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칼럼 -728조 슈퍼예산 성패, 공기업 개혁에 달려있다
예산 칼럼 -728조 슈퍼예산 성패, 공기업 개혁에 달려있다
- 재정의 최종 접점, 공기업 개혁해야 확장재정 효과 제대로 있다 -
2026년 국가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인 728조 원에 달한다. 예산을 통해 정부는 국민에게 정책적 의도를 전달하고, 국민은 삶의 질 개선이라는 결과를 체감한다. 따라서 예산은 국민주권 실현의 핵심적 수단이며,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공기업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국가예산과 공기업 예산은 형식적으로는 별도회계로 구분된다. 그러나 실제 정책집행, 재정부담, 국민체감 효과 측면에서는 긴밀히 연결돼 있다. 정부가 설계한 정책은 대부분 공기업을 통해 집행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이 한전을 통해 전기요금과 공급으로 이어지고, 주택공급 계획이 LH의 택지 조성과 임대주택 건설로 실현되며, SOC 예산은 도로공사와 철도공단의 사업으로 국민이 체감한다.
이처럼 중앙부처가 정책을 설계하는 ‘의사결정기관’이라면, 공기업은 그 정책을 구체적으로 집행하는 ‘실행기관’이다. 즉, 국가예산은 설계도이고 공기업은 시공자인 것이다. 그러나 설계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시공자가 부실하면 완성품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공기업이 재정의 최종 접점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확장재정은 단순한 장부상의 숫자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공기업은 왜곡된 성과보상 체계와 과도한 부채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는 보통(C) 등급 이상을 받으면 성과급이 지급되는 구조다. 그러나 대규모 적자를 낸 기관에서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별도로 내부 자체 성과급 지급이 가능해, 손실은 국민에게 전가시키고 내부 보상은 챙기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2022년 32.7조 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해 정부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아 공식 성과급은 지급되지 않았지만, 내부 성과급은 집행됐다. 또한 석유공사는 자본이 잠식되고 누적 결손금이 12조 원을 넘는데도 C등급 이상 이라며 성과급이 지급되었으며, 대왕프로젝트로 1,263억 원을 날리고도 담당팀은 최근 내부 성과평가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이는 전형적인 악랄한 ‘도덕적 해이’다.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공공기관 부채는 741.5조 원, 시장형 공기업 평균 부채비율은 291%에 달한다. LH는 2024년 말 부채가 160조원이나 되며, 2026년에는 192조원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더구나 3기 신도시 투기사건으로 공공성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졌다. 공기업 부채는 국가회계에 직접 계상되지 않지만 사실상 제2의 국가부채로, 전기요금·통행료·수도요금 같은 준조세로서 국민 가계에 전가된다. 결국 공기업의 막대한 부채는 확장재정 효과를 반감시키고 국민경제 성장을 위협한다.
이러한 사례는 공기업이 경제 살리기 첨병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 발목을 잡는 리스크의 진원지가 될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제 공기업 개혁은 확장재정의 성과를 담보하기 위한 절대 필요조건이다. 공기업 개혁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정부 평가 성과급과 기관 내부 성과급 모두를 재무 건전성, 현금흐름, 공공서비스 성과라는 조건을 충족할 때만 허용하는 제도 일원화가 필요하다. 둘째, 흑자가 나면 우선 과거 적자와 부채를 상환하고 남는 경우에만 성과급과 배당을 허용하는 재정환입 원칙(fiscal return principle)을 도입해야 한다. 셋째, 교차보전을 막기 위해 사업 단위별 손익과 성과를 분리해 공개해야 한다. 넷째, 부채와 성과급 현황을 대시보드 형태로 상시 공개해 국민 감시를 제도화해야 한다.
공기업은 예산 집행의 접점이자 국민경제의 마중물이다. 이를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막대한 국가예산 투입도 민생과 국가경제에 힘을 주는 동력이 되지 못한다. 손실은 국민에게 전가하고 이익은 내부에서 독점하는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만 확장재정 효과가 제대로 난다. 결국 728조 슈퍼예산의 성패는 '공기업 개혁'에 달려 있다.
조일출 ((사)기본소득 파주상임대표 /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