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 칼럼 - 2026년 예산안 심의,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여전히 문제인가
2026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여러 언론에서는 “총지출 728조 원 유지”, “감액 9조 원대”, “여야 합의에 의한 신속 처리”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이재명표 예산이 그대로 살아남았다”고도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와 달리, 이번 예산안 심의의 실제 모습은 정치적 수사와는 거리가 있으며,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전략성 측면에서 여전히 많은 과제를 드러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예산을 숫자로 표현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예산 심의 과정은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투명해야 하며, 정책적 우선순위가 분명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 심의 과정에서도 그런 기준이 충분히 지켜졌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남습니다.
첫째, “대폭 감액”이라는 발표는 실제와 거리가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2026년 예산 심의에서 9.4조 원을 감액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 중 절반 이상인 4.8조 원은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이관 감액’이었습니다.
즉, 국회가 실질적으로 감액한 금액은 4.6조 원에 불과합니다.
감액 9조 원이라는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국회가 대대적으로 예산을 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행정적 이관 조정이 감액처럼 잡히는 착시 효과가 상당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방식이 국민들에게 정확한 재정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나라살림보고서>「2026년도 중앙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 수정안 리뷰」
둘째, 감액 중 상당 부분은 이미 정부가 ‘준비한 감액’이었습니다
국회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예산을 조정했다기보다는, 정부가 감액을 염두에 두고 편성한 사업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의 ‘통상 대응 프로그램 지원’(7,000억 → 0원), 산업부의 무역보험공사 출자(6,005억 → 295억) 등은 예산액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예산입니다. 프로그램 지원은 정해진 액수만 집행하면 되고, 출자는 미루거나 다른 방법으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큰 폭 감액처럼 보이지만, 같은 성격의 사업이 다른 이름으로 1조 1천억 원 이상 증액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지출 축소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국회가 이러한 구조적 착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 즉 감액·증액의 실질적 정책 효과를 평가하는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올해도 ‘지역구 챙기기 예산’은 반복되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대목 중 하나는 국유재산관리기금의 지역구 증액 문제입니다. 올해 국회 심의에서 경찰 관련 시설 40건에 279억 원이 신규 반영되었습니다. 파출소·지구대 신축, 관사 개선, 경찰서 리모델링 등이 그 내용입니다.
이 사업들은 부처가 우선순위를 정해 제출한 것이 아닙니다. 국회에서 의원 개별 요구에 따라 신설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이러한 방식이 정책적 우선순위가 정치적 영향력에 밀리고, 준비가 충분치 않아 예산이 이월되거나 집행이 지연되는 문제를 야기합니다.
언론도 “여야 실세의 지역구 챙기기”, “AI 예산 깎고 지역구 늘렸다”고 보도했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예산정치의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줍니다.
넷째, 검찰 특수활동비 감액도 실제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2026년 예산안에서 검찰 특수활동비는 40.5억 원 감액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업추진비는 50억 원 증액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검찰 운영 재원은 거의 줄지 않은 셈입니다.
저는 이것이 “감액의 상징성”은 있지만 “투명성 강화의 실질적 효과”는 부족한 사례라고 봅니다.
다섯째, 소소위 중심의 비공개 심의는 국회 신뢰를 저하시킵니다
국회가 예산을 어떻게 증감했는지, 어떤 사업이 왜 반영되었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이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2026년 예산안 심의는 ‘개선’보다 ‘반복’이 많았습니다
물론 국회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예산이라는 국가 정책의 근간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회의 책무입니다. 또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가 공개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국회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더 투명하고 전략적인 예산 심의를 해나가길 기대합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