드릴께요.”


하천계획과장은 국가예산을 쓰기 위해서 국민들은 피해를 감수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내란은 끝났고 대통령은 소통행보를 이어가겠다는데 관료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임진강하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대하는 한강유역환경청 공무원의 태도는 소통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충대충 통과의례를 치루는 것으로 보였다. 그 결과는 예전보다 못했다.

 


노현기 시민기자


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공동의장으로, 임진강대책위 집행위원장으로 2012년부터 농민들과 때로는 어민들과 국토부에 맞서 임진강지키기 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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