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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65) 시쓰고 노래 만드는 백창우

입력 : 2017-10-09 15:29: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65) 시쓰고 노래 만드는 사람 백창우
  

 노래가 내 집이예요.” 

  노래로 ()난 꿈을 꾸는 노래꾼 

 

 


가수 백창우, 파주에 10여년째 깃들어 살고 있는데도 파주사람들은 잘 모른다. 물론,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헤이리 6번게이트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스텝 건물안에 백창우의 음악카페 왈왈이 있다.

 

백창우의 음악카페 왈왈

하늘광장에 맞대있는 쪽은 카페로 알록달록한 의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노래하듯 앉아있다. 벽에는 그간 백창우씨가 만들어왔던 어린이 노래 음반과 책, 그리고 이와 관련된 그림과 사진이 가득차 있다. 이 사진과 음반들 사이사이로 여러 가지 소재로 만든 개와 고양이들이 왈왈 야옹거린다. 카페 안쪽으로 들어가면 원탁 테이블과 회의용 탁자가 가운데 자리잡고, 왼쪽으로는 편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벽에는 백창우씨가 작곡한 노래가 담긴 LP판 표지로 꽉 차있다.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 이동원의 내 사람이여’, 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윤설하의 벙어리 바이올린’, 유익종의 그대 가는 길’, 안치환의 겨울새가 담긴 음반들이다. 그는 200곡 이상의 대중가요를 작곡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이 벽에서 좋아하는 가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공간은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이 모여 작곡도 하고, 연습도 하고 회의도 하는 곳인 듯하다. 여기서 백창우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내게는 문패 달 집이 없다. 어쩌면 노래가 내 집인지도 모른다.

이사를 참 많이도 다녔다. 의정부, 양평, 상계동, 수진리, 단대리, 은행동, 창곡동, 감나무골,분당. 덩달아 학교도 참 많이 옮겨 다녔다. 중앙초등학교, 양평초등학교, 상계초등학교, 성남초등학교, 수진초등학교. 내가 살았던 동네들, 내가 걸어다닌 길들, 산과 강과 들과 개울, 거기서 만난 풀과 꽃과 나무, 나비, 잠자리, 풍뎅이, 하늘소, 피라미, 모래무지, 미꾸리, 쏘가리, 딱새, 굴뚝새, 종다리, 나와 함께 자란 개들, 해 저물도록 골목길에서 함께 놀던 아이들, 그리고 만화책, 동화책이랑 어머니, 아버지가 들려준 노래와 옛이야기들. 이 모든 것이 나를 키웠고 내가 만드는 노래의 씨앗이 되었다.

이사를 그렇게 많이 다니고, 지금은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내게는 문패를 달 집이 없다. 어쩌면 노래가 내 집인지도 모른다.” ([다 다른 노래, 다 다른 아이들] 서문중/ 백창우/ 2013/도서출판 보리)

 

노래 만드는 것은 일기쓰기와 같아

80년대 중반부터 지금도 노래방에 가면 그가 만든 노래가 애창될만큼(작곡가가 백창우, 백창수, 박창우로 잘못 표기되어있음) 그는 훌륭한 작곡가였다. 그리고 지금 20대 청년들은 그의 동요를 듣고 따라부르면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전래동요, 아이들의 시, 이원수와 권정생, 이오덕선생님의 시를 노래로 만든 꼬부랑 할머니’, ‘어디만큼 오시나’,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맨날맨날 우리만 자래’,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우리집은 내가 샀던 앨범이다. 400여곡이 넘는 그의 창작곡이 아이들 가슴에 씨앗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것이다.



 

노래는 원래 장르 구분이 없어

대중가요 작곡가에서 어린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가수로 어떤 계기로 변신했을까? 이 질문에 그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장르 개념이 아니예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죠. 국악, 대중가요, 가스펠, 동요...전체를 놓고 보면 모두 음악이지요.” 그는 장르로 나누고, 시와 음악을 나누고...이런 금긋기가 현대에 와서 나온 것이라며, 자신은 그저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삶속에서 느끼는 것이 노래가 되지요. 노래를 만드는 것은 일기 쓰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시와 음악은 하나입니다.”

그는 북한이 고향인 아버지 어머니를 두고 있다. 월남한 아버지를 따라 이 곳 저 곳 이사를 많이 다녀, 어린 시절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 때 설거지하고 쌀 씻으면서 흥얼거리시던 따오기, 황성옛터, 그네, 찬송가가 그의 양식이 되어 어려서부터 놀이로 작곡을 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장르 구분 없이 흥얼거리고 불렀던 노래, 그것을 그는 사랑하는 것이다.

박인수와 이동원이 같이 부른 향수가 가요냐, 가곡이냐를 갖고 논쟁하던 시절. 금이 너무나 진하던 시절. 지금은 아니지 않아요? 교향악단이 팝을 연주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지요.”




 “린드그랜마을 같은 어린이노래공원을 만들고 싶어요


왈왈’, 개밥, 개밥그릇

어린 시절 전학을 많이 다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을 때, 그의 벗이 되어주었던 개. 그는 개를 사랑한다. 그래서 그의 음반에는 항상 가 있다. 그리고 그의 음반 맨 마지막 노래가 끝나고, 2초가 지나면 왈왈하고 개가 짖으면 앨범을 마감한다. 앨범 커버에, 앨범 안에, 그리고 그의 노래 안에 왈왈이 숨어있다. 그의 명함에도 왈왈이 있고, 그의 음악카페도 왈왈이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자연스럽게 개밥이 되었다. 개밥이 노는 작업실은 개밥그릇이 되었고...
또 자신을 표현하는 별명이 느림보개란다. 반응이 느리다고. 전화를 하면 이틀 후에 답하고, 전화는 거의 안하고 산다. 지금 헤이리의 이 왈왈2년째 정리중이다.

 

느림보개라 하지만 작곡집만 40여권

그 옆에는 메모지와 책이 항상 있다. 지금도 뒹굴며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 읽다 접어두고, 저것 읽다 접어두는 책이 여기저기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메모하고, 작곡하는데, 오선지 노트를 갖고 다니지 못해 여기 저기 낙서하듯 쓰는 바람에...

제가 느려서 느림보개가 별명인데도, 돌아보면 개인 작곡집이 40여권이고 작곡한 노래만도 수백곡이고, 음반만 50여장 녹음을 해왔어요. 녹음활동을 안했던 적이 없었어요. 느리지만, 뭔가 꾸준히 해왔다는 거죠.”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

어른도 현재 진행으로 결을 만드는 존재이다.”


                ▲카페 왈왈에서 한가로이 놀고있다. 그가 만든 음반들이 벽을 꽉 채우고 있다.
 

그의 별난 꿈, 누드 녹음실과 어린이노래공원

그는 음반을 만들 때 인공적인 소리를 최소화해서 아날로그’ ‘어코스틱개념을 살리려 한다. “시냇물 소리를 지겹다고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컴퓨터로 만든 음악은 계속 들을 수가 없어요. 그리니 자연음악을 추구하게 되지요.” 을 살리려하니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지금 돈이 없지만, 돈 없다고 안된다는 생각을 않는다며 크게 웃는다. 그는 자신의 별난 꿈을 얘기하면서 소년이 되어갔다.

좀 더 재미난 상상력으로 이 아지트를 가꾸고 싶고, 나아가 린드그랜마을 같은 곳을 만들고 싶어요. 우선 누드녹음실을 만드는 거예요. 안이 다 보이게 해서, 녹음하는 모습, 노래하는 모습을 다 보는 거죠. 스피커를 밖으로 뽑아서 음반 제작과정과 음악을 동시에 보는 거예요. 누드음악실을 찾아 보는 것 만으로도 큰 감동을 받겠지요. 방학때는 팀을 모아 기획해서 노래도 만들고, 음반제작까지 하는 거예요. 어린이음악캠프도 하고, 교사와 어른들 음악캠프도 하고...그리고 어린이노래공원에는 안됩니다가 아니라 됩니다컨셉으로 가야지요. (안에서) 소리내도 됩니다, (작품을) 만져도 됩니다, (잔디밭에)들어가도 됩니다...이런 공원을 꿈꿉니다.”

그가 꾸는 꿈에 같이 빠져있다가, 어두워진 왈왈에서 일어섰다.

가수 김광석씨 딸의 사망으로 재조명되는 가수 김광석에 대한 인터뷰를 준비한다고 했다. 김광석씨를 사망 전날 마지막으로 만났기에. “김광석씨의 음악 이야기를 빼면 취재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모두 거절했는데 JTBC 스포트라이트여서 응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의 별난 꿈에 젖어 소년과 소녀가 맞장구치며 꿈길을 거닐다, 현실로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가방을 챙기며 일어서는 그의 어깨 위로 그가 작곡한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노래가 흘렀다.

시를 노래로 만든 별을 세상에 뿌리는 노래하는 피터팬’. 개밥을 아주 많이 오래오래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글 임현주 기자/ 사진 음악카페 왈왈제공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3-75 더 스텝동 음악카페 왈왈

 


 ▲ 공연중인 백창우, 그는 시를 쓰고 노래하며 꿈을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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