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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60) 교하읍 오도리 마을사람들

입력 : 2017-06-28 13:23:00
수정 : 0000-00-00 00:00:00

 

평화로운 마을에

 

동물화장장이 웬말이냐!!






 

어르신들의 눈물겨운 연대

지난 6월 14일 탄현면사무소 앞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피켓을 들고 앉아계셨다. 아니, 왜? 교하동 주민들이 이 곳 탄현면까지 왜 오셨을까? 손에는 ‘오도동과 법흥리, 수리부엉이 서식지’ ‘개 태우면 부엉이 죽는다’라고 쓰여있었다. 80세의 홍기동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조용하던 마을에 동물화장장이 들어오면 수리부엉이가 죽어요. 우리도 제대로 눈 못감아요. 그래서 탄현에 온 거예요.” 오도동은 작년부터 마을안에 들어오는 아가펫사의 동물장묘장 설립 반대투쟁중이다.

이 날은 탄현면에 들어서는 ‘파주장단콩웰빙마루 상생협의회’에서 ‘부엉이 서식지 보존 문제’를 논의한다고 해서 연대하러 오신 것이었다. 회의장 참가가 거절되어 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하신 어르신들은 2시간 넘는 시간동안 거리에 앉아계셨다.


▲ 2016년 7월 1일 파주시청앞 침묵시위(출처-파주시대)

 

구절초 천지였던 중고봉 장명산

오도동을 감싸고 있는 장명산은 백두대간 한북정맥의 끝자락이다. 태백산맥에서 내려오는 한북정맥이 바로 여기에서 끝나기에, 고지도에도 장명산은 반드시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장명산 중고봉이 구절초 천지였어. 애 못낳은 사람도 아기 낳는다고 난리였지.”(이춘자 73세)

“오래 살려면 여기 구절초 베어다 다려먹어야 혀” (정용희 75세)

장명산파주팬션을 운영하는 대책위 부위원장 조현욱(52세)는 이렇게 말했다.

“장모님이 일산에 살았는데. 장모님과 장모님의 어머니 때부터...구절초 꺾으러 장명산 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때는 전국에서 왔대요. 구절초 다려먹으면 오래 산다고. 줄서서 뜯어갔다하고, 9월 9일날은 울산에서 차대절하고 와서 구절초 뜯고...산에 사람들이 꽉 찼었대요.”

오도리와 다율리에 걸쳐있는 장명산(長命山)은 교하의 진산(鎭山)이라 했는데, 석회석 광산개발로 산의 형체가 절반이상 잘려나갔고, 시멘트 공장과 하나환경, 공장들이 마을 입구에 줄지어 있다. 지금은 나무를 안하니 낙엽이 쌓여 구절초 씨가 발아를 못하고 다 썩어버리고 있다고 임중구(63세) 할머니가 설명했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이 장명산에서 매년 음력 10월 1일 당고사를 지낸다. 오도 1리(33통) 사람들이 제사를 지낸 것이 대를 이어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 장면산에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다. 작년 재작년 2년동안 새끼부양을 못했는데, 올해는 새끼 두 마리가 잘 자라고 있다고 임봉희씨(54세)가 말했다.

 

▲ 장단콩웰빙마루 상생협의회가 열리는 탄현면 사무소에서 피켓시위중인 어르신들

한반도 최고 명당 교하에 웬 화장장?

전 서울대 교수 최창조 박사는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통일 후의 대한민국 수도는 ‘교하’가 적지라며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그는 파주는 국토의 중앙이며 한강, 임진강, 예성강의 교회처(交會處)로 항만 입지가 좋다는 점 등 교하의 풍수적, 지리적 입지의 타당성을 그 근거로 들며, 풍수적으로 두 물길이 감싸는 ‘환포(環抱)’ 형국의 한반도 최고의 명당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여기 한 술 더 나간다. “저기 교하중학교 자리가 한국이 통일되면 청와대 자리라고 했다. 최창조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말했어.”

올해 이렇게 가물어도 물이 안마르니 여기가 천하 명당이라며 살기좋은 우리 동네가 나날이 망가져가고 있다고 모두들 한숨을 내쉰다.

80세 넘은 노인들부터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작년 4월부터 진정서도 내고, 시청앞에서 침묵시위도 하고, 마을길 천막농성도 하고, 경기도청 원정 시위도 하게 된 이유는 마을에 동물화장장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 인근기업들도 모두 반대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개정, 주민 갈등 부추겨

현재 동물장묘 시설은 허가 아닌 등록 사항으로 요건만 갖추면된다. 특히 2016년 1월 21일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등록신청과 반대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동물장묘업 등록 때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승인서 또는 신고증명서를 제출하게 한 규정이 삭제되어 동물장묘업이 들어설 수 있는 입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장묘업 등록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도 미약해져서 특정 장소(장사법 제17조로 묘지 설치 제한 장소: 주거·상업·공업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수변구역, 농업진흥지역, 하천구역, 산림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등) 이외 지역에 모두 들어설 수 있다. 또한 동물장묘업의 건축물 용도가 구분돼 있지 않아 동·식물 관련 시설(6곳), 근린생활시설(5곳), 자원순환시설(4곳), 장례식장(2곳), 묘지 관련 시설(1곳) 등 지자체마다 제각각 다른 건축물 용도를 적용하여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파주시는 3월 2일 ‘파주시 동물장묘시설의 설치 및 운영 지침’을 만들고, 5월 9일 ‘파주시 동물장묘시설의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부칙 2조 이 조례의 시행 전 법령에 따라 등록·신고한 동물장묘업자의 동물장묘시설은 이 조례에 따른 것으로 본다”는 경과조치 규정에 따라 아가펫은 조례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아가펫은 지자체가 운영지침이나 조례를 만들기 전인 1월 22일 법개정 다음날 등록신고를 한 것이다.



▲ 황애자 대책위위원장

아가펫은 법개정 다음날 등록 신청,

노인일자리 창출한다고 2억7천만원 지원받아

아가펫은 동물보호법이 개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 등록신청을 했다. 설비시설만 완비하면 등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어있었기에, 바로 옆 공장도 모르게 설비를 설치한 이후에 신고한 것이다.(이후 내용 일지 참고)

주민들이 더욱 경악하는 것은 동물장묘업 등록을 추진하던 아가펫이 노인일자리창출 명목으로 2억7천만원의 예산까지 지원받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내려오는 예산을 경기도에서 선정하여 지원하는데, 아가펫이 노인 일자리 10~20개를 늘리겠다고 지원을 받은 것이다.

“지금 등록 신청한 동물화장장에는 화장로가 2기이고, 2기를 가동하는데 교대한다고 해도 인력이 4명이면 충분해요. 카페 운영, 장묘 예식 등 인력을 얘기하는데, 과다포장된 것이예요. 아가펫에서는 파주만이 아니라 기업 전체 인원으로 받은 것이라 하는데 말이 안되지요.” 조현욱 부위원장은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원금 회수를 경기도에 요구했어요. 그런데 재판진행중이어서 결과를 봐야한다며 회수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더라구요.”

주민들은 파주시청과 경기도청 앞으로 시위도 나가고, 보건복지부에 항의하고, 국민신문고, 진정, 서명 등의 활동을 해가면서 세상을 새롭게 보고 있었다.

“도청에 가서 2번, 3번 난리를 치고... 핵심은 이거예요. 오도동주민들과 충분한 협의가 있는가? 이것이 없으면 허가를 안내줘도 된다는 대법원판례가 있으므로 등록 안받아줘도 되는 것이라해서 행정심판에서 이긴 겁니다.” 그렇지만, 올 5월 행정소송에서는 법적 요건의 충족만을 봤기 때문에 패소한 것이라 평가했다.

 

“조용히 있으면 5억을 주겠대요”

“1주일 전에(6월 중순경) 내가 부녀회장이랑 같이 어딜 갔어요. 거기에 아시는 분 친구분이 오셨는데... 고양법원 앞 ㅁ변호사의 사무장이라며 돈 벌게 해주겠다는 거예요. 저보고 ‘황애자씨가 강성이라고 소문이 났대’라며, 업체와 황애자가 대립하고 있으니 중간에서 합의해서 돈 먹자고. 조용히 하면 문산에, 임진강이 보이는 집에서 살게 해주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뭐라뭐라 해줬어요.”

동물화장장반대비상대책위원회 황애자 위원장(54세)이 마을 주민들에게 꼼꼼하게 정황을 설명하며 말을 이었다.

“5억이면 나에게도 큰 돈이예요. 재판에서 지든 안지든 가만이 있다가 뒷거래하다가 5억 받고 나갈 수 있어요. 그치만 그 사람에게 말했어요. 내가 아무리 똑똑하고, 아무리 강성이고, 아무리 잘났어도, 그건 내 능력이 아니다. 절대 주민을 팔아먹는 동장은 되지 않겠다고. 70~80대 어르신들 힘이 한 분 한 분 모아져서 오도동의 힘이 되는 거지... 내가 잘나서, 나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예요. 나혼자 무슨 힘을 발휘하겠어요. 주민이 협조가 되고, 95%가 단합이 되니 나에게 힘이 실어지는 것이지....” 황애자 위원장은 마을을 지키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파주시와 전·현직 마을 지도자와 교하동 여러 통장 등을 두루 만나고, 알리고, 설득하면서 마을 어르신들의 단단한 신임을 얻고 있었다. 그에게는 5억 유혹도 마을사람들의 신임보다 가벼운 것이었다. ‘나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니예요’라는 그의 우렁우렁한 목소리에서 진심으로 실천하는 열정적인 지도자를 보았다.



▲ 조현욱 대책위부위원장

“공공 동물장묘장 정책이 필요합니다”

조현욱 부위원장은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말했다.

“화장장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아무래도 죽음과 연결되고, 기분이 다운되고, 환경적으로 피해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은 이익을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가 올 수 밖에 없어요. 공공기관에서 화장장을 운영하면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흥림, 임중구, 정용희, 설영순, 이춘자, 김종숙, 전옥경, 임봉희, 홍기동. 마을 어르신들이 말을 이었다. “코 앞에 마을회관이 있는데, 거기서 화장장을 한다면... 화학물질과 미세먼지도 나오고...” “그것만이 아니예요. 레미콘 공장이랑 하나환경도 있고.. 먼지가 말도 못해서 장독대도 못열어요.” “저기 장명산에 수리부엉이가 살잖아요. 수리부엉이가 사는 환경이 사람에게도 좋은 거예요.” “파주시 공무원들이 자기도 여기 와서 살게 될지 모르니, 화장장은 절대 못들어오게 해야해요” “건강하게 살다가, 좋은 공기 마시며 살다가 죽고 싶어요.” “화장장이 들어오면 오도동은 끝이예요. 살기좋은 오도리가 아니라, 화장장오도리가 되는 거예요.” “애들도 올 수 없는 곳이 되면, 여기에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미래가 없어지는 거예요.”


▲ 마을사람들이 마을입구에 부엉이와 제비를 벽화로 그렸다.

아파트 한 동 앞 거리에 화장장?

행정소송 1심에서 패했기에 마을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것만 입증되면 이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에 희망적이다. 그리고, 파주시와 별도로 마을을 위한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할 계획이다.

황애자 위원장: “먼저번에는 오도동 주민들이 애썼는데, 지금은 오도동, 교하동 대표들도 같이 하고 있고, 인터넷 통해 운정신도시연합회에서 서명을 받아주고 있어요. 1만명 이상 서명을 할 거예요. 오도동 사람들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파주시 전체에 오명이 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조현욱 부위원장: “저도 개 키우고, 어디선가 해야할 사업인데... 정부가 주최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더구나, 운정 3지구 신도지 코앞에서. 125m거리면 아파트 한 동 앞 거리예요. 아파트 단지안에 화장장이 있는 셈이죠.”

등록신고한 화장장 자리에 가보았다. 공장 바로 옆에 있는 조립식 건물이었다. 밖으로 가정용 굴뚝처럼 작은 굴뚝 2개가 나와있었다. 건너편으로 마을회관과 인가가 보이고, 수리부엉이가 있는 장면산이 한 눈에 보였다. 군부대가 길 건너에 있다. 바로 그 지점까지 운정3지구 개발이 된다. 파주교육지원청은 6월 15일에 오도동 입구에 있는 구교하중학교 자리에 신청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아가펫이 신고한 인근의 모든 기업들도 결사 반대 현수막을 내걸어 분노를 표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오도동 입구 담벼락에 부엉이와 제비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 농사지으며 부엉이와 제비와 같이 살고 싶다”는 소망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화장장이 여기 들어올 수 없을 겁니다. 마을 한 가운데 화장장 들어오는 거 그냥 두는 사람은 내년 지방선거 때 낙선운동할 거예요.” 마을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임현주 기자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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