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보기 하늘보기 ④ 나를 품은 작지만 큰 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입력 : 2015-01-23 14:20:00
수정 : 0000-00-00 00:00:00
수정 : 0000-00-00 00:00:00
나를 품은 작지만 큰 새 붉은머리오목눈이
10년 전 새 공부를 하면서 만난 붉은머리오목눈이. 일명 ‘뱁새’.
길가 덤불 속을 재재대며 무리지어 빠르게 이동하는 특성 상 관심 갖고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그냥 새이려니 하고 지나치던 작은 새가 어느 날 내 마음을 홀딱 빼앗아 버렸다. 어쩜 그리 귀엽고 예쁜지... 참새보다 작고 전체가 약간 붉은 빛을 띠는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짤막하고 도톰한 부리와 며느리밑씻개의 까만 열매를 콕 박아 놓은 듯한 두 눈이 압권이다. 몇 해 전 여름, 해타굴밭 풀숲을 정리하다 자연의 큰 선물을 받았다. 뻐꾸기의 탁란 현장을 내 눈앞에서 볼 수 있었으니... 나의 인기척에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된 어린 뻐꾸기는 내가 어미새인 줄 알고 입을 쩍 벌리고 먹이를 달라고 도리질을 쳤다.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 잠깐 숨어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자연을 들여다보았다.
두근두근... 그런데 그들의 ‘새끼 기르기’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먹성 좋고 덩치가 제 몸집보다 열 배나 더 큰 어린 뻐꾸기를 자기 새끼로 알고 날개가 닳도록 먹이를 물어다 주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어찌나 안쓰러웠던지. 그 후로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앙증맞고 귀여운 새에서 모성애 지극한 큰 새로 내 맘속에 깊이 자리 하게 되었다.
조영권 (파주생태교육원 원장)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