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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㊾ 연희창작꿈의학교친구들

입력 : 2016-12-21 1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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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마당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줬어요” 



 

청소년들의 똑 부러지는 시국발언

요즈음 청소년들의 표현의 자유가 이슈화 되고 있다. 오직 머릿속에 ‘수능’밖에 없을 줄 알았던 중고생들이 광장에 나와 외치고 똑 부러지는 시국발언들이 인기를 끌어 유튜브를 장식하고 있다. 이들의 내면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아니,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것이라면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12월 18일 일요일 운정행복센터에서 ‘창작 연희 꿈의 학교’ 발표회 <난감하네> 공연이 있었다. 난타, 진도북, 청소년 밴드, 5개의 단막극으로 이루어진 공연은 ‘잘한다!’ 하는 관객의 고함 소리를 이끌어냈고 무엇보다 아이들 모두 함께 즐기고 웃는 잔치가 되었다.

 

‘고양·파주 창작연희 꿈의학교’

이쯤에서 잠깐, 들어는 봤나? ‘꿈의 학교’

꿈의 학교는 경기도 교육청이 주관하는 교육 정책 사업으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기획하여 진로를 탐색하고 꿈 실현을 위해 학교 밖에서 스스로 운영하는 교육활동이다.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 학교와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 학교가 있다.

2016년도에 파주에서는 찾아가는 꿈의 학교 4개 (창작 연희, 북 드림, 영어마을 뮤지컬, 헤이리 예술)가 있고, 만들어가는 꿈의 학교 5개 (북 드림 외전, 청소년 의회, 드림 스카우트, RID, 술이홀 출판)가 있다.

그 중 ‘고양·파주 창작연희 꿈의학교’는 참가 학생들의 자체적 활동을 통해 기획·홍보, 가, 무, 악, 극의 제작 구성, 편성과정과 공연, 연출의 총 과정에 자발적 참여와 자치적 운영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역할을 통해서 각자의 적성을 발견하고, 자신감과 성취감을 높여 진로를 모색하도록 돕는다. 운영은 주말 합숙 형태로, 합숙을 하며 서로 이야기 하고 함께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창작연희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법원리에 위치한 율곡문화연수원은 선생님들의 교육 연수를 위해 쓰이는 곳인데 일정이 비는 주말에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시설을 빌려주고 있다.



 

어둡던 아이가 밝아져

임 모군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실직했다. 15년 동안 몸담았던 출판 시장의 번잡한 경쟁이 싫었던 아버지는 도시를 버리고 고향으로 갔다. 그러나 시골 할아버지는 대학 보내 놓은 아들이 힘든 농사를 지으러 왔다며 역정을 내고, 엄마는 눈물 바람, 아버지는 한숨 바람 하는 날들이 많았다. 아버지는 토마토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철사에 얼굴이 찢어지고 다리의 십자 인대가 어그러져 수술을 받기도 했으니 시골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헤이리 근처 작은 공장에 취직을 해서 파주에 올라와 터전을 잡게 되었다.

 

이러는 사이 항상 잘 웃고,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중계방송을 하듯 말이 많았던 임모 군은 차츰 말이 없어지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임 모군의 부모는 항상 그것이 안타까웠다. 세상 모든 고민을 다 짊어진 아이처럼 표정이 굳어가는 아들. 꿈의학교 1기생인 한 모군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꿈의 학교에 참가하게 되었다.

임 모군의 아버지는 말했다. “우리 아들이 참, 밝아졌어. 뭐지? 꿈의 학교가 변하게 했나?”

 

아이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꿈의 학교에는 임 모군과 같은 친구들이 많다. “제가요, 원래는 이렇지 않았는데요, 변했어요” 하는 친구들이 많다. 유금옥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받은 어느 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합숙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밤이 되어도 잠에 들지 않고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방이 있어 가 보았더니 아이들이 모두 둥그렇게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더란다. 들어보니 한명씩 돌아가며 친구들에게 섭섭했던 점을 말하고 어떻게 고치면 좋은 지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들 하고 있었다.

 

“그때, 너가 나를 툭 치고 사과도 하지 않고 간 날. 나 좀 서운했어.”

“그래? 나 몰랐어, 미안해.”

“@@아, 너는 말 할 때 친구들 팔을 주먹으로 치는 버릇이 있는 것 같아, 그런데 맞는 사람은 아프고 기분 나쁠 수 있거든, 고치려고 노력해봐.”

“어, 그래 알았어.”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무르익고 무르익어 부모님 이야기를 하고 집 안에서 가족들이 싸운 이야기도 하고, 사정이 있어 한 부모와 사는 아이의 이야기도 나왔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어른 보다 훨씬 낫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눈시울이 젖었다 한다.



 

“꿈의 학교는 내 인생의 빛나는 경험이에요.”

아이들에게 꿈의 학교가 왜 좋은 지 들어봤다.

 

“꿈의 학교에 와서 용기가 생겼어요. 말도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많은 친구들과 사귀게 되어 좋아요. 꿈의 학교는 내 인생의 빛나는 경험이에요.”

 

“나에게 꿈의 학교는 한번이라도 꿈을 꾼 것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에요. 여기 와서 다른 학교 친구들과 후배들이 생겨서 좋아요. 다른 꿈의 학교도 많이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같이 숙박해서 좋아요. 친구들이랑 놀 수 있고, 무대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고 보람 있네요.”

 

“꿈의 학교에 와서 엄청 활발해졌어요. 발표도 잘 할 수 있게 되었고 논리적으로 말을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후배들에게 공부도 적당히 하면서 생각을 키워서 꼭 꿈을 이루라고 말 하고 싶어요.”

 

“꿈의 학교에 오려고 세수하고 짐 싸고 하는 것은 좀 귀찮지만 오면 가장 편하고 재미있어요. 나갈 때는 멘탈이 깨져서 나가지만 집에 가서 생각하면 역시나 꿈의 학교는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꿈의 학교 좋아요. 평소에 하지 못하는 일들을 접할 기회가 되어요. 공연 준비를 하고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아요.”

 

“사람 사귀는 것을 잘 못했는데 여기 언니 오빠들이 다 좋아서 사회성이 발달 한 것 같아요. 1박 2일 동안 합숙하여 독립심도 자랐어요. 1기 선배들처럼 나도 후배들에게 잘 할 거예요.”

 

“꿈의 학교는 어른들의 도움 없이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배우고 자립성을 키우는 곳이에요.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고 계획도 우리 스스로 짤 수 있어요.”

 

“전에는 제대로 협동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팀원 과제 수행도 어려웠는데 여기 와서는 잘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여기는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손으로 하니까 정말 좋아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뭐든지 당당하게 할 수 있고 제 꿈인 과학자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도전 정신이 생겼어요. 뭐든지 는 겁이 안나요. 꿈의 학교는 제 인생의 소금이에요. 없으면 허전한 존재예요.”

 

“친구들과 함께 여러 가지를 하는 것이 좋아요.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과제를 짜주고 방법을 알려주시는데 여기는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손으로 하니까 정말 좋아요.”

 

“친구들이랑 놀아서 재미있어요. 학원 때문에 친구랑 많이 못 노는데 여기 오면 실컷 놀 수 있어요. 멀티플레인이 된 거 같아요.”

 

“꿈의 학교는 소통이에요. 여러 학년들끼리 모여서 친해지고 하나가 되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은 소통의 힘이에요.”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경험을 쌓고 싶다면 꿈의 학교에 오세요. 창작연희 꿈의 학교에서는 합숙을 하니까 공동체 의식과 리더십을 기를 수 있어요.”

 

“모르던 형, 누나, 친구들과 많이 친해졌는데 이 관계를 계속 지속했으면 좋겠어요. 꿈의 학교는 열네 살 동안 제 인생 중 최고의 선택이에요. 후배들아, 꿈의 학교는 대한민국의 어떤 교육 보다 좋은 것이니 꼭 함께 했으면 좋겠다.”

 

“창작연희 꿈의 학교에 오면 할 것이 있어요. 학교에서는 할 것이 있어도 귀찮은데 여기서는 진정 즐기면서 할 수 있어요. 경쟁이 아닌 협력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나를 느낍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주는 것

스스로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말이 많았다.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다. 정해진 계획 속에 진정한 것인 지도 의문스러운 그 목표를 위해 아이들을 줄 세울 필요가 있겠는가? 학교는 산업사회에 필요한 인력양성시설로 처음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이제 산업사회는 간다. 다양한 창조성이 요구되는 정보화 사회이고 더욱이 2017년 대한민국은 아주 새롭게 변할 것이다. 그렇게 변하고 싶다고 아이들이 광장에 나와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때에 어른들이 할 일은 아이들이 스스로 모여 스스로 놀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글 허영림시민기자 / 사진 한상일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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