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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입력 : 2016-06-23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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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2014년 봄에 영국의 BBC방송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열 곳을 선정하여 발표했다. 선정 기준에는 내부 설계와 장식의 품격은 물론이고 경영방식까지도 포함되어 있으니 서점의 내면세계와 경영철학까지도 평가한 셈이다. 선정된 서점을 나라별로 분류해보면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중국, 멕시코, 포르투갈, 미국, 프랑스, 영국이 각기 한 곳이고 이탈리아는 두 곳이다.

 

그 중에서 나는 (네덜란드의) 도미니카넌 서점의 얘기에 감동하였다.

 

서점이 자리 잡은 마스트리히트시는 인구 13만의 작은 지방도시이다. 서점 건물은 1294년에 건설된 도미니크파 교단의 교회이다. 교회는 1794년 프랑스(나폴레옹) 군대가 점령한 이후로 교회로서의 역할을 상실하였고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체육관, 공회당, 전시 시신보관소, 컨서트 홀 등으로 사용되어왔다. 2004년에 네덜란드 최대의 연쇄서점 셀렉시스가 이곳에 서점을 열었다. 애플 같은 대기업이 탐내던 이 교회건물의 소유권자인 교구에서는 교회 건물 내외에 어떤 손상과 변형도 가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서점 개설을 허락했다. 벽과 천장에 닿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을 두고 검은 색 철제 빔으로 3층의 서가를 세웠다. 중후한 역사와 현대적 분위기가 완벽하게 융합된 서점이 태어났다. 이 리노베이션 설계는 2007년 (네덜란드) 최고의 건축상을 수상했다.1

 

2012년에 셀렉시스가 파산했다. 폴라레란 회사가 나타나 서점을 인수 경영했다. 이 폴라레도 2014년 1월 폐업을 발표했다. 서점을 살리고 싶었던 메니저 톤 하르머스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의 미래에 투자해주십시오. 5년 후에 투자금의 125퍼센트를 돌려드리겠습니다.”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일주일 만에 서점을 살리는데 필요한 돈의 두 배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달되었다. 2014년 3월에 서점은 이름을 도미니카넌으로 바꾸어 다시 문을 열었다. 그리고 4월 달에 BBC가 이 서점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선정했다. 시민의 ‘자본’으로 살려낸 이 서점은 한 해에 10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도미니컨 서점의 목표는 네덜란드헌법의 기본정신인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와 일치한다. 독자들은 모든 진리와 사상을 우리의 서가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도미니컨 서점이 투자자와 독자들에게 한 공개적인 약속이다.

 

(Endnotes)1“세계서점기행”(김언호 저, 한길사, 2016년)에서 요약 인용함.

 

 

 

글 박종일(지혜의 숲 권독사)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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