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 국유재산 헐값 매각 논란, 재정 민주주의의 경고등
정창수 칼럼 - 국유재산 헐값 매각 논란, 재정 민주주의의 경고등
국유재산, 사상 첫 두 해 연속 감소
2024년 대한민국의 국유재산은 1,344조 원으로 전년 대비 24.6조 원 감소했습니다. 국유재산관리운용보고서가 발간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자산이 줄어든 것입니다. 단순히 세수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국가가 보유한 자산 규모까지 감소한 셈입니다.
이는 2012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12년 만의 첫 감소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해 연속으로 자산이 줄어든 것입니다. 특히 2024년 국유재산 매각액은 77조 원으로, 국회에 제출된 계획액(33조 원)을 136% 초과했습니다.
국가가 보유한 자산을 예고 없이 대규모로 처분했다는 점에서 “국유재산 헐값 매각” 논란이 촉발되었습니다.
대통령의 긴급 지시와 정부의 혼선
논란이 확산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0월 말 “공공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매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뜻이었지만,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미 예정된 매각을 갑자기 멈출 수 없다”며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실제로 일부 기관은 “매각 금지령” 이후에도 진행 중이던 계약을 취소하지 못했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은 “정부 방침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며 혼란을 호소했습니다.
즉, 대통령의 지시는 정치적 메시지로는 강력했지만, 제도적 기반 없이 즉흥적으로 내려진 조치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급하게라도 이러한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헐값 매각의 구조적 문제
마구 판 것도 문제지만 헐값에 팔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반값 매각이 2022년까지 연 1건 수준었지만 지난해·올해는 연 30건 가까이 발생했습니다. 42억 원짜리 제주도 땅이 21억 원에 매각되는 등 작년에만 28건이었습니다.
국유재산 매각 논란은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재정 운용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냅니다.
첫째, 세수 결손 압박입니다. 2023~2024년 두 해 동안 90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기재부는 세입 확보를 위해 단기 현금화 가능한 자산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낮은 매각가율로 실질적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둘째, 통제의 사각지대 문제입니다. 국유재산은 세입·세출 예산과 달리 국회 통제를 받지 않아, 보고 만으로 처분이 가능했습니다. 국유재산 관리운용총보고서가 매년 국회에 제출되지만, 그 내역은 결산 심사에서 논의되지 않습니다
셋째, 투명성 부족입니다. 매각 대상·금액·이유가 공개되지 않고, 외평기금·특별회계 보유 자산은 회계 외부로 분류되어 국민의 감시가 불가능했습니다.
넷째,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 하락입니다. 2022년 95% 이상이었던 낙찰가율이 2024년에는 6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국가가 스스로 자산 가치를 깎아 팔았다”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매각투명성과 매각 이후 감사제도를 통해 책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매각 결과를 결산서 뒷면에서나 확인하는 구조입니다.
재정의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 회복이 중요
헐값 매각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첫째, 국회 사전심의·사후보고 의무화입니다. 국유재산 매각은 예산 심의 수준의 절차로 격상해야 합니다. 국민의 재산을 처분하는 일에는 반드시 민주적 통제 절차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둘째, 캠코·기재부·국토부가 공동으로 매각 대상·가격·입찰자·감정가·낙찰가를 실시간 공개하는 매각 정보 플랫폼을 운영해야 합니다.
셋째, 단순한 매각 실적이 아니라 자산 효율 관리 성과를 평가하는 성과연동형 재산관리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넷째, 정부 각 부처가 보유한 자산의 매각·관리·활용을 총괄하는 독립적 감독기구가 필요합니다.
국가의 집을 팔 때, 국민의 동의가 필요
국유재산은 단순한 행정 자산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삶의 기반이자 미래 세대의 자산입니다. 따라서 그 처분은 시장의 속도보다는 공공의 신뢰가 우선 되어야 합니다.
이번 헐값 매각 논란은 정부의 단기 재정 운영 방식과 국회의 소극적 통제가 만들어낸 “재정 민주주의의 경고등”입니다.
대통령의 지시, 정부의 점검, 국회의 제도 개선이 지속 가능한 재정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국유재산 관리의 원칙은 단 하나,
“국가의 집을 팔 때는 반드시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