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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81] 백성-신민-국민-시민-인민

입력 : 2018-02-07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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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81]

백성-신민-국민-시민-인민


중국 고대에 서민은 성(姓)이 없었다. 토지와 관작을 가진 사람만이 성을 가질 수 있었으니 ‘백성(百姓)’이란 곧 귀족의 통칭이었다. 상(商)나라 때는 노예 소유주를 가리켜 백성이라 하였고 주(周)나라에서는 봉건영주를 백성이라 하였다. 춘추시대 후반으로 가면서 종족(宗族)제가 점차로 무너지면서 적장자(嫡長子)가 계승하는 세습 영주계급은 토지를 소유한 개인 지주로 대체되었다. 이에 따라 백성도 귀족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사회적 지위가 서민과 비슷해졌다. 이제 백성은 ‘보통사람’을 일컫게 되었다. 

백성이라고 통칭하기는 하지만 시대에 따라 정치적 존재로서의 백성을 일컫는 호칭과 의미는 달랐다. 먼저 신민(臣民,subjects). 신민은 권력을 가진 자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거나 수동적으로 복종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므로 신민은 독립적인 인격과 의지가 부족하고 국가 권력에 대해 의무만 지는 노예적 존재이다. 다음으로 국민(nation)은 좁은 의미에서는 국적을 가진 자를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국가의 통치권에 복종할 의무를 지며 그 반대급부로 국가의 보호를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시민(citizen)은 한 정치집단 안에서 법률에 따라 권리와 의무를 지는 구성원을 의미한다. 시민은 때로는 국민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집단을 강조하는 뜻을 품고 있다. 인민(人民, people)은 사람의 집합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같은 나라 혹은 지역에 거주하면서 일정한 권리를 누리는 사람의 집합이 그 나라 혹은 지역의 인민이다. 여기서 ‘人’이라함은 이 집합이 독립적인 사람임을 가리키며 ‘民’이라함은 이 집합에 속한 개인이 집합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두루 가짐을 뜻한다(인민의 원래 의미는 낮추어 볼 어떤 이유도 없으나 사회주의 국가들이 현실 정치체제에서 인민이란 수식어를 먼저 사용함으로써 그들과 이념적 대립관계에 섰던 우리는 이 명칭에 저항감을 갖고 있다). 

요컨대, 백성-신민-국민-시민-인민으로 변해온 과정은 정치적 집단을 이루는 사람이 통치자에 대한 수동적 복종체에서 출발하여 독립적 인격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함께 가지는 주체자로 변해온 과정이다. 이것이 인류 역사발전의 보편적 법칙이다. 촛불‘혁명’을 겪고 나서, 새로운 헌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백성-신민-국민에서 시민-인민 쪽으로 발걸음을 크게 옮겨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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