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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⑰ 노랫말 유감

입력 : 2015-06-12 11:35:00
수정 : 0000-00-00 00:00:00

왕거미가 집을 짓고, 빨간 찔레꽃이 피고...노랫말 유감

 

거의 국민가요 수준으로 애창되는 노래의 가사가 엉터리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요의 중요한 역할은 정확한 지식 전달보다는 보편적인 감정의 표현이니까 꼬치꼬치 따지지 말고 그냥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 오랜 세월동안 대중의 심금을 울려왔던 노래(의 잘못된 가사)가 어찌하여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불려왔을까? 중년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누구나 알고 즐겨 부르는 노래 세 곡을 예로 들어보자.

 

첫째, ‘울고 넘는 박달재".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노랫말에서 ‘왕거미"가 ‘집을 짓는" 일이 왜 등장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 노래가 처음 발표되었을 노랫말은 ‘왕거미"가 아니라 ‘땅거미"였다. 땅거미라 해도 뜻이 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땅거미는 거미가 아니라 해가 진 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까지의 어스름을 이르는 말이고 동사로 사용할 때는 "땅거미가 지다"라고 해야 한다. 노랫말 지은이는 해가 지는 박달재의 적막감을 강조하기 위해 ‘땅거미"의 이미지를 빌려오면서 동물 이름으로 오해한 탓이 아닌가 싶다.

 

둘째, ‘찔레꽃".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찔레꽃은 흰색이 주류를 이루고 간혹 흰 바탕에 분홍색이 반점처럼 박여있는 찔레꽃도 있다. 그러나 붉은 찔레꽃은 없다. 노랫말 지은이는 찔레꽃을 본적이 없거나 본 적이 있다하더라도 대부분의 꽃이 붉으니까 노랫말을 지으면서는 별 생각 없이 붉게 핀다고 한 것 같다.

 

셋째, ‘짝사랑". "아, 아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인가요~~". 그러나 장담하건대 으악새는 절대로 슬피 울지 않는다. 왜냐하면 으악새는 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억새풀의 경기도 방언이 으악새다.

 

흘러간 옛 노래이니 노랫말의 ‘과학성"이나 ‘진실성"은 따지지 말고 그냥 분위기만 이해하고 넘어가자. 그리고 익숙한 노래를 가사가 틀렸다고 일부러 부르지 않을 도리는 없을 터이다. 그래도 뭐가 틀렸는지는 알고나 부르자.

 

 

 

 

박종일 (지혜의 숲 권독사)

 

 

#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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