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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82] 고대도(古代島)와 칼 귀츠라프

입력 : 2018-03-01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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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도(古代島)와 칼 귀츠라프






행정구역으로는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리에 속하는 고대도(古代島)는 인근 해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상주인구가 2백여 명인 자그마한 섬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느린 삶을 찾는 섬 여행가들 사이에서 약간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념물인 칼 귀츠라프 기념교회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832년 여름, 영국 동인도회사 소속의 상선 로드 엠허스트(Lord Amherst)호가 이 섬에 닿았다. 이 배는 아편 밀수선이었고 항해의 목적은 중국정부가 지정한 중국 남쪽 개항장 이외에 중국의 동북방 지역에서의 교역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곳의 항구와 해역을 측량하는 것이었다. 항해는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이때 작성한 해도는 10여 년 뒤 아편전쟁에서 중요한 군사정보가 되었다. 

이 배에 중국어 통역이자 외과의사였던 29살의 독일인 귀츨라프(Karl Friedrich August Guetzlaff, 1803 – 1851)가 타고 있었다. 그는 지방관을 통해 조선 국왕에게 보내는 통상 청원서와 한문 성경을 진상했다. 그리고 섬 주민들에게도 성경을 나누어 주고 감자를 재배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조선 조정은 통상을 하락하지 않았고 성경도 돌려주었다. 이때로부터 150년이 지난 1982년 이 섬에 개신교 교회가 처음 세워졌고, 2001년 교단에서 이 교회를 ‘귀츨라프 기념교회’로 공식 지정했다. 2012년에는 보령시와 보령시 기독교연합회가 귀츨라프 내한 180주년 세미나를 열고 그가 섬에 도착한 7월 25일을 ‘귀츨라프의 날’로 지정했다. 귀츨라프는 이때의 항해 경험을 책으로 엮어 여러 개의 언어로(네델란드어,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출판했는데(1834년, [세 차례의 중국 연안 항해기]), 이 책에서 한국이 한자문화권 안에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문자를 갖고 있어서 대부분의 백성이 읽고 쓸 줄 안다고 소개했다(이 책 제6장). 

귀츨라프는 종교적 열정으로 가득 찬 인물이었고 어학에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있어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각국 언어로(중국어, 타이어, 캄보디아어, 라오스어, 일본어) 성경을 (최초로) 번역했다. 성경(요한복음)을 일본어로 번역할 때는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마카오로 표류해온 일본인 선원들로부터 일본어를 배워가며 번역했는데, 30여 년 전에 일본에서 인기작가 미우라(三浦綾子)가 이 과정을 소설 [해령海嶺]로 써서 히트시켰다.

귀츨라프는 기독교 선교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했고 성경 번역에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선교를 위해서라면 범죄적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는 영국 정부의 중국 무역감독청에서 통역으로 일하면서 아편 밀수를 도왔을 뿐만 아니라 아편무역상들이 제공하는 선교자금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는 중국 연안지대를 여행하면서 탐지한 여러 정보를 영국에 제공하였고 이것들은 영국이 아편전쟁을 수행할 때 귀중한 정보로 활용되었다. 그는 아편전쟁 중에 영국이 점령한 여러 지역에서 점령군을 대리한 행정관으로도 일했고, 아편 전쟁이 끝나고 중국과 영국 사이에 남경조약이 체결될 때 영국대표단을 위해 헌신적으로 통역한 인물도 그였다. 이러한 그의 행적은 그 시대 개신교 선교행태의 하나의 전형을 보여준다.



글 박종일(지혜의 숲 권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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