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일산에서 터졌는데 왜 파주시 물이 사흘이나 끊기지?
일산에서 터졌는데 왜 파주시 물이 사흘이나 끊기지?
34개 하천에 물이 흘러가는데 먹을 물은 없었다
파주시에 압도적으로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지역에 사흘 동안 물이 나오지 않아 시민들이 난리가 났다. 식당은 문을 닫고 편의점과 마트에 생수가 동났다.
“수도권 광역상수도 공사사고로 오늘 13:00시부터 운정동, 야당동, 상지석동 금촌동, 조리읍 일원 단수입니다. 사용하실 수돗물을 미리 받아놓으시길 바랍니다.”
파주시가 지난 11월14일 오후 12시23분에 띄운 안전안내문자였다. 파주시 23만 가구 중 17만 가구가 모여 사는 지역들이다. 피해 가구수가 72.9%가 될 것으로 파주시는 예측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상황보고를 한 페이스북 글에는 시민들의 불만의 글이 줄줄이 달렸다. 퇴근했더니 물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냐, 씻지 못하는 것은 하루쯤 버티겠는데 화장실은 어떻게 하냐부터 당장 시장 그만두라는 댓글도 달렸다. 파주시 공무원들은 수많은 항의 전화에 시달리며 밤새 고생했을 것이다.
사고는 언제든 날 수 있다. 사고가 났을 때 시민들은 행정이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평가한다. 이번 단수 사태는 사고 발생과 사후 대처에 한강유역환경청과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 잘못이 크다. 수자원공사는 사고가 나고 세 시간이나 지나서야 파주시에 통보했다. 그런데 파주시의 대처도 우왕좌왕, 좌충우돌이었다. 언제부터 물이 나오는지 안내조차 없다가 15일에 ‘오늘 중 복구’하겠다고 했지만 16일에서야 물이 나왔다. 물탱크가 큰 아파트는 수돗물이 빨리 나오고 빌라나 단독에 사는 집에는 늦게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수도관은 일산에서 터졌는데 일산이 아니라 파주시에 물이 나오지 않는지 질문하는 사람이 없다. 수돗물이 끊기지 않은 지역은 왜 나오는지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저 물 나오는 동네 사는 사람들을 잠시 부러워할 뿐이다.
파주는 팔당댐에서 한강물을 쓰는 지역과 임진강 물을 쓰는 지역이 있다. 이번에 수돗물이 끊긴 동네는 팔당물을 먹는 지역이다. 이번 단수 사태는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파주시는 국가하천 4개를 포함해 34개의 지방하천이 흐른다. 기초자치단체 중에 이 정도 많은 하천이 흐르는 곳이 없다. 국가하천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하구에 파주가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하천과 일곱 번째 큰 하천 하구가 있는 지역이다. 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류, 지천이 많고, 시골지역이니 뚜껑 덮은 복개하천도 없다.
이 하천의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임진강과 한강이라는 두 개의 큰 강물에만 의존하고 있다. 한강물은 서울, 경기, 인천이 모두 끌어다 쓰고 있고, 임진강은 북쪽이 황강댐 물을 막고 있다. 팔당댐은 2030년부터는 공급할 물이 없다고 한다. 임진강은 가뭄 때면 북쪽에서 물을 내려보내지 않고, 홍수 때는 엄청 쏟아부어 연천, 파주에 홍수피해를 주기도 한다.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도 대부분 두 개의 하천에 의존한다.
서울은 지천들 대부분을 복개 했고, 인천은 도심 기준으로 16개 지방하천 밖에 없다. 파주는 한강과 임진강 빼고도 지방하천 이상이 32개나 되는데 그 물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지방하천의 하천정비, 주변개발을 심의하는 경기도하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2년간 참여한 적이 있다. 회의는 하천부지에서 제외해 달라는 ‘폐천’ 안건이 대부분이었다. 하천부지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데 하천부지에서 제외하면 아파트나 기타 건설사업을 위한 땅으로 팔아먹을 수 있다. 폐천해 달라는 곳 주변은 어김없이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었다.
▲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는 동문리 못말의 두꺼비연못. 연못, 둠벙, 자연형농수로는 빗물저장 기능으로 만들었지만 다양한 생명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답답하던 차에 당시 하천관리위원으로 참여하던 백경오 국립한경대 교수와 국토환경연구원 이현정 박사와 의논해 지방하천 주변에 둠벙같은 크고 저류지를 만들어 농사에 이용할 빗물저장시설을 늘리자는 안건을 제출했다. 저류지는 생물다양성을 높이는데도 유용하다. 수리수문학자 둘이나 같이 제안했는데도 경기도 담당부서 공무원들은 안건이 제출됐다는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경기도 소유 부지인 하천부지를 팔아 장사할 생각만 한다고 생각했다. 국가하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농‧배수로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는 자연형 농‧배수로를 시멘트로 바르고 있다. 자연형 농‧배수로는 물이 잘 흐르도록 봄철에 준설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서 시멘트수로로 바꾸고 있다. 관리를 안하니 시멘트로 바꿔 물이 잘 빠지도록 해달라는 농민들의 요구도 많다고 한다. 시멘트 수로는 개구리와 동물들, 사람도 빠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파주시 도시설계와 계획은 더 포괄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파주시는 서울시와 안양시를 합친 정도로 넓은 면적인데 운정, 교하 지역 8.26%에 인구 53.7%가 운집해 살고 있다. 나머지 넓고 넓은 지역은 논밭이다. 대단히 기형적인 도시구조다. 인구집중 현상이 대한민국 축소판이다.
그런데 현재 작성 중인 ‘파주시 2040 도시기본계획’에는 현재 57만 3천 명의 인구를 2040년에는 77만 2천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저출산 시대에 목표인구를 그렇게 잡은 근거도 불분명하지만, 77만 명이 살 수 있는 상수도, 하수도, 전기 등 필요한 시설계획이 없다. 온실가스 60% 감축목표를 세웠는데 그것도 어떻게 감축할지 계획이 없다. 쓰레기는 처리계획도 없다. 도로는 모두 서울과 파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와 GTX, KTX 등 건설만 있다.
이번 단수 사태를 계기로 파주시는 2040 도시기본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또 수돗물은 시민들이 쓰는 대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떨 쓰도록 하는 대책도 세워야 한다. 농촌지역에 살기 때문에 가뭄 때마다 농민들이 애태우는 것을 본다. 트럭에 물을 가득 싣고 논으로 밭으로 종일 달린다. 올해도 들깨 심을 때 비가 오지않아 농민들 애를 태웠다. 그럴때도 도시지역에서는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물을 펑펑 쓰고 있다. 시민들 생활도 바뀌어야 하지만 그보다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
파주 농촌지역 대부분은 우수와 하수관이 분리돼 있지 않다. 이건 한강유역환경청 관할인데 하수관로 예산은 도심지역에만 주고 있다. 오늘 설거지, 청소, 빨래를 하는데 쓴 물을 그냥 하천으로 흘려보낸다.
우수와 하수관 분리와 빗물 저장과 이용은 홍수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립한경대 백경오 교수는 ‘임진강판 4대강 사업’이라 불렸던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을 국토부가 추진하려고 할 때 홍수예방은 임진강 준설이 아니라 하수관로 개선 같은 내수배제 사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고가 났는데 고치지 않고 똑같이 가면 정부와 자치단체가 재난이 된다. 이번 파주 단수사태를 교훈삼아 건물만 화려하게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는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밥은 하루 굶어도 살지만 물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다. 시장과 시도의원, 국회의원들은 생색이 나지 않더라도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일했으면 좋겠다.
노현기 시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