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농민연합, 민통선 전면 개방촉구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이재명 대통령님, ‘국민주권정부’ 농민은 국민이 아닙니까?”
접경지역농민연합, 민통선 전면 개방촉구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민통선 전면해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전환식 파주농민회 공동대표)
지난 10월 24일 접경지농민연합은 민통선 전면해제와 함께 ▲민통선 축소 관련 법령개정 여부와 추진근거 공개 ▲접경지역 별 실태조사 및 접경지역 농민 의견수렴 실시 ▲민통선지역 농민의 재산권 회복과 생활권 보장 종합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대통령실 앞에서 가졌다.
부지깽이라도 빌려 써야 한다는 추수 때다. 올 가을은 잦은 비로 더 바쁘다. 추수로 눈코뜰새 없는 시월 아침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간인통제구역 전면해제 기자회견을 가기 위해 모였다. 주차를 위해 전쟁기념관에 들어가는데 전쟁‘기념’관이라는 이름부터 우리에게는 거슬렸다.
“전 전쟁기념관이라는 말이 화가 나요. 전쟁을 기념하다니요. 인천상륙작전기념관도 기분 나빠요. 양민학살하면서 상륙한 걸 기념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러네 그러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전쟁의 비극을 기억하자는 뜻을 품고 있다해도 용어가 주는 규정이 있는건데.”
“네.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하고 기록해야지 기념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럼 뭐라하면 좋을까?”
“전쟁기억관 아니면 전쟁기록관?”
“전쟁기억관이 좋겠다.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 이런 의미로.”
▲'민통선 전면해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접경지역농민연합 이석희공동대표(연천농민회 대표)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 속에 지난 정권 3년을 보낸 접경지농민들은 전쟁이라는 단어에도 민감했다. 대통령실 맞은편 용산전쟁기념관 앞에는 파주 뿐만아니라 김포, 연천, 철원, 양구, 포천, 강원농민회 회원들이 앞으로 속속 모였다.
최근 국방부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DMZ 남방한계선에서 5㎞까지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발표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책상 행정의 전형이다.
정전협정 때 UN을 대표한 미국과 북한, 중국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파주에서 고성까지 남북 각 2㎞를 비무장지대(DMZ)를 정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어 UN은 DMZ 남방한계선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5~15㎞에 이르는 구간을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정했다.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집과 땅을 뺏긴 채 70년 넘는 세월을 살았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민원과 군사적 목적으로 민간인통제구역에 70년대부터 농사를 허용했고, 민통선도 강원도 백두대간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 구역 5㎞까지 축소됐고 더한 경우는 5㎞가 안돼는 지역도 있다. 국방부의 발표는 접경지역 농민들의 눌러놨던 분노를 터지게 만들었다.
“매일같이 검문을 당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하루 열 번을 들어가면 열 번을 검문당해야 해요. 이거 때문에 젊은 애들도 고생입니다. 나라 지키라고 군대 보냈는데 매일같이 민간인들 검문, 검색하느라 민간인들하고 부딪치고 있습니다. 손주 같은 놈들인데 딱하기 그지없어요. 그리구 재산권 행사를 못해서 저희들 농사짓는 게 딱하기 그지없습니다. 창고도 하나 못 짓고, 농막도 못 져서 그 비싼 농기계를 노지에 놔두고 눈비를 맞히고 있습니다. 민통선은 전면 해제돼야 합니다.”
파주농민회 전환식 공동대표의 말이었다. 이번 5㎞까지 민통선 해제에 접경지역농민들을 더 분통 터지게 만든 것이 있었다.
“지금 이 나라는 농민들만 주권이 없습니다. 국회토론회 이후 대통령실은 접경지역 농민들과 수차례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와 아무런 협의없이 5㎞까지 해제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우리 농민은 국민이 아닙니까? 5㎞든 10㎞ 농민들과 대화를 하십시오.”
접경지역농민연합 이석희 공동대표와 김덕수 강원농민회 사무처장은 지난 8월19일 접경지 농업, 농촌, 농민 권리회복을 위한 법제도개선 토론회 이후 대통령실과 수차례 회의를 했는데도 한마디 논의없이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을 지적했다.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는 ‘진정한 민통선 축소는 단순히 거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접경지 시‧군의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주민과 농민들의 생존권과 지역 발전을 실질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접경지역 주민에 대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특별한 지원은 민통선에서 농사짓는 민북 농민들은 ‘옛다 이거 줄께’ 식으로 던져주는 시혜가 아니다. 이날 기자회견 진행을 한 김상기 접경지역농민연합 사무국장은 말했다.
“우리는 시혜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통선 해제는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이 침해당하고 통제당하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으라는 것입니다.”
정전협정 이후 민간인통제구역은 미군이 관리했다. 한국군에 이관 결정을 한 것은 60년대 말이었고 준비기간을 거쳐 70년대 초 한국군한테 민간인통제구역 관리를 완전히 넘겼다. 마정리 주민 증언에 따르면 처음에 1사단(파주 민통선 대부분 관할)이 관리하는 것에 반발이 컸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전에 1사단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많이 끼쳤기때문에 차라리 미군이 관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군에서는 농민들에게 민통선에서 농사는 자유롭게 지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이 깨진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검문과 통제가 심해졌다. 파주농민회 박해연 감사는 초등학생때인 70년대 임진강에서 놀았다고 한다. 김상기 국장은 이점을 환기시킨 것이다.
지뢰 문제도 심각하다. 군사전문가이기도 한 김기호 DMZ지뢰연구소 소장은 첨단 무기를 사용하는 시대에 50년~70년된 지뢰들이 널려있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 민통선 관리를 비판했다. 그는 민통선을 전면 해제해도 문제 없다는 점을 군사적인 면에서 말했다.
“전쟁 나면 군인들도 민간인통제구역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평상시에 민통선을 유지하면서 주민들을 불편하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비용과 노력으로 민통선에 널려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지뢰부터 제거하십시오.”
“농민들이 자유로운 농사를 짓는 것부터 평화의 시작이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합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노현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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