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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역사교실 제2부 ⑫ ‘고인돌’ 파주

입력 : 2016-12-26 14:43:00
수정 : 0000-00-00 00:00:00

 

‘고인돌’ 파주

 

●문화재명: 파주 덕은리 주거지와 지석묘군(사적 제148호)


▲ 덕은리 고인돌(문화재청, 월롱면 덕은리 산 46-1번지): 받침돌을 세우고 덮개돌을 얹은 북방식(탁자식) 고인돌이다.


춘곡 정탁 묘역에서 빠져나와 다시 엘지로를 타고 월롱 방면으로 향하다 보면 왼쪽 언덕 위에 수원 백씨 사당이 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사당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숲으로 올라가면 여러 기의 고인돌을 만날 수 있다. 파주에 고인돌이 있었나 하고 의문을 가지는 분도 계실 것 같다. 파주 고인돌의 의미를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고인돌 왕국이다

고인돌은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실로 ‘고인돌 왕국’이라고 칭할 정도로 많은 고인돌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한에서 약 3만여 기, 북한에서 1만 5천 기에 가까운 고인돌이 발견되었다. 세계 고인돌의 40% 이상이 한반도에 있는 것이다. 특히 고창, 화순, 강화 지역의 고인돌들은 밀집 분포, 다양한 형식, 발전 과정 등을 규명할 수 있어서 유럽, 중국, 일본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2000년에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파주도 고인돌 왕국이다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 걸쳐 분포한다. 고창, 화순, 강화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서해안 및 남해안 지역에 상당수가 밀집해 있다. 북한 지역도 황해도와 평안도에 널리 분포한다. 수도권을 포함하여 경기도의 고인돌 역시 서해안과 가까운 파주의 서쪽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교하의 다율리·당하리에는 100여 기가 넘는 고인돌이 보고되어 있고, 이곳 덕은리에도 기존에 확인된 20여 기 외에도 LG 디스플레이 설립 시에 발굴된 10여 기가 더 있다. 또, 문산읍 내포리의 산 중턱에도 약 10기가 있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이 외에 산남리, 상지석리, 봉암리, 사목리 등지에도 고인돌이 있다. 이러한 분포는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여 주기 때문에 ‘고인돌 파주’라 불릴 만하다.

 

▲ 덕은리 주거지(경기도박물관): 발굴 당시의 주거지 모습이다. 지금은 숲이 우거져 있어 흔적을 찾기 어렵다.

덕은리 고인돌 유적이 사적이 되다

한편, 파주 덕은리 고인돌은 광복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발굴한 청동기 유적이다. 1965년 교하의 고인돌 유적과 함께 대대적으로 발굴이 이루어졌다. 고인돌 아래에서 이렇다 할 유물이 발굴되지는 않았으나, 고인돌을 발굴하던 학자들이 깜짝 놀랐다.

 

“네모꼴 모양으로 세로로 긴 것이 마치 집터 같습니다.”

“이거는 토기 파편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곳은 주거지가 확실하군요.”

 

덕은리 주거지는 길이 15.7m, 폭 3.7m, 깊이 0.6m의 장방형이었다. 주거지에서는 구멍무늬 토기와 돌을 갈아서 만든 칼, 화살촉, 도끼 등이 출토되었다. 탄소 연대 측정 결과 기원전 7세기 후반의 유적으로 평가되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청동기 시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는데, 덕은리(당시에는 옥석리) 유적이 발굴됨에 따라 고인돌과 집터의 구조가 밝혀진 것이다. 덕은리 유적은 청동기 시대 고인돌과 집터 연구의 밑거름이 되었기에 이듬해에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고인돌에는 지배자만 묻히지 않았다

고인돌은 말 그대로 ‘돌을 고였다’라는 뜻으로 ‘굄돌’, ‘괸돌’에서 파생된 말이다. 한자로는 ‘지석’이라고 한다. 역사에 흥미를 가진 초등학생들에게 고인돌이 무엇인지 아냐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할까?

 

“무덤이에요. 청동기 시대 지배자의 무덤이요.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초등학생은 물론 어른들도 아마 지배자의 무덤이라고 대답할 확률이 높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학습했기 때문이다. 물론, 고인돌 아래에서 사람의 뼈와 함께 지배자를 상징하는 무기들이 발견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지배자의 무덤이라는 것이 정설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고인돌에서 인골이나 지배자를 상징하는 무기가 발굴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또, 고창에서는 여자로 추정되는 인골과 어린아이가 묻힌 고인돌이 발굴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로 볼 때, 고인돌은 남녀노소 누구나 묻힐 수 있는 일반적인 무덤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만 기의 고인돌을 모두 지배자의 무덤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정헌호(역사교육 전문가)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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