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신문

고정순 작가님의 '옥춘당' 감상문

오피니언 | 작성일: 2025-06-20 18:17:38 | 수정일: 2025-06-20 18:23:28

 

안녕하세요. <파주에서 신문> 보다가 옥춘당이 올해의1도시1책으로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저도 감상문을 제출해봅니다.

파주 토박이이지만 길치라 네비게이션을 켜고 여행자처럼 다니는 읽고 쓰는 신하령입니다.

 

고정순 작가님의《옥춘당》을 읽었다. 이미 많은 인친님들이 보시고 리뷰도 많이 올려주셨는데 생각과 좀 다른 느낌이었다.

이 책을 그림책이라고 해야하나, 분명 어린이 책인데 어른이가 봐도 찐 감동인 책이다.

책 표지를 잘 보면 옥춘당 글자 'ㅇ'안에 사탕이 들어가 있다. 책등도 사탕의 단면이 담겨 있다.

전쟁 고아로 만난 두 사람 고자동 씨와 김순임 씨.

그들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의 아이, 손자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흐른다.

기차역이 있는 작은 도시에서 삶의 터전을 일군 두 사람은 서로가 참 애틋하다.

“오줌은 두 칸, 똥은 세 칸”이라는 할머니 잔소리로 피식 웃게 되다가

“모래 요정 바람돌이 우리의 친구”를 불러주시는 할아버지가 넘 귀여워보이고....

여름 날 수박과 함께 선풍기 앞에서 바람을 쐬는 모습과 열 손가락 모두 꽁꽁 묶어 봉숭아물 들이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어린시절 할머니댁에서의 추억을 떠올렸다.

“김순임 씨가 천천히 녹여 먹던 사탕. 제사상에서 가장 예뻤던 사탕. 입안 가득 향기가 퍼지던 사탕.” -51페이지

“난방비 아낀다고 겨울에 춥게 있지 말고 휴지 아낀다고 궁상떨지 말고. 먹고 싶은 거 있음 애들한테 사 달라고 해.” -66페이지

말수가 적은 할머니 순임 씨에게는 할아버지가 유일한 친구이자 배필이었다. 쨍한 햇빛을 가리는 모자를 챙겨주고 늘 손을 잡아주던 단짝 고자동 씨가 암으로 세상을 뜬기 전 순임 씨에게 하는 당부의 말이 슬펐다. 떠나기 전 홀로 몸을 닦는 모습도 마음 아팠다.

“할머니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의 시간에는 관심 없는 사람 같았다.” -83페이지

할아버지를 보내고 홀로 남은 할머니는 조용한 치매에 걸리는데 인파에 놀라 오줌을 싸고 아이처럼 울고 집에 돌아와 곤히 잠든 모습이 애처로웠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할머니의 요양원 생활. 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보이는 순임 할머니는 동그라미만 종일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 장면은 할아버지로 부터 사탕을 받아 먹고 손을 잡은 모습이다. 그리고 남은 할머니의 220mm 실내화. 여운이 깊은 그림책이다.

집없는 설움을 크게 느껴 술집나가는 아가씨들을 싼 방값을 받고 들여 동네사람의 빈축을 사지만 ‘쓰레기 줍기,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기, 밤에 시끄럽게 하지 않기’ 등의 규율을 지키도록 해서 마음을 돌이킨 사연도 가슴을 찡하게 했다.

내가 원하던 이상형이시네.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우리 남의편이 늙어서라도 고자동 할아버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헛된 소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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