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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56) > 자연은 그렇게 무심하게 

입력 : 2018-09-25 15:29:41
수정 : 2018-09-25 15:30:19

<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56) >

        
자연은 그렇게 무심하게 

 

 

 

 

 얼마 전 여행 중에 만난 장면이다. 거미가 나비를 생포해서 먹잇감으로 이동 중에 있다. 나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파닥거리는 나비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거미를 떼어내고 나비를 다른 곳으로 옮겨 주었다. 그러나 나비는 이미 날지도 못했고 회복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으나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배고픈 거미에게 나는 무서운 훼방꾼이 된 것이다.

 

 

 

 사마귀가 노린재를, 파리매가 중국매미를 사냥하고 있다. 이 장면에서도 나는 사마귀와 파리매를 쫒아 버렸을까? 아니, 나는 그저 바라보았을 뿐이다.


 

 

장수말벌이 뱀허물쌍살벌 집에서 부화한 애벌레를 꺼내어 먹어 치우는 모습이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뱀허물쌍살벌이 저항도 공격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다. 애벌레를 다 먹어치운 장수말벌은 유유히 사라졌다.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지만 장수말벌의 행위를 인간의 잣대로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을까? 실은 뱀허물쌍살벌도 자신의 애벌레들을 키우기 위해 나비나 나방류의 애벌레를 잡아서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세계가, 피할 수 없는 법칙이 있다. 자연은 그렇게 무심하게 순환하고 있다. 나비와 거미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그들의 관계에 개입한건 나의 욕심에 불과한 것이다. 자연 속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포식자는 바로 인간이 아니던가.

 

 

 

 

팽나무이가 팽나무 잎을 침범하고, 오배자면충이 붉나무 잎자루에 벌레혹을 만들어 놓았다. 이를 보고 나무를 가엾이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나무에게서 지혜를 찾아내기도 한다. 나무들은 그들에게 다가오는 벌레들을 위하여 차라리 일정 부분 공간을 내주어 공생의 실마리를 얻어 내는 것이다. 심지어 인간들은 이 벌레집을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가 머물고 있는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여러 삶의 형태를 가진다. 서로 돕기도 하고 먹히기도 하고 덩굴식물들처럼 혼자는 일어설 수 없어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기도 한다. 그렇게 얼키설키 그물처럼 관계로 맺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자연의 모습을 우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순응해야 할 것이다.

 

사진8 수풀알락팔랑나비

 

내가 나비를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 중에는 그 날갯짓과 모습 자체가 매혹적인 까닭도 있지만 가장 크게 마음을 뺏기는 부분은 그네들은 축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꽃과 나무의 만남에서 얻어지는 그 한 순간을 오롯이 누린다는 것이다. 인간은 축적이 생의 목표인 양 재물이든, 지식이든, 명예이든 끊임없이 모으고 모아댄다. 그 과정에서 탐욕이 생겨나고 무리지어지고 부조리가 생겨날 터이다. 우리 인간들이 지구상의 유일한 생산자인 식물들에게 진정 감사하며 다른 동물들과의 관계 역시 지배적인 모습이 아닌 최소한의 예라도 갖춘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 그렇게 자연 속의 한 일원으로서 겸허히 존재하기를자연스럽게

 

숲해설가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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