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⑳ 삵

입력 : 2016-11-04 11:32:00
수정 : 0000-00-00 00:00:00

 

⑳ 삵




한반도 최후의 맹수, 비운의 삵 

겨울이면 파주 공릉천에 개리, 재두루미, 털발말똥가리, 큰기러기 등 희귀한 철새들이 많이 찾아와 그곳에서 살다시피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노을도 사라져 어둑어둑해질 무렵 함께 조사하던 회원이 “와~ 저 고양이는 참 크다”라고 탄성을 질렀다.

 

차 앞을 스쳐지나가는 물체를 보고 나는 스프링처럼 밖으로 튀어갔다. 삵이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혼미한 정신을 간신히 잡았던 그때, 내 생애 처음으로 삵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삵은 영어로는 Leopard Cat. Prionailurus bengalensis (Kerr, 1792)이며, 다른 말로 살쾡이라고도 한다. ‘살쾡이’의 ‘쾡이’가 ‘괭이’와 연관이 있는데, ‘괭이’는 ‘고양이’의 준말이다. 그러나 ‘삵’은 그 자체로 ‘살쾡이’를 뜻하는 단어였다. 모습이 ‘고양이’와는 비슷해도 단어 ‘고양이’와는 아무 연관이 없었던 단어였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포유류 2급 보호종으로 지정된 삵은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가 사라진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고양이과 동물 중 먹이 사슬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야생 맹수다. 고양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분류학적으로 속이 다르고, 오랜 기간 동안 완전히 다른 진화과정을 거쳤다.

 

삵은 스스로 맹수임을 자청하여, 걸어갈 때 일직선으로 이동하며 어떤 위험이 닥쳐도 고양이와 다르게 오던 길을 뒤돌아가는 법이 없다. 장애물을 만났을 때 우회하며 앞으로만 전진하고 아무리 큰 위협을 해도 고양이처럼 소리 지르며 갑자기 도망치지도 않는다. 천천히 그리고 은밀하고 빠르게 자취를 감출뿐 겁에 질려 요동하지 않는 맹수로서의 위엄을 보인다.

 

과거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무척 흔하게 볼 수 있는 맹수였는데, 1970년대 이후 쥐와 벌레 잡기 열풍이 불면서 엄청난 숫자의 삵은 쥐약과 살충제에 의해 희생되었다. 필자는 7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학교에서 쥐꼬리를 숙제로 내서 참 힘들었던 때가 있다. 그때 가장 싫은 숙제가 변봉투와 쥐꼬리 내는 것이었다. 쥐잡는 일은 그 당시에 애국이고 국가경제를 살리는 활동 중의 하나로 추진되었고, 식량자급이라는 목표아래 일사 분란한 행정은 다양하고 조화로운 야생동물들의 터를 바꾸었다. 생물들 상호간에 근근이 유지되던 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시켜 한반도 생태계를 되돌릴 수 없는 환란에 빠트렸다.

  

그 결과 삵들의 터전뿐만 아니라, 여우 호랑이, 늑대, 표범들의 먹이사슬도 이때 완전히 무너지면서 한반도에는 삵 이외의 모든 맹수들도 생태계의 파괴와 함께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아름다운 한국, 모든 생물이 평화로운 공존으로 더 가치 있는 우리의 삶터를 만들 노력은 이들의 서식지를 위태롭게 하는 모든 것을 우린 분명히 막아야한다. 우리와 함께 사는 모든 생명을 위하여.

 




동물소개꾼 김승호
DMZ생태연구소장



#51 창간2주년 특집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