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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⑦ 홍승갑씨가 복원한 건강한 파주 현인닭,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

입력 : 2015-01-23 10:43:00
수정 : 0000-00-00 00:00:00

 



현인농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멋들어진 닭 조각상이 서있었다. 보무도 당당하게 기품있어 보이는 닭이다. 토종닭을 복원하는 농장다웠다. 이어지는 개들의 짖는 소리. 태어난지 얼마 안된 예쁜 강아지들 여럿이 쳐다보고 그 옆으로 성견들이 왁왁대었다. 낯선 이가 나타났으니 당연한 마중행사. 사모님(김두희, 68세)이 전화받다 나오셔서 사료 만들고 계시는 홍승갑에게 안내를 해주셨다. 나긋나긋하고 조용한 목소리의 이분이 현인닭 복원의 제일가는 숨은 공로자라 생각하니, 작은 체구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꽁지가 아름다운 재래닭



 



현인닭이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되다



현인농원을 일군 이는 올해 75세인 홍승갑씨다. 그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사라져갔던 재래닭을 복원하였을 뿐만 아니라, 15가지 색상의 재래닭을 복원하여 키우고 있다. 작년에는 국제슬로푸드에서 세계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생명자원들에게만 부여하는 ‘맛의 방주’ 인증을 받았다. 그 이전에는 흑색 닭을 복원하여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UN FAO)의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 ‘현인흑계’로 등재되기도 했다. 1983년부터 한국재래닭보존회 활동을 계속해오며, 토종을 살린 귀중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식량자원들이 다국적 종자기업에 팔려 청양고추에도 로얄티를 내야하고, 우리나라 토종인 구상나무나 라일락이 역수입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홍승갑씨가 30년 넘게 노력해온 토종닭 복원은 국책 사업이 되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래닭 전시관에 있는 병아리집



 



토착균으로 1,2차 발효시킨 사료를 먹이로. 계사 냄새가 나지 않아



계사 앞쪽에서 사료를 만들고 계신 홍승갑씨를 만났다. “인근 산에서 퍼온 흙을 24~48시간 발효시켜(토착균) 사료를 넣어 배합하고, 다시 2차 배양을 해요. 그것을 사료로 쓰고 있지요.” 닭장 안으로 들어가 여러 종류의 현인닭을 살펴보는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이 사료를 먹어서 닭의 면역력이 강하고 건강할 뿐 아니라, 선조들이 닭을 키우는 방식대로 키워서 추위에도 강하다고 했다. 여러 종류의 현인닭 깃털에는 윤기가 흐르고, 힘이 넘쳤다. 닭을 살펴보기 위해 계사 안으로 홍승갑씨가 들어서자 푸더덕 높이 날아올랐다. 현인닭은 2009년에 친환경 농산물로 인증 받았다. 



“30년전만해도 정부에서 유기농업 배척했잖아요. 우리는 파주의 유기농업 선발대예요. 옛날에 우리가 발효 톱밥 만들어달라고, 430명이 서명해서 요청했는데. 그 때 들어줬으면 파주가 전국의 유기농업 선진지가 되는 거였는데... ‘집에 가서 낮잠이나 주무시죠’라고 공무원이 조롱했죠. 우리 농민의 힘이 부족했던 거예요.” 그 때 유기농업의 기회를 놓친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우연히 ‘본초강목’을 보고 재래닭 보존에 빠져



피난 갔다가 귀향한 후 양계를 하다가 접고, 이후 사업 하면서 집에서 취미로 닭 몇 마리를 키웠다. 60년대는 닭이 울긋불긋 아주 예뻐서 ‘화초닭’이라 불렀다. 지금 금촌역앞 LG서비스센터자리에 집이 있었다. 당시에는 기차가 3~4시간마다 있었는데,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닭이 사납다고 항의가 많았다고 한다. 항의를 하도 많이 받은 어느날은 화가 나서 닭을 잡아먹어버렸다. 



이후 여기 향양리에 들어왔는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강원도 어디에 조선닭을 기른다는 소리를 듣고 그길로 쫓아가서 닭을 구해와 키우기 시작했다. “우리 70대는 순수 혈통을 보아왔던 세대예요. 나중에 노년에 들면 용돈이나 벌면서 의미있는 일도 하자 생각해서 시작했지요.” 몇 해 기르다보니 닭이 3,000마리나 됐는데 사료값도 엄청나게 들어가고, 고민이 되던 차에 어느 잡지에서 언뜻 ‘본초강목’을 보게 되었다. 그걸 보고  ‘어차피 돈벌이는 안되니 혈통보존이나 하자’고 마음을 먹고 색상 복원에 뜻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중부닭을 복원하는데는 10년이 걸렸다. 이후 축산 과학원 연구관과 인연을 맺게 되어 선조들이 기르던 닭의 모든 색을 복원해보자는 열의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15종의 현인닭을 복원했고, 이것이 ‘맛의 방주’에 등재되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2008년 조류독감때 매몰한다 해서 크게 실망, 박제를 만들기도



2008년에는 조류독감이 전국으로 퍼졌다. 정부가 질병에 감염된 곳에서 3km반경 내의 가금류는 모두 매몰한다고 발표했다. 그때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신은 우리 토종닭의 유전자원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인닭을 한갖 병인(病因)으로만 보는데 실망해서 양계를 포기하려 했다. 그래서 색깔이나 보존하자고 박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70~80구 정도 만들고 있는데 연구원에서 더 이상 없애면 안 된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다행히도 매몰위기를 벗어났고, 정부에 3~4가지 자원을 등록하게 되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은 파주 현인닭이 ‘코리아현인흑계’(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라는 학명을 받고, 세계적 자원으로 등록된 것(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이라 했다.



 



 ‘파주현인닭’ 명칭을 고집한다



홍승갑씨는 ‘파주현인닭’ 명칭을 고집한다. “사람들이 그냥 우리나라 닭이지 왜 파주를 붙여 파주현인닭이라 하냐고 해요. 그래도 제가 맨 처음 복원한 중부닭이 대한민국 정 가운데인 파주에서 탄생했으니 파주현인닭이라 고집하고 있지요.”



그는 지난 13일 KBS의 <6시 내고향>에도 출연했다. 2004년 MBC의 <6mm세상탐험>, 2006년 EBS <하나뿐인 지구> ‘종자전쟁 시대의 종자 지킴이’, 2013년 SBS <생방송 투데이>등 온갖 매체에 모두 출연해 봤다며, 자칭 파주 홍보대사란다. 



여름에는 계란 판매 등으로 농장운영이 가능한데, 겨울 5개월 동안은 계속 적자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중국은 토종의 육계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하고, 일본은 소수 양계도 양성화하여 품종 다양화를 장려하고, 유럽에서는 생산자, 조합, 정부가 3위일체가 되어 토종 보존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홍승갑씨가 복원한 건강한 파주 현인닭



 



토종닭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전시관, 체험장 열어 



지금 그가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재래닭 전시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닭을 거의 모르고 있어서, 토종닭의 아름다움과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농경유물도 모으고, 재래닭 야외 전시장도 마련했다.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교육장도 마련했다. 그런데 여러 규제 때문에 박물관 등록이 안 되어 답답해했다. 



그는 현인2호 닭을 껴안고 꼬리를 쓰다듬었다. 토종닭은 꼬리가 길다. 길이가 5척이나 된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반짝거리는 꼬리를 자랑스럽게 쓰다듬으며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우리 선조들은 ‘종자 팔아먹는 놈은 3대가 망한다’했어요. 지금 시대는 토종 자원이라도 변형해서 등록해버리면 그 사람 소유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 종자를 지켜야죠. 종자를 세계적으로 등록해야해요. 그게 살 길이예요.” 



 글 · 사진 | 임현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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