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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 풀풀~~, 사는 재미 넘치는 금촌 오일장

입력 : 2015-02-10 11:26:00
수정 : 0000-00-00 00:00:00

“그 때는 그 때대로 재밌고, 지금은 지금대로 재밌다.” 

 

 

장사 30년 넘은 만물상 정씨

다시 찾은 만물상에 ‘핸드폰 충전잭’을 물었는데, 오늘도 없다. 아저씨가 “핸드폰 가게에서 팔기 때문에 안갖다 놓을 거”란다. 64세의 정씨 아저씨는 장사한지 30년이 넘었다. 온갖 수리 장비며, 손톱깎기, 손전등 등 생활용품이 천 가지가 넘게 있다. 옛날 장과 지금 장을 비교해달라했더니 똑 같다고 말씀한다. “그래도 서울 근교는 장이 살았는데, 지방은 안돼. 금촌은 되는 편이지.”  일산과 김포, 금촌장에 다닌단다. 금촌장 등기소쪽 그 자리에 맨날 장을 펄친다. 고정장소가 있는 거다. “하던 사람이 해야지. 안그러면 맨날 싸우게. 바뀔 일이 없어. 이 자리도 평생이야.” 장마다 다르지만, 금촌장은 자리를 양도할 수 없다한다.

 

 

목청 좋고 인심 좋은 젊은 잡곡상 

그 옆에서 30대 후반의 젊은이가 잡곡을 팔고 있다. “2되에 5,000원. 자아~ 몸에 좋고 피부에도 좋은 잡곡이요~” 현미, 흑미, 귀리 등 온갖 잡곡을 네모난 통에 줄 맞춰 진열했다. 그 통안에 빨간 안내 팻말이 있다. ‘찰기장’이란 큰 글씨 밑에 ‘칼슘, 철분이 많아~ 갱년기 골다공증에 특효’라는 설명까지 써놓아 지나가는 손님들을 붙잡는다. 모녀가 와서 귀리를 사는데, 이것 저것 설명하면서 권유하니 기장까지 사간다. 작은 되에 넘치게 담아 두 되를 넣고도 큰 주먹 두 번을 덤으로 넣어준다. 저렇게 장사해서 남는 게 있을까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덤을 푹푹 주니...그래서 다시 오게 되는 거겠지. 목청 좋고 인물 좋다며 사진을 찍겠다니 극구 사양이다. 왕년에 야구선수라며 폼 까지 보여주더니, ‘사진 알레르기(?)’가 있는가? 

김 폴폴 나는 두부집, 온갖 버섯만 파는 아저씨, 아이들 옷을 주렁주렁 매단 천막을 지나니, 갓 튀긴 어묵이 유혹한다. 고등어 오징어에다 겨울 별미 굴과 생미역을 파는 어물전, 생닭집에는 줄이 서있다. 서로 마주보는 정육점에서는 “갈비 특가”를 외치며 손님 붙잡기 여념없다. 양쪽 모두 소리치니 목이 아프지 않을까 싶다. 

 

 

 

김포 사는 멸치 아저씨 “모두가 잘 살았으면 좋겠어”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니 멸치, 다시마 파는 건어물전이 있다. 물건이 싸서 어디서 가져오냐 물으니 가락시장에서 사온다 했다. 예전에는 직접 내려가기도 했는데, 가락시장에서 사오는 게 제일 싸단다. 성함을 물으니 “성도 없고 이름도 없어. ‘멸치’ ‘멸치’하면 돼.”라며 농담하신다. 금촌, 문산, 김포, 일산, 포천 오일장을 돌아다니시며 장사한 지 20년이 넘었다고. 몸은 힘들어도 가게를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멸치 아저씨는 33세 넘은 딸이 있는데 시집을 안가서 아직 할아버지가 아니라며 웃었다. 파주시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 부탁했더니 “모두가 잘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대단한(?) 포부를 밝혔다. “사람들이 잘 살아야, 장사도 잘 되지.” 

 

 

“겨울에만 잠깐 나와~” 문산 할머니 

주차된 차옆에 보라색 모자와 잠바를 입고, 할머니가 종이박스로 바람을 막고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박스안에 난방기가 있나 봤더니 없다. 그냥 바람을 막는 거란다. 할머니가 직접 농사지은 서리태랑, 직접 햇볕에 말린 호박, 고추, 깐 밤, 조청과 엿 등을 들고 나선 오일장이다.“여름에는 못나오지. 농사짓고. 겨울에만 잠깐 나와 팔아.”얼마나 벌었냐 했더니 “벌긴 뭘 벌어”라며, 고추말림 요리법을 가르쳐주신다. 성함을 물었더니, 그런 거 알려주면 안된다며, ‘밤 말림 산다’는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뜨끈한 어묵에 막걸리 한 사발이 사람 마음을 녹여줘

 장터는 뭐니뭐니 해도 사람들이 모여 주거니 받거니 하는 주점이 제일이다. 일행과 함께 뜨끈뜨끈 어묵이랑, 돼지껍데기, 홍어무침에 막걸리 건배. 장을 접을 시간이 다가오자, 구렛나루 수염이 멋진 어른 두 분이 다정히 들어오고, 또 갈색염색에 눈썹 문신까지 한 멋쟁이 중년이 들어와 주인장을 부른다. 풀빵장사를 접고 들어온 주인장 유병두씨(55세)와 같은 축현리 친구. 

“가게 주인들 중에는 오일장이 싫다는 사람도 있던데요?”라고 말문을 여니, “어쨌든 사람이 많아야 이쑤시개라도 하나 더 팔지.”라며 반색을 한다. 장날에는 일산처럼 주차비를 받지 말아야한다, 어려운 사람들 많으니 구역을 정해서 노점을 하게 해줘야한다, 가게 장사도 안되는데 그러면 안된다, 재미난 토론이 붙었다. 연신내에서 16년 장사하고 고향으로 들어온 유씨는 지금 경기가 빡빡한 것 같지만, “그 때는 그 때 대로 재밌고, 지금은 지금대로 재밌다.”고 말했다. 사는 재미를 아는 멋쟁이이다. 

 

어둠이 제법 내려, 좌판을 접고, 마지막 마무리로 철제 봉과 좌판으로 쓰는 합판을 뜯어내며 정리하는 어물전 부부를 보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뜨끈한 아랫목(지금은 없겠지만)에 시린 손, 시린 발을 녹이며 허리를 지지면, 울 어머니들처럼 에고고~하겠지. 노점에서 인생을 풀어가는 저 분들이 피로가 싹 가실만큼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 금촌장 명인 칼갈이 할아버지

 

▲ 여주, 우엉, 연잎을 파는 건나물코너

 

▲ 손님앞에서 기름을 직접 짠다

 

▲ 앉은뱅이 아저씨도 오일장의 일원이다

 

▲ 65년 전통의 뻥튀기 가게

 

▲ 한과는 오일장이 최고

 

▲ 천가지가 넘는 만물상

 

▲ 서민의 단백질 공급원 어물전

 

글·사진 | 임현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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