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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⑪ 제비

입력 : 2016-06-09 14:10:00
수정 : 0000-00-00 00:00:00

⑪제비, Barn swallow

우리 옆집에 제비가 산다

 

 

나는 이화여대 행동생태연구실에서 제비를 연구하고 있다.

 

제비와의 인연은 중학교 때 시작되었다. 내가 사는 곳은 파주시 오도동인데, 앞집 할아버지 댁에 제비가 매년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웠다. 새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하교를 하고 체육복을 입은 체로 할아버지 댁에 달려가서 제비를 촬영하고 기록했다. 그러던 중 궁금한 점이 생겼다. 강남 갔던 제비가 할아버지 댁에 다시 돌아올까? 올해 이 제비가 작년의 그 제비일 수도 있을거야.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생물 선생님의 권유로 과학전람회를 준비했다. 내가 관심 갖고 있던 제비가 탐구 대상이였다. 다양한 주제로 탐구를 했지만, 그 중에서 제일 관심있었던 주제는 강남 갔던 제비는 다시 돌아올까?였다. 제비에게 가락지를 부착하여,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지 3년 동안 탐구한 내용이다.

 

내가 지금 제비 연구를 하게 된 계기도 바로 제비 때문이다. 2년 전에 우연히 제비 관찰을 했던 할머니 댁에 방문을 했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그 너가 예전에 제비 다리 붙들어 맨애. 걔 계속 와.” 에이 설마. 이 날 할머니 댁 제비를 포획하여 가락지 번호를 확인해보았다. 그런데! K.P.O BOX 1184, 010-04023. 내가 6년 전에 가락지를 달았던 그 제비다! 할머니 말씀이 맞았다! 나는 너무 깜짝 놀랐다. 6년 동안 할머니 집에 돌아오다니! 그 동안 꼬박 꼬박 제비를 관찰하지 못했던 내가 반성이 되면서도, 제비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이 때 결심했다! 제비를 연구해야겠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학교 연구실에서는 제비 연구를 하지 않는다. 수원청개구리, 매미, 영장류, 까치를 연구한다. 하루는 지도교수님이신 장이권 교수님께서 *꾸룩새연구소에 방문하셨다. 2014년 한해 동안 열심히 데이터를 모으고 제비를 관찰하고 탐구한 걸 보신 교수님께서 제비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라고 말씀하셨다. 내 인생을 바꿔준, 제비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주신 장이권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제비 연구를 시작한지 2년 째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년부터 우리 옆집에 제비가 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집 거실에 앉아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제비를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다. 나는 이 사실이 너무 너무 행복하다. 심지어 내 방 창문 밖에서 날아다니는 모습도 보여준다.

 

나의 연구 주제는 사람과 제비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제비는 신기하게도 사람이 사는 곳에만 살고, 폐가에는 제비가 살지 않는다. 그래서 제비를 연구를 하다보면 당연히 사람이 사는 집에 방문을 하고, 대화와 소통을 하게 된다. 집 주인분들이 나보다 제비에 대해 더 잘 안다. 제비 박사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분들이 내가 하는 연구에 호의적이시고, 잘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연구 시작전 봄에 떡을 만들어 돌려서 그런가..)이 글을 통해 연구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도 전하고 싶다. 나도 앞으로도 이 마음 변치 않고, 제인구달 박사님처럼 제비를 연구하고 싶다.

 

꾸룩새연구소 (경기도 비영리민간단체)

꾸룩새연구소는 새를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직접 기록하고 만든 자료들을 통해 자연의 중요성, 새들의 생태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제비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있는 자연 생태를 이해하고, 연구, 보전, 교육, 체험, 창작 활동을 통해 인간과 동물 그리고 환경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고자 합니다. (방문 예약 및 문의 www.owl.or.kr)

 

 

 

정다미

꾸룩새연구소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제비연구 중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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