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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136)  로컬 크래프트비어 웨스트엔드 대표 박용근  

입력 : 2023-09-22 09:45:30
수정 : 2023-09-26 03:05:44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136)  로컬 크래프트비어 웨스트엔드 대표 박용근  

 

웨스트엔드 수제맥주, 파주에서 크겠다

 

 

수제맥주축제’, ‘그래프트비어축제가 낯선 용어는 아니다. 편의점이나 수퍼에도 수제맥주, 크래프트비어라는 단어가 쓰인 맥주들이 나란히 있다. 우리나라 수제맥주가 이렇게나 많은가 싶기도 한데...맥주맛은 어떤가?

제대로 된 맥주를 마시기 위해 사람들은 맥주 축제로 간다. 그곳에는 맥주를 직접 만드는 이들이 나와서 맥주의 참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이태원, 신촌 축제로 간다. 올해는 노원구에서도 맥주 축제를 했다. 노원구가 잘 되니 강북구 수유동 중앙시장에서도 맥주 축제를 했다. 오산의 야맥축제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맥주축제는 지역주민이 가장 많고, 전국에서 맥덕(맥주 덕후들)이 모인다. 여기서 명성 높은 [웨스트엔드] 양조장이 파주에 있다. 파주 공릉천 영천배수갑문 근처에 자리를 튼 [웨스트엔드]. 두 젊은이들이 발효통옆에서 일하고 있었다.

 

 

효모가 살아있어야 수제맥주

맥주는 상업용 맥주와 크래프트비어(수제 맥주)로 나뉜다. 대형사에서 만드는 맥주들은 어쩔 수 없게 시장 논리에 따라서 더 오래 보관하고, 전국에서 팔아야하므로 원래 맥주가 갖고 있어는 어떤 맛이나 성분들을 다 죽인다. 대표적인 게 효모. 효모는 원래 살아있어야하는데, 발효가 계속되면 유통기간이 10일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이 없다.

그러나, 수제맥주, 즉 양조장에서 만드는 맥주들은 효모가 살아 있어 맛이 정말 다르다.

이런 곳에서 만드는 맥주들은 효모가 들어있기 때문에 가령 장기 보관이나 내년에 팔아야 돼서 창고에 재워놓고...이런 게 불가능하죠. 그렇죠 빨리 빨리 팔아야 되는 거고, 애들이 산화되기 때문에요. 그래서 솔직히 이제 전국구 맥주로 가기에는 쉽지는 않은 구조입니다.” 웨스트엔드 박용근 대표가 말했다.

 

 

 

온라인 판매 금지에 묶은 수제맥주

60년대부터 이어져온 도매상 유통구조는 변함이 없다. 수제맥주는 모두 효모가 살아있는 생맥주여서 주류시장에 제대로 내놓으려면 유통과정 중 냉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 비용이 올라가서 마실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도매시장에 내보내는 길로 타협을 하게 된다고 한다. 수제맥주 양조장에서 만들지만 대기업의 OEM방식으로 만드는 수제맥주가 많은 이유이다.

라면으로 치면 인스턴트 컵라면인거에요. 그리고 실제 작은 양조장에서 만드는 크래프트 비어들은 돈코츠 라면 같은 거에요. 아침부터 오래 국물을 우려내 점심 때 내놓는 라멘같은 것박대표는 이렇게 비유를 든다.

현재 전통주외에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어 있어, 택배 주문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웨스트엔드는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겠다고 마음 먹고 파주로 왔다고 한다.

OECD국가 중에서 술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어 있는 나라가 한국이 상위권에선 유일하다고 한다. 10년 넘게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변화가 없다. 그러니, 수제양조장들이 자기 길을 지키며 나가기 어렵다.

 

 

수제맥주는 시장의 3%에 불과

맥주는 맥아, , 효모, 홉 네 가지로만 만든다. 그런데 발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자연스럽게 발효되도록 놔둬야하는데, 빨리 더 많이 만들기 위해 화학 첨가물을 넣고, 더 맑게 하기 위해 첨가물을 넣는다. 이렇게 되면 맥주의 본 맛을 잃게 된다. 원재료 비중도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보리가 60~ 70%만 들어가도 맥주라고 부르거든요. 그러면 되게 싼 보리를 사서 그 정도만 채워놓고 나머지 30~40%는 옥수수 이런 걸 넣어서 만들어요.”

이중 살아있는 효모가 있는 수제맥주 시장은 맥주시장의 3%밖에 안된다. 유럽의 수제맥주 시장은 마켓쉐어가 20% 정도이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편의점 수제 맥주는 30~40개 정도가 있지만, 이를 만드는 양조장은 6곳 정도이다.

 

 

홍보 마케팅에서 일하던 청년이...

박용근 대표는 홍보와 마케팅쪽에서 15년 정도 일했다. 광고 일을 할수록 회의가 들었다. 내용과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들이 싫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신이 아니라 기업에만 도움이 되는 구조가 싫었다. 그래서 파트너였던 선배와 스타트업 기업을 차렸다가 정리하고 . 그 때 선배와 약속 했던 두 가지. 우리만의 브랜드를 갖자, 사회에 1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이 모토로 열심히 일했다. 엄마들한테 도움이 되는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를 차렸다. 일할 사람은 느는데, 매출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고...그래서 두 사람이 다시 광고회사를 차려 돈을 벌어 스타트업 기업에 쏟아붓는 식으로 운영했다. 그러다 파트너 형이 결혼을 하면서 스타트업을 팔고 접었다.

그리고 좋아하던 맥주일을 시작했다. 이 때 내건 모토는 내가 나이가 들어 80이 돼도, 90이 돼도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자.” 그 중 하나가 맥주양조였다. 이렇게 시작한 웨스트엔드.

 

 

마시고 싶은 맥주를 만들려 양조장 시작

박용근 대표의 취미는 칵테일, 커피, 맥주, 막걸리 이런 것을 집에서 만드는 것이었다. 막걸리보다는 맥주가 더 재미있어 계속 공부하게 되었고, 집에서 7년 정도 맥주 양조를 했었다. 그러다 맥주를 제대로 배워야 하겠다며 친구와 의기투합해서 맥주 양조과정이 있는 사설 교육기관을 모두 섭렵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맥주 양조계에 전설같은 분들(‘할아버지라 부른다고 했다)에게 제대로 된 것을 사사받았다. 그리고 양조장을 만들었다.

박대표는 솔직히 양조장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마시고 싶은 맥주가 없어서라고 고백한다. 자극적이고 센 맥주가 아니라 풍미가 있는 전통적인 맥주. 이것을 마시고 싶어서 양조장을 차린다? 2020년부터 준비하고 213월에 시작했는데, 코로나로 아무 것도 못했다 한다. 지금은 독일에서 맥주를 배우고, 독일 브루마스터가 된 김승현씨가 박용근 대표와 같이 일하고 있다.

 

 

 

 

웨스트엔드 파주 서쪽 끝이 파주 아닌가요?”

그는 아버지가 주재원이어서 어릴 때부터 전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회사도 외국계회사였다. 영국, 미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이란, 등지에서는 살아보았고, 그 외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전세계를 맛본 청년이 말한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가슴 깊숙이 나오는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사는 게 제일 편하고, 안정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교포들도 한국으로 들어오는 이유가 그런 것 같아요.”

파주는 젊었을 때 데이트 코스로 많이 찾았다. 헤이리가 만들어지는 걸 직접 보았고, 모티프원이라는 게스트하우스도 처음 생겼을 때 회사 워크숍을 이곳에서 가졌다. 그 때부터 계속 파주를 왕래해왔다. 그러다 맥주양조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부지를 찾다가 파주로 왔다. “파주가 웨스트엔드잖아요.”

그리고 이 웨스트엔드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있다고 덧붙인다.

산티아고라고 순례길 있잖습니까? 거기가 서쪽으로 가고 왼쪽 끝이거든요. 산티아고 순례길 끝이 바닷가 끝입니다. 웨스트엔드입니다.” 순례길을 두 번 다녀왔다며 그 때의 감상을 끌어들인다. “처음 갔을 때가 2008년이었는데, 그 때는 진짜 아무런 정보가 없었어요. 제주 올레길 만든 서명숙씨도 그 다음해인가 다녀온 것으로 알아요. 순례길에 대한 감상을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오늘은 어디서 자지? 오늘 뭐 먹을까? 이 두 가지만 생각하게 되어요. 한 달 이상 이 단순한 생각만하고 매일 고달프게 걷고. 그런데 그 단순함이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그 순례길 끝 웨스트엔드에서 이 일을 결심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웨스트엔드!

 

 

 

업계에서 독보적독일의 전통적인 양조술 디콕션 공법 고집

처음에 시작할 때는 본인이 먹고 싶은 맥주를 만들겠다고 해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라고 자부심을 드러낸다. 일단, 보존제나 빨리 발효시키기 위한 화학 첨가물을 일절 쓰지 않는다. 또 트렌드나 이슈메이킹을 위해서 전통적인 것에서 벗어난 어떤 것도 첨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희처럼 꾸준히 몇년 동안 같은 품종을 만들어내는 집들이 거의 없어요.”

그리고 독일에서 고안된 고전적인 양조법인 디콕션 공법을 쓴다. 다른 양조장에 비해 5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데도 좋은 걸 만들어야한다는 철학이 있기 때문에 기꺼이 고생을 감수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이쪽 길로 가는데...미친 짓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기본과 본질이 사라지고, 빨리 처리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천천히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시대가 사라져버린 것 같아, 오히려 더 여기에 집중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지역에 뿌리두자효모와 양조 부산물 주민에게 나눠

웨스트엔드의 목표가 분명해졌다고 박용근 대표는 말한다. 지난 2년 동안은 축제도 나가고, 박람회도 나가고, 홍보 팝업스토어도 해서 서울 안에서 거래처들을 많이 늘렸다. 그러나 도매를 안 쓰고 여기 한 박스, 저기 한 박스 배달하다보니 오히려 적자가 되었고, 호텔에도 납품했는데 품질 관리가 안되는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마트에 팔 게 아니라면 서울에 알릴 이유가 없다.” 2년간 활동의 결론이다.

그래서 박대표가 내린 결론은 교육이 가능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해서 지역을 타겟으로 해서 마케팅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파주에서 재밌는 일을 많이 했다고 자랑한다. 맥주 발효에 쓰인 효모를 지역주민들에게 나눠드렸다.“머리카락 없는 분들이 미친듯이 오셔서 가져가시죠”. 반응이 뜨거웠다한다. 머리카락의 단백질 구조와 일치하는 단백질이 효모에 가장 많아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맥주를 만들고 나오는 보리찌꺼기들은 고급 가축사료가 된다. “이 맥주 부산물을 지역의 축산업, 젖소, 염소, 양계장 세 군데에서 다 가져갑니다. 물론 무상으로 드리고 있지요.”

 

 

 

맥주맛 아는 멋진 파주시민’ 3%가 목표

지금 현재 수제 맥주시장이 전체 맥주시장 점유율이 3%이므로, 파주 시민의 3%정도만 알아준다면 자생할 수 있다고 전망을 내보인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로컬 양조장입니다. 지역 주민들도 사주시고, 또 거기에 대한 무언가를 드리고 계속 상생하는... 맥주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파주 사람이라고 하면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대표는 이 웨스트엔드가 맥주만 만드는 곳이 아니라, 맥주만들기를 교육하고, 발효차인 콤부차 만들기 교육도 하는 공간이고자 한다. 홈브루잉은 좋은 취미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자기만의 무언가를 창조해낸다는 뿌듯함이 있다고...“지역 청년들 중에 자기 길이 맥주를 한번 해보고 싶다하는 친구들 있으면 그냥 진짜 인턴이든 아니면 경험은 충분히 해볼 수 있습니다.”

박대표의 머리가 반짝인다. 바로 옆이 탁구 관련 업체다. 그래서 탁구대회도 구상하고, 공릉천이 보이는 발코니에서 음악회도 열 생각을 한다. 공릉천이 내려보이는 이 웨스트엔드에서 맥주든 청년과 시민들이 즐거이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름답다.

 

임현주 기자

 

웨스트엔드

파주시 오도로 160-18

031-945-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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