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57) 누가 용의 쓸개를 먹어봤지? 용담

입력 : 2018-10-04 13:56:53
수정 : 2019-01-19 21:18:54

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57)

 

용담(Gentiana scabra Bunge) - 누가 용의 쓸개를 먹어 봤지?

 

용담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햇살이 가득한 산기슭을 걷다 누군가의 무덤을 만나면 어김 없이 만나는 꽃이 있습니다. 아주 작고 앙증맞은 꽃, 큰구슬붕이죠. 큰구슬붕이라고하니 꽤 커보이는 꽃인가보다 싶지만 구슬붕이에 비해 조금 클뿐, 작은 것은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 보통 파주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큰구슬붕이죠. 봄의 따스한 바람이 작고 앙증맞은 큰구슬붕이를 꽃피웠다면 가을의 시원한 바람은 커다란-큰구슬붕이에 비하면- 용담의 꽃을 피웁니다. 큰구슬붕이나 용담이나 같은 용담과의 친척인 관계로 꽃의 생김은 거의 흡사합니다. 하지만 크기나 피는 시기는 전혀 딴판이죠.

용담은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본초학에서는 성질은 쓰고 차며, 간장, , 방광 경맥으로 귀경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습열을 해소하고 간담의 열사를 내려 간을 보호하는 작용과 혈압을 내리는 효과가 있고, 말라리아 원충에 강한 독성을 나타낸다고 하는군요. 사실 중요한건 쓰다는 겁니다. 용담은 말 그대로 [龍膽], 용의 쓸개입니다. 그만큼 쓰다는 얘기겠죠. 사실 먹어보지 않아 얼마나 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삼, 소태나무, 익모초 등의 쓴맛과 비교했을 때 어떨지 궁금하네요. 여하튼 도대체 누가 용의 쓸개를 먹어보고 이 식물의 이름을 지어 놓은 것일까요? 원래는 맛이 아니라 용의 쓸개만큼 효능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용의 쓸개를 약으로 써봤는지도 의문이지만요.

 

자주쓴풀


용담과의 식물의 뿌리는 대부분 쓴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쓴풀속 식물은 용담속 식물과는 모습은 다르지만 이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매우 쓴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쓴풀속에 속해있는 식물의 뿌리 역시 약재로 이용되고 있죠. 어쨌든 무시무시한 것은 인간입니다. 달아도 먹고, 매워도 먹고, 써도 먹고, 환각을 줘서 방어를 해봐도 맛있다며, 약이 된다며 먹어버리니 말입니다.

쓴풀속 식물은 전체 식물계에서 보면 크게 귀한 녀석들은 아닙니다만, 만나는 것이 그다지 쉽지는 않습니다. 파주의 월롱산과 감악산에서 가을의 별처럼 꽃이 피어 있는 자주쓴풀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 개체가 극감하여, 점점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용담
 

가을의 꽃이라 하면 역시 국화과 식물일 것입니다. 다양한 쑥부쟁이를 비롯해 구절초와 산국, 감국이 온 산과 들판을 물들입니다. 가을 들판 가득한 야생의 국화과 식물을 만나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합니다. 반대로 온통 가득한 꽃 사이에 가만히 피어 있는 용담이나 자주쓴풀 같은 꽃을 보면 마치 숲이 숨겨 놓은 보물을 찾은 듯 기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해바라기 축제니, 천일홍 축제니, 코스모스 축제처럼 한 종류 가득한 꽃밭보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경훈 자연환경연구소 식물상 조사원/ 세명대 대학원 

# 95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