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마을버스인가 – 085번 벨의 높이, 서비스의 낮음”
<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마을버스인가 – 085번 벨의 높이, 서비스의 낮음”
마을버스 085번을 자주 이용하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어르신, 장애인, 아이를 동반한 보호자, 짐 많은 승객들이 가쁜 숨을 쉬며 버스 천장 가까운 곳에 있는 벨을 누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어서야 하는 모습이다.
일어서기조차 버거운 승객에게, 그 위치는 사실상 ‘벨’이 아니라 장애물이다.
더 큰 문제는 벨을 제때 누르지 않았다고 승객에게 화를 내거나 퉁명스럽게 반응하는 일부 기사들의 태도다.
‘미리 눌러야지!’라는 호통 앞에, 당황한 승객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숙인다.
이 문제는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과 인권의 문제이며, 버스 설계와 행정의 무책임함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16~25인승 소형 마을버스중 16인승 경우 만석에 입석까지 더하면 내부는 숨 막히게 좁고, 흔들림이 크며, 통로도 여유롭지 않다.
그런 공간 안에서 벨 하나조차 모두의 눈높이와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것, 그 자체가 마을버스가 누구를 위한 교통수단인지 되묻게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085번 마을버스는 파주시와 경기도가 요금 수입과 운영비의 차액을 지원하는 준공영제 노선이다.
즉, 이 버스는 시민의 세금으로 보조를 받는 공공성 기반의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차량 노후화, 서비스 품질 저하, 승객 안전 미비, 설계상의 부주의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실제로 버스 외부 범퍼가 테이프로 붙여진 채 운행되는 모습, 정차 중 덜컹거리며 무심히 질주하는 장면은 공공 교통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누구를 위한 벨인가’
‘누구를 위한 제도이고, 누구를 위한 지원인가’
이 질문 앞에 교통 행정은 응답해야 한다.
공공 교통이란 모든 시민에게 평등하고 안전한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 등 교통약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야 진짜 ‘준공영제’의 의미가 살아난다.
파주시와 경기도는 준공영제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이용자 중심의 차량 개선과 인권 감수성 교육 강화, 노후 차량 조속 교체, 그리고 서비스 피드백 창구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른 손으로 천장을 더듬는 누군가가 있다.
그 사람을 위한 눈높이의 벨 하나, 그 작은 배려가 곧 공공의 가치다.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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