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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경 기자 『전국 언론 자랑』 — 소멸이 아니라 삶을 담는 지역 언론의 기록

파주소식 | 작성일: 2025-10-31 15:37:15 | 수정일: 2025-10-31 15:37:33

 

“모두가 서울을 볼 때, 우리는 지역으로 들어간다”

 

 

서울을 벗어나 전국의 지역 언론을 찾아 나선 기자가 있었다. 〈미디어오늘〉의 윤유경 기자가 2년 넘게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만난 지역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었다. 신간 『전국 언론 자랑』(사계절출판사)은 ‘소멸이 아니라 삶을 담는 지역 언론 이야기’라는 부제로,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겁고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언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주민의 삶을 지면에 옮기는 기자들

 

윤유경 기자는 2022년부터 전국의 19개 지역 언론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취재했다. 그 여정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발품의 기록이다. 진안의 ‘할머니 기자들’, 우도의 마을신문 ‘달그리안’, 그리고 태안의 18년짜리 추적 보도까지 책에는 지역 언론이 주민 곁에서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구체적 장면들이 담겨 있다. 〈진안신문〉의 류영우 국장은 20년 가까이 글을 배우지 못한 노년 여성과 발달장애 학생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이들이 쓴 기사로 실제 버스 노선이 신설된 일화는 지역 언론이 공동체를 움직이는 힘을 보여준다.

 

〈부산일보〉는 산복도로에 ‘산복빨래방’을 열어 빨래비 대신 이야기를 받고 기사로 엮었다. 〈옥천신문〉은 청소년들이 신문을 읽고 라디오 방송으로 소개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태안신문〉은 ‘삼성중공업 기름유출 사고’를 18년째 추적하며, 사건이 아닌 ‘삶’의 회복을 기록한다.

 

“소멸 위기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윤 기자는 중앙 언론이 ‘소멸’이라 부르는 마을들을 직접 걸었다. 경남 의령군 입사마을의 논길에서, 그녀는 이렇게 쓴다. “지도 위의 ‘빨간 점’ 뒤에는 이름이 있고, 목소리가 있었다. 소멸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심하고 폭력적인지 깨달았다.” 그가 만난 지역 기자들은 ‘사건’이 아닌 ‘일상’을 쓴다. 사라져가는 마을, 버스가 하루 두 번 오는 시골, 슈퍼 하나 없는 섬마을에도 기자가 있고 신문이 있다. 지역 기자의 펜 끝은 그 자체로 지역 민주주의의 마지막 안전망이다.

 

“작지만 좋은 언론을 키워 써야 한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대다수 언론이 권력과 광고주의 이익을 좇을 때, 힘없는 시민의 편에 선 천연기념물 같은 기자들이 있다. 나쁜 언론을 고쳐 쓰기보다, 작지만 좋은 언론을 키워 써야 한다.” 이 말은 책의 핵심을 정확히 짚는다. 윤 기자가 만난 지역 기자들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좋은 언론’을 포기하지 않았다. 〈뉴스민〉은 독자의 후원으로만 운영되며, 〈원주투데이〉는 수익의 30%를 공익사업에 쓴다. 〈거제신문〉은 시립박물관조차 없는 곳에서 지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다섯 권의 책을 펴냈고, 〈중도일보〉 손도언 기자는 국악의 뿌리를 찾기 위해 청풍호에 직접 수중 다이빙을 시도했다.


 

‘서울 바깥의 삶’을 기록하는 일

 

윤 기자는 말한다. “서울 사람들의 시선으로 그려진 ‘지방’에는 현실이 없다. 그러나 지역 사람들은 오늘도 자기 삶을 성실히 살아간다. 그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다.” 책은 단순한 언론 취재기가 아니다. 지역 언론이 ‘기록’과 ‘연결’을 통해 어떻게 주민의 삶을 바꾸고 공동체를 치유하는지를 보여주는 보고서이자, 기자라는 직업의 본질을 되묻는 성찰문이다.


 

『전국 언론 자랑』

지은이 : 윤유경 (〈미디어오늘〉 기자)

출판사 : 사계절출판사

발행일 : 2025년 10월 31일

쪽수 : 352쪽 / 값: 19,000원 / ISBN: 979-11-6981-397-6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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