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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고정순, 길벗어린이) 독서감상문 -  혹시, 그대도 사랑을 못 믿나요?

오피니언 | 작성일: 2025-11-20 17:24:18 | 수정일: 2025-11-20 17:36:52

옥춘당(고정순길벗어린이독서감상문   

  혹시그대도 사랑을 못 믿나요?  

 

                                                                                                                              신양수

 

 사랑을 믿는 당신에게’ 이 책은 그렇게 만화와 함께 시작한다표지에서부터 색감도 문장도 아련함으로 아니몽한적으로 독자를 맞이한다나는 과연 사랑을 믿는 사람인가그렇다고 해두자이 책은 그런 사람에게 보내는 서신 같은 책이니까

 전쟁고아인 고자동과 김순임을 만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내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세대를 거쳐 아버지나와 이어지는 일련의 삶이 고자동이고 김순임고상권 그리고 의 이야기와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고자동의 역할은 시아버지의 삶과 같다는 부등호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결혼하고 시댁에 방문했던 1989년을 기억한다헤어진 메리아스가 화장실 못에 걸려 있었고 그 귀퉁이 귀퉁이마다 닦은 오물이 묻어있던 기억화장지 두 칸 세 칸의 문제가 아니었다화장지조차도 사치였던 시절은 그리 먼 과거가 아니다시아버지는 북에서 넘어와 혈혈단신 기댈 곳 없었지만 이웃과 이울려 잘 보내시다 치매로 돌아가셨다는 점도 고자동과 같다

 아버님이 치매로 돌아가시고 20년을 넘게 더 사시고 노환으로 돌아가신 시어머니는 옥춘당의 주인공김순임과 닮아있다시어머니는 옥춘당은 제사나 차례에서 혼을 부르는 역할을 한다는 말씀과 함께 단 한 번도 제사상차례상에 떨어뜨리지 않고 올리셨다의례가 끝나면 한입에 넣을 수 있게 조각난 옥춘당을 검은 봉지에 싸서 두고두고 손자들 입에 넣어주셨고며느리인 나에게도 인심을 쓰셨다지금도 혀끝에 남아 있는 그 달디단 맛은 내 삶이 힘들 때 이겨내는 충전이 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는 두 분을 위한 제사와 차례를 지낸다그때마다 나는 두 분을 생각하며 옥춘당은 빠뜨리지 않고 올린다한가지 달라진 것은 옥춘당은 아이들 입으로 들어가지 않고 잘게 부수어 설탕 대신 음식 양념으로 쓴다어렇게나 저렇게나 여전히 옥춘당은 우리의 미각 속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전쟁고아는 아니지만 어려서 엄마를 잃고월남 간 아버지를 둔 나는 고아 같은 험난한 삶을 살아왔다그래서사랑을 믿는 당신에게라는 서두에서 주춤거렸는지도 모른다이 책을 읽으면서 옥춘당의 추억을 소환하면서 주춤거림이 사라졌다충분히 나는 사랑을 믿기로 했다

 전쟁고아로 페암으로 떠난 고자동 할아버지는 시아버지가 남긴 인자한 사랑을 소환했다소심하여 남편이 유일한 친구였던 아내남편이 떠나고 말을 잃고 요양원에서 온몸에 시간이 빠져나감을 오롯이 느끼며 사라진 김순임은 소리 없이 온 정성과 친절을 가르쳐 주셨던 시어머니를 기억하게 했다옥춘당의 선명한 색감이 나의 기억을 소환하고 좀 더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역사 속에서 있었던 전쟁과 현대화와 발전 그 과정이 이 책에서는 한 개인의 인생을 통해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다아직도 그 역사는 옥춘당을 따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슬픔때로는 기쁨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그 과정에서 한 개인이 베풀었던 친절이 모이고 모여 따뜻한 사회가 되었을 테고한 개인의 부지런 함과 성실함이 모여 나라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져 왔음을 기억하게 하는 책이다글보다는 그림과 만화가 주는 메시지가 더 공감을 불러온다그리고 남의 일이 아닌 그대와 나의 삶이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옥춘당이 소환한 그리움으로 11월은 충분히 사랑하고도 남음이다혹시그대도 사랑을 믿지 못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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