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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스토리<46> 인류문명의 수수께끼(2) - 차탈회유크

입력 : 2018-01-10 18:53:00
수정 : 0000-00-00 00:00:00

흥미진진 과학스토리<46>

인류문명의 수수께끼(2) - 최초의 도시 ‘차탈회유크’



(사진 설명_러시아 숭기르 유적. 3만 년 전의 50세 남자 무덤. 매머드 상아구슬 3천 개로 만든 목걸이,
여우이빨로 장식한 모자, 상아 팔찌 스물다섯 개가 놓여 있었다)


인류 최초의 도시들은 중동에서 출발한다. 그 중에 독특한 도시가 바로 ‘차탈회유크’다.

차탈회유크는 괴베클리 테페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터키 중부의 평원에 건설되었다. 2,000가구 이상의 8,000여 명이 살았으나 ‘도시’로 분류되지 않는 기묘한 지점에 있다. 집단 내의 생산과 분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도시라고 부를 수 없기에 본격적인 도시가 나타나려면 수천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각각의 대가족이 자급자족을 한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고기를 정육점에서 구할 수 없고, 하수관을 배관공이 고쳐주지 않으며, 물이 들어가서 고장 난 아이폰을 가까운 애플 스토어에 가지고 변기에 빠뜨린 적이 없는 척하면서 교체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_「호모 사피엔스와 과학적 사고의 역사,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


이들은 대규모로 모여서 살았지만 여전히 사냥과 채집으로 자급자족을 했던 것이다. 대규모 인원이 모여서 살면 수렵채집이 아주 힘들어 짐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한곳으로 모은 것은 다름 아닌 공통의 믿음이었다는 것이다. 믈로디노프는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색은 새롭게 등장하는 이 문화들의 한 특징이 되었다”라고 주장한다. 차탈회유크는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을 공유한 사람들이 건설한 도시의 원시적 형태이다.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병자와 노약자는 버려졌다. 그러나 차탈회유크에서는 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아이가 죽으면 문 앞에 묻었고, 노인이 죽어도 무덤을 만들고 정성껏 장례를 치렀다.

인류는 14만 년 전에 커다란 위기를 겪는다. 최근 인류학자들이 DNA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 시기 인류의 숫자는 수백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멸종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현생인류는 20만 년 전에 충분히 큰 뇌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여전히 약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생물학적으로 뇌의 큰 변화 없이 살아남았다. 믈로디노프는 그것을 “뇌의 작동방식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하고,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에덴의 용>에서 ‘선악과‘를 먹을 것으로 비유했던 바로 그것이다. 뇌의 용량은 여전했지만 작동방식이 변하면서 호모 사피엔스가 상상력이라는 능력을 획득한다. 그 덕분에 우리 종은 과학자, 예술가, 신학자와 같은 현대인과 같은 자격을 갖춘다.

변화된 사피엔스는 상상력을 점차 확대하여 죽음과 우주를 관장하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변화를 위해서는 아직 발명되지 않은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언어능력이다. 

10만 년 전에 인류는 언어능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또 다시 6만 년의 긴 시간을 보내면서 언어의 스토리텔링이 상상력과 만나 종교적 믿음을 강화한다. 약 4만 년 전부터는 무덤에서 사후 세계를 위한 다양하고 풍부한 부장품이 폭발적으로 등장한다. 종교적인 상상력은 다양한 신석기의 무기와 예술품, 장식품과 더불어 괴베클리 테페같은 교회를 만들고, 차탈회유크 같은 대규모 서식지를 만든다. 농경이나 목축 없이도 이들은 모여 살아야 했던 간절함이 있었다. 죽음을 이해한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도시는 시작되었고, 현재의 4차 산업혁명에 이르는 출발점 역시 그곳에 있었다.



과학책을 읽는 보통사람들 회원 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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