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 ‘예산주권’과 ‘시민공론화’, 파주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다 - K리그2 진출과 돔구장 건립은 이 원칙이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
시사칼럼 : ‘예산주권’과 ‘시민공론화’, 파주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다
- K리그2 진출과 돔구장 건립은 이 원칙이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
조 일 출
(사)기본소득 파주상임대표,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자문위원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로 선출하는 절차적 차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시민이 예산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때 구현된다. 이를 예산주권(Fiscal Sovereignty)이라 부른다. 예산주권은 두 가지 원칙 위에 선다. 첫째, 예산의 주인은 시민이다. 둘째, 예산은 시민 합의와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는 것이다.
최근 파주시가 논의 중인 K리그2 진출과 돔구장 건립은 이 원칙이 얼마나 지켜지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사안이다. K리그2 구단 운영에는 연간 최소 60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이미 파주시민축구단의 운영비 중 95%가 시 재정으로 충당되는 상황에서, 승격 추진은 곧 시민 세금에 대한 전면적 의존을 의미한다. 또한 돔구장도 수천억원의 건립비뿐 아니라 매년 수십억원의 운영비가 소요된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문화 인프라가 아니라 파주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초대형 사업인 것이다.
그러나 예산 부담을 넘어 더 심각한 문제의 본질이 있다. 사업추진이 충분한 시민공론화 없이 강행된다면, 파주시청 이전 논란에서 보았듯 공동체를 갈라놓고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찬반으로 분열된 사회적 비용은 눈에 보이는 예산지출보다 훨씬 크다. 행정력은 소모되고, 공동체 신뢰는 훼손되며, 지역 발전을 위한 협력의 자산이 파괴된다. 결국 예산주권이 배제된 정책은 시민을 비용 처리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이에 대한 교훈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용인경전철 사업은 무리한 수요예측과 불투명한 추진으로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용인시민을 갈기갈기 분열시켰다. 결국 대법원은 전 용인시장 개인에게 214억원이란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이는 단체장이 임기를 마친 뒤에도 시민합의 없는 예산집행에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파주시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파주시의 재정자립 능력은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20위권 밖으로 하위권이다. 고양과 용인은 이미 100만 대도시로 성장했고, 화성도 100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평택과 김포의 재정자립 능력은 이미 파주시를 추월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억 원대의 신규 고정비 예산사업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미래지향적 경제효과와 시민적 합의를 입증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불확실한 수요와 과도한 재정 부담만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분열이 아니라 공론화와 화합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세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다. 둘째, 장기적 재정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 셋째, 실제 시민수요가 반영되어 정책 효과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원칙은 참여민주주의와 합리적 선택이론 모두가 강조하는 민주적 규범이다.
파주에는 운정신도시 첫 입주 25년이 지났지만 백지화 상태인 지하철 3호선 연장, 종합대학병원 유치, 청소년·어르신·장애인 등 시민복지공간 부족, 신도시 학교(교실)부족, 출판·문화예술·생태 도시로서의 K-랜드마크 구축, 파주 원도심 발전, 기본사회 실현 등 시민들이 절실히 요구하는 과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산재해 있다. 이들 과제야말로 최우선적으로 시민 합의와 숙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정책현안이다.
'예산주권'은 정치인의 치적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다. 파주가 미래로 나아가려면 행정이 아닌 시민의 동의와 합의 위에 서야 한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이 사업이 시민의 세금으로 가장 먼저 추진되어야 하는가?”
시민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면, 그 어떤 명분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예산주권과 공론화', 그것이 파주가 미래로 가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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