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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70) 파평면 친환경두부마을 심윤자 대표

입력 : 2018-01-10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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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평면 친환경 두부마을 심윤자 대표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빚습니다"

엄나무를 삶은 물에 메주를 띄우면 된장 간장이 진짜 진짜 맛


1월 6일 토요일 메주 쑤는 친환경두부마을을 찾았다. 파평중학교 건너편 골목길을 들어서서 약간 헤매다가 자동차가 몰려있는 두부마을 작업장을 찾았다.  파평면 청송로 178번길 56 친황경부두마을 사업장. 

친환경두부마을 작업장으로 들어서자 하얀 김이 가득차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7~8시간 걸려 찐 장단콩을 분쇄기에 넣어 갈고, 이것을 받아서 작업대에서 메주 모양을 내느라 모두들 일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말랑말랑 노랗게 익은 장단콩을 주워먹었다. 꼴깍꼴깍 목을 넘기며 고소함을 온 몸으로 느끼니 옛날 생각이 절로 났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가을이면 창호문의 한지를 갈아끼우고, 겨울이면 콩을 쑤고 메주를 만들었다. 콩을 삶는 냄새가 나면 삶은 콩을 손으로 퍼 먹으면서 행복했었다. 콩을 밟아 찧고, 이걸 뜯어와서 밥상위에서 탕탕거리며 메주 모양을 잡던 옛날. 그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나도 이젠 중년을 넘어서고 있다. 


파평면 금파리 친환경두부마을

파평면 금파리 친환경두부마을은 주문을 받아서 장단콩으로 두부를 만든다. 

매주 수요일 새벽 5시쯤부터 두부와 순두부 콩죽을 만든다. 때로는 콩을 들고 와서 두부를 만들어가시는 분들이 있다. 

이 두부마을 사업은 노인을 위한 장수마을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2008년에 장수마을 사업 지원으로 건물을 세워두었지만, 노인 분들이 이끌어 나가기가 만만치 않고, 아주 잘 만들어진 시설이 아니어서 손도 많이 갔다. 당시 부녀회장이던 심윤자씨가 이어 받아 시작해서 8년간 이끌어 왔다. “4년 동안은 전기세도 안나오고, 농협과 여러 군데 남품하려 했는데 식품이라 허가가 까다로와 납품하기가 어렵더라구요. 사업을 확장해 보려고도 했지만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엄두를 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욕심 없이 두부 실컷 먹고, 동네 어르신들에게 나눠 드리는 것으로 만족해요.” 

두부를 만드는 날에는 경로당과 혼자 음식 만들어 드시기 어려운 분들과 함께 나눠 먹는다.


(사진 설명_모두 정성을 다해 메주를 만들고 있다)

1번구 최상품 장단콩으로 만든 쫄깃한 두부 

이 사업은 장수마을 사업이기 때문에 일 년에 백만원씩 노인정에 기부하고, 콩 값 빼고, 전기세, 물세를 내고 나면 수익이 없는 셈이다. 그러니 심윤자 대표와 정미옥씨가 봉사하는 셈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처음 시작할 때는 콩 값이 없어서 자비를 털었는데, 지금은 연말결산을 하면 콩값은 번다는 것이다.  

일 년 동안 두부, 콩죽, 메주 등에 쓸 콩은 40~50가마니로, 콩 수매 시작할 때 파평면 장단콩 중 제일 좋은 1번구로 구입해 놓는다. 

“우린 선별하지 않고 수분량이 제대로 있는 콩을 써요. 이렇게 좋은 콩으로 쓰는 이유는 두부 맛이 다르고, 두부 식감이 달라지니까요. 1번구 최상품 콩은 두부는 만들 때도 거품이 엄청나서 넘치기 일 쑤입니다. 그래서 정말 천천히 인내심을 갖고 거품을 삭혀가며 조심해서 만들죠. 일손이 많이 드는 거죠. 간수를 부어 순을 들일 때도 아주 정성껏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젓는데, 갑자기 부어 저으면 우리가 보통 먹는 딱딱한 두부가 돼요.”

두부는 만들어질 때 아주 예민해서 온도가 너무 떨어지면 순이 안들어지기 때문에  최소한 30분은 들여야 한다고 한다. 한 모에 1,200원하는 중국산 두부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여러번 강조했다.

“그냥 드셔보시면 알아요. 사실 우리처럼 이렇게 만든 두부는 최소 6천 원에 사드셔야 우리 인건비라도 나오는데, 4천원에 팔고 있으니 그냥 봉사라 보면 돼요.” 이렇게 만든 두부여서 그런지 다른 두부에 비해서 쫄깃하고 탄력이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고 한다.


장단콩 축제때 히트 친 콩죽 

“장단콩두부마을에서 장단콩 축제때 우리 콩으로 만든 콩죽을 팔았는데 너무 히트쳤다”며 그 때를 떠올리는지 싱글벙글, 저절로 입가가 올라갔다. 

“안 팔리면 어떡하냐고 주변 분들이 그랬지만 안팔리면 주변에 나눠 드실 분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나요? 어떤 할머니는 3일 동안 콩죽을 드시러 부천에서 축제장까지 매일 찾아 오셨어요.일요일에는 아예 냄비를 들고 오셨어요. 우리 콩죽은 2시면 모두 떨어졌어요.” 

금파리 콩죽이 맛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콩을 갈아 거를 때 최대한 진액이 걸러지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말 고소할 수 밖에 없어요. 4kg을 가지고 겨우 18 팩 나옵니다. 남는게 없죠. 뭐가 남겠습니까. 콩 4kg에 쌀 3kg을 들여 18팩 나오는데, 죽 쑤는 시간이 2시간 걸려요.” 한마디로 정성으로 맛을 만드는 것 같다.


(사진 설명_메주 만들기에 열중인 이 학생은 4년째 참여하고 있다)

(사진 설명_메주야~ 잘 띄어라~~ 파주막걸리로 건배)


민통선 안 배밭에 된장독 두고

심윤자대표는 지금 금파리 부녀회장인 정미옥씨와 함께 두부도 만들고, 마을일도 함께하고 있다. 정미옥씨는 2002년께에 귀농했다. 마을에 귀농한 젊은 정미옥씨와 서로 도와주며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둘이 처음에는 된장을 해서 팔아보자 했다는데, 판로가 없으니 돈이 안되었다. 실패도 많이 했고, 맛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장 담그는 과정 전체를 체험 위주로 해보자는 생각에 인터넷에 올리고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몇 분씩 주문이 들어오더니 4년차인 지금은 10가마의 콩을 삶는다. 콩을 쑤어 오늘처럼 메주를 만들고, 장 담그고 치대는 걸 같이 한다. 오늘 만든 메주는 민통선안 배밭 양지바른 곳에 장독을 두어 장을 담근다. 이런 날은 잔치날처럼 식사를 같이하며 가족이 된다. 이 된장 담그기를 위해 마을 주변에 엄나무를 심어 두어 일 년에 엄나무 한 그루씩 베어 장 담글 때 쓴다고 한다. 

“엄나무를 삶은 물에 메주를 띄우면 된장 간장이 진짜 진짜 맛있어요. 그래서 한 번 참여한 사람은 계속해서 참여합니다.” 정미옥 부녀회장도 맛에 대해서 한껏 자신감을 내미치며 말했다. 장독은 현재 60개 정도 있는데, 장 담글 때는 냉이도 캐고, 4월 장 뜰때는 하얀 배꽃이 만발해서 이것을 즐기려고 오는 가족도 있다고 한다.


오막살이집에 시집와서 효부상 받아     

심윤자 대표는 26세에 시집와서 파평면 금파리 오막살이 집에서 시부모 모시고 살았다. 당시에는 남편이 직장생활 할 때 인데, 그 돈으로 살 수가 없어서 사료배달 일을 했다. 양계장, 돼지막사에 들어가는 사료였다. 그런데 아버님이 아프셔서 계속 돈이 들어가니까, 갖고 있던 차를 팔아 아버님 치료비로 썼다. 차가 없으니 배달일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대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재봉틀을 구입해서 몸으로 때우며 일을 했다. 96년에 현재 살고 있는 곳에 집과 일터를 새로 장만하고 마대 공장을 옮기고 자동화도 했다. IMF때도 문제 없이 공장을 운영했는데, 2004~2005년 쯤부터 중국산 마대가 밀려 가격을 맞출 수 가 없었다. 계속 적자가 쌓여서 사업을 접었다. 다행인 것은 남편이 마대 납품 일을 하면서 기사로 등록되어 있던 터에 개인택시 자격이 생겨 택시운전사로 일을 하고 있다. 심윤자씨는 금파리 부녀회장, 파평면 부녀회장 총 6년을 봉사하며 살았다. 어머니를 30년 이상을 모셔서 파주시에서 효부상을 주었다.  

“제가 40에 아들을 낳았어요. 이 아이가 현재 대학생이고, 군인입니다. 마침 오늘 휴가 나와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어른들에게 잘하고, 열심히 살아서 삼신할머니가 점지해준 아들이라 합니다.”


(사진 설명_직접 쑨 메주를 들고 있는 심윤자 대표)


저에게 주어진 일이니 봉사하는 마음으로

“지금 두부 공장도 사업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일이니 봉사하는 마음으로 그냥 열심히 합니다.” 사실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인건비도 안나오는 두부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제게 매일 좋은 일만 있는 줄 안다. 웃고 다니니까요. 지금까지 사는 동안 부부 싸움도 손가락으로 꼽습니다. 슬픈 일도 그냥 받아 들입니다. 그냥 운명이라 생각해요.”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아버님 병 치료 때문에 돈에 휘들린 것을 빼고는 마음 고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삶을 넉넉하게 볼 줄 알기 때문이리라. 그는 ‘언제 어디서나 열심히 살아 왔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어르신 공경하며 사는 것을 큰 덕목이라 생각해서 자식들에게도 “어른들에게 ‘노’하지 말아라 ‘예스’해라”고 말한다고 한다. 

“제가 젊어서부터 고생 많이 했죠. 양계장 청소부터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서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는 지금의 삶이 성공한 거라 생각해요. 많은 돈을 갖은 것은 아니지만 자부하고 살고 있어요.”

친환경두부마을 두부가 맛있는 이유는 자신의 삶을 자부하는 심윤자 대표의 정기가 들어가 있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자부하는 사람이 만든 두부와 된장은 두부와 된장 스스로도 자부할 테니 말이다.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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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두부마을 : 파평면 청송로 178번길 56 

010-7445-7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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