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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스트로 (117) 흥미진진한 면역이야기(2) 감기의 특효약

입력 : 2023-08-01 06:48:24
수정 : 2023-08-01 06:52:03

흥미진진 과학스트로 (117)

       흥미진진한 면역이야기(2) 감기의 특효약

 

푹 쉬시구요. 물은 충분히 드시길 바랍니다.” 코로나의 폭풍이 비껴간 5월 중순이지만 2주째 감기로 고생하고도 그 후로도 감기는 2주를 더 괴롭혔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의사의 처방은 백 년 전과 같다. <면역>을 막 읽은 시점이라서 면역계가 감기바이러스와 싸우는 장면을 그려본다. 나는 내 몸의 면역체가 바이러스를 싸워이기는 장면을 두개의 관전포인트로 상상했다.

첫번째 관전포인트는 바이러스의 규모다. 숫자로 셀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여기에 맞서는 면역계도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한다(한 방울의 핏속에 13조 개의 항체가 들어 있다). 면역계가 밀리면 우리는 죽는다. 이기지는 못해도 버텨내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후천면역계라는 진짜 무서운 아군이 출동을 준비할 시간이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연전술의 특효는 화학전이다. 인터페론이라는 화학물질을 분사하여 세포분열 속도를 늦춘다. 혹시라도 감염된 세포가 빠르게 분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티는 사이에 후천면역계가 항체를 들고 도착하면 이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당장은 그 시간을 벌어야 한다.

환자는 어떻게 해야 면역계를 응원할 수 있을까? 정확한 방법은 아무 짓도 하지 말고 그냥 놀면 된다. 엄청난 양의 항체를 만들어야 하는 면역계의 입장에서는 에너지가 절실하다. 두뇌는 에너지 낭비가 많다. 생각도 잠그고 잠을 자는 것이 최고이다. 위와 장의 소화운동 역시 막대한 에너지를 쓰므로 당장은 금식이다. 뇌는 입맛을 천리만리 쫓아버린다. 이렇게 끌어모은 에너지로 항체를 만들고, 근육을 떨게 하여 체온을 올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꼼짝 말고 누워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항체들이 사용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그림 출처 kr.freepik.com

 

두번째 관전 포인트는 수분이다.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질질 새고 재채기가 잦아진다. 점액질로 병원균을 포획하여 밖으로 내던지는 면역계의 멋진 작전이다. 덕분에 바이러스는 다른 사람의 몸으로 전파된다. 하지만 당장은 내 몸에서 사라진다. 배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소화기관에 침투한 세균은 점액질을 씻어내어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우리는 설사라고 부른다. 상처가 부어오르는 것도 혈장이 출동했기 때문이다. 그 혈장 속에는 면역계 전사들이 가득 차 있다. 전쟁터를 입체적으로 포위하여 융단폭격을 시작하는 것이다. 전쟁을 치르다 보니 체온이 오른다. 너무 올라도 위험하다. 이때는 긴급하게 땀을 흘려야 산다. 이 모든 방어와 공격의 행동은 물을 통해 이루어진다. 끊임없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수분을 제때에 채워주지 못하면 탈수증상으로 위험해진다. 전쟁이 한창 중이라면 물은 정말 대단히 소중한 자원이 된다. 독감에 시달려 지치고 피곤에 쩔어서 기력이 한 톨만 남은 순간에 가까운 병원에 가서 영양주사 혹은 링거를 꼽고 한 시간만이라도 푹 잔다면 최고의 처방이 될 수 있다. 주사에 대단한 것이 들어있어서가 아니라 잠을 자면서 몸을 쉬게하고 혈관에 직접 수분과 영양을 넣어주기 때문이다. 면역계가 가장 바라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푹 쉬시고 수분은 충분히 섭취하세요.” 이만한 명처방전은 없다. 우리가 면역계를 돕는 방법은 그저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것이다.

 

신문협동조합 파주에서 편집위원 허 심

 

#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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