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신문

파주의 아름다운얼굴 (150) 파주비상행동의 주역, 김찬우,정충제, 김병빈 삼총사

파주가좋다 | 작성일: 2025-07-18 14:22:51 | 수정일: 2025-07-18 14:22:51

 

파주의 목소리를 듣다 - 민주주의 파괴자에 민주주의로 대항한 많은 움직임파주비상행동

 

 


작년 12월 선포된 계엄령은 수많은 삶을 파괴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목소리를 냈다. 민주주의 파괴자에 민주주의로 대항한 많은 움직임들은 절망의 시대에 작은 희망을 세상에 흩뿌렸고 파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파주비상행동’이 그 앞에 있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 중이던 시민들과 단체가 힘을 모아 만든 파주비상행동은 파주의 시민사회에 신선한 힘을 불어넣었다.

 

그 곳에 정충제, 김병민, 김찬우씨가 있었다. 장애인, 환경 및 생태, 청소년 운동과 현실정치에 각기 뜻을 두고 있던 세 사람은 지금 파주에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파주비상행동을 넘어 상설 연대체로 전환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세 사람을 만나 각자 살아온 궤적이 어떻게 파주에 모였고 앞으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파주비상행동의 인연


세 사람이 모인 건 계엄령이 선포되고 아직 파주비상행동이 꾸려지기도 전, 파주시민들이 모이는 첫 집회 날이었다. 김병민 씨과 김찬우 씨는 파주에 온 지 얼마 안 된 정충제 씨를 그 날 처음 만났다. 현재 민주노동당 파주시위원장인 김찬우씨는 그날을 떠올리며 영화 기생충의 대사를 인용했다.


“파주에서는 장애인 관련된 운동이나 활동을 하는 분들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근데 그날 활동가 인상을 받아, 1월에 예정돼 있던 파주비상행동을 결성하는 모임에 바로 초청을 드렸어요. 그 자리에서 명함을 받았는데 다 계획이 있었던 거죠.”


정충제 씨는 장애인녹색재단 파주시지회의 지회장을 맡고 있다. 이사 오고 1년 반 정도 지난 뒤 파주시지회장 자리가 비었단 걸 알고 자처한 책임이다. 그는 지회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사람을 모아 만들었다고 답했다. 

 


“아마 파주에서 처음 열린 집회였을 거예요. 찬우 위원장하고 주변 몇몇 분들이 뭐라도 해야하지 않냐며 사람들을 모았는데 마침 그 날 딱 오셨어요. 길 가다가 보고 오신 거예요?”


김병민 씨의 물음에 정충제 지회장은 인스타그램을 보고 왔다고 대답했다. 정 씨는 파주에 와서 받은 첫인상을 말했다. 


“처음에 대중교통 진짜 답답했어요. 장애인 콜택시는 어느 정도 돼 있었는데 제가 오고 몇 년이 지나자 콜이 통합됐어요. 노인, 임산부, 장애인 특장차까지도요. 그래서 오히려 장애인들이 못하는 그런 실태가 돼 버린 거죠.”

 

 

“연결될 권리, 접근성이 문제다”


정충제 씨가 파주에 온 건 3년 전 여름이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장애인 운동을 해 온 그가 파주로 온 이유는 주거지가 바뀌어서이다. 그리고 그가 오자마자 맞닥뜨린 건 서울에 비해 뒤쳐진 파주의 장애인 정책과 인식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접근성 문제를 첫째로 꼽았다.


“사실 접근성 문제가 제일 커요. 식당이 아무리 맛집이라고 하더라도 못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파주에서 맛집 이런 곳 소개를 많이 하고 블로그에서도 많이 보는데 사실 못 들어가는 데가 대부분이에요. 맛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야 가는 거죠.”


말을 마친 정충제는 파주시 내 상가에 설치된 경사로의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속 경사로의 끝은 모두 끝이 잘린 턱이 있는 경사로였다.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는 모양이었고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했다.

 

 

1시간에 1대 다니는 동네, 급한 경사로 – 배제되는 느낌


정충제 씨와 함께하며 많은 장애를 목격했을 김찬우 씨도 한 마디 덧붙였다.


“접근성은 연결될 권리인 거잖아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경사로가 없으면 막히는 거지요. 제가 학생 때 탄현면 대동리에 살았는데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정도 다녔어요. 섬에서 배를 기다리는 마음이었어요. 연결되고 싶은 곳에 높은 장벽이 있는 거죠. 청소년이었으니까 더 연결될 권리가 배제되는 거였죠.”


김병민 씨는 파주시청조차 경사가 굉장히 심하다며 아쉬워했다. “제가 방송 쪽 일을 하잖아요. 장비를 굉장히 많이 싣고 움직여야 하는데 경사도 급하고 폭도 좁아서 굉장히 힘들어요. 휠체어 탄 사람들이 이용하라고 있는 경사로인데 이렇게 만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소년 김찬우와 김병민의 첫 만남


파주에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파주에 산 김병민 씨과 김찬우 씨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8~9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병민 씨는 녹색당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고 김찬우씨는 청소년 단체에서 활동 중이었다. 김병민 씨는 첫 만남을 사진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저는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고 찬우는 어떤 집회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서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었던 거죠. 우리는 그렇게 만났습니다.”

 

 

청소년 운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찬우 씨는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여성이나 장애인 의제처럼 차별받고 억압받는 것에 저항하는 것이 여성운동, 장애인 운동이잖아요. 청소년 운동도 마찬가지로 청소년이 차별받고 억압받는 것에 저항하는 운동이에요. 제가 활동할 당시 가장 중요한 의제가 청소년 참정권이었어요. 선거 연령을 낮추자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체벌이었어요. 학교나 가정에서 체벌이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 저항하는 운동을 했었죠. 어린 사람이 맞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찬우 씨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신이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으로서 세상에서 무언가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활동가로서 오랫동안 그를 본 김병민 씨도 청소년 운동에 관해 말을 보탰다.


“청소년 운동 쪽에서 주목하는 게 헌법 소원 문제입니다. 청소년이 헌법 소원을 할 때는 성인을 대리인으로 세워야 하는 거예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거죠. 이제 그런 부분을 깨기 위한 운동이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꿈의 학교’에서 성장한 청년 김찬우


김찬우 씨가 처음 청소년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학생 때 경험한 ‘꿈의 학교’가 큰 계기였다. ‘꿈의 학교’는 당시 이재정 교육감의 공약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과제를 설정하여 자치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꿈의 학교는 중고등학생 나이 때 했었어요. 저는 중학교까지만 학교에 다니고 고교 진학을 하지 않았어요. 꿈의 학교 영향이 컸어요. 꼭 학교가 아니더라도 뭔가 배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독서 모임을 하고 영화도 보러 다녔는데 학교 다닌 사람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더 빠르고 가깝게 이해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꿈의 학교’는 학생이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걸 강조한 프로그램이었다. 김찬우 씨는 창작 연극을 올린 경험과 본사의 청소년 신문 만들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방송통신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한때 다른 사람들처럼 대학교 진학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무기 중에 하나라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주지역 내에서 할 일이 우선이라 여긴다. 그는 지난 2022년 경기도 도의원에 도전했다.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현실 정치의 어려움을 알게 된 게 뜻깊었다며 이제는 그 다음 단계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정충체씨, 시민대토론회에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주장 


정충제 씨는 최근 열렸던 파주시민 대토론회에서 중증장애인 활동 보조인 이슈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가족이 직접 돌볼 수 없는 중증장애인은 모든 활동에 활동보조인이 필요하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여 활동보조인이 탄력적인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활동보조인은 다른 돌봄 사업과 달라요. 다른 돌봄은 가족이 할 수 있는 반면 활동보조인은 제도를 만들 때부터 가족이 돌봄을 못 하게 했어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한데 가족일 경우는 방치하거나 월권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중증장애인은 활동보조인에게 모든 시간을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걸 중개하고 계약하는 센터에서 주말이나 휴일에 근무하지 말라고 하면 공백이 생겨버립니다.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중증장애인, 특히 무연고인 분들은 꼼짝할 수 없게 되니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예요.”

 


그는 활동보조인의 수당 문제라면 파주시가 퇴직금, 수당, 제 수당 등의 재원을 마련하여 중증장애인들에게 돌봄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런 구조 속에서는 센터나 활동보조인이 갑이 될 수가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개인 대 개인으로 고용하는 외국의 사례를 들며 자기결정권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자기결정권은 자립 생활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행동하고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인간의 삶이 다 그렇잖아요. 근데 장애인들은 그게 보장이 되지 않았어요.”


그의 의제가 대토론회에서는 다른 개발 이슈들에 비해 주목을 끌진 못했지만, 그에게 공감한 시민들도 분명히 있었다. 동시에 그는 토론회 장소였던 시민회관 대공연장의 장애인 화장실이 굉장히 협소했단 걸 지적하기도 했다.

 

 

 

세사람 잇는 온라인 게임, 팀플레이와 연대


세 사람은 모두 게임을 좋아한다. 김찬우 씨는 FC온라인과 롤을 한다고 밝혔고 정충제 지회장은 스타크래프트부터 MMORPG(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리니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휴대폰 게임 등을 폭넓게 즐겼다. 
정충제 지회장은 현실도피로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게임 세상에서는 장애 차별이 없잖아요. 장애인도 없고 차별도 없고 그냥 자기가 한 만큼 아니면 돈 쓴 만큼 하는 거니까요. 근데 장애인 운동하다 보면 현실에서 차별의 벽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끊임없이 해나가야 된다, 내가 죽을 때까지는 해야 된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까 그게 어떤 때는 압박되고 그래서 현실 도피로 게임을 시작한 것 같아요.”


김찬우 씨가 게임 속에서의 ‘팀 플레이’를 말했다. 이들의 연대가 그와 닮았단 느낌을 주기도 했다. 정충제 씨는 “팀플레이는 굉장히 중요해요. 장애인 운동도 장애인 혼자 하면 못해요. 여러 단체가 힘을 보태야 합니다. 어떤 단체들은 후원을 끌어오고 어떤 단체들은 현장에서 운동하고 어떤 단체들은 세미나를 열어서 발제 자료도 만들고. 이렇게 연대해야 굴러가거든요.”라고 덧붙였다.

 

 

‘파주의 목소리들’로 새로운 연대체 구상


김병민 씨는 모든 분야의 통합적인 연대를 강조했다. 계엄 국면 이후, 더 통합적인 관점에서 연대체를 구성하려는 이유다. 그렇게 ‘파주의 목소리들’이 태어났다.


“저희가 얼마 전에 ‘파주의 목소리들’ 행사를 진행했어요. 원래 있던 파주비상행동을 상설 연대체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에요. 다른 단체 분들, 예를 들면 민주노총 여성민우회, 평화마을짓자 등 십여 개의 단체들에 먼저 제안했고, 앞으로 이렇게 연대를 했으면 좋겠다고 구상 중이에요.”

 


정충제 씨와 김찬우 씨는 계엄 전 파주비상행동이 꾸려졌을 때와 현재 그리고 있는 연대체의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지금 파주에서 시민단체 활동이 거의 멈춰있는 상태예요. 그래서 서로 각자 하는 활동을 공유하며, 이것을 정치 아젠다로 만들어 해결할 수 있는 공동의 목소리를 만들고 운동도 같이 하려고 해요.”


“박근혜 정부 때는 박근혜 퇴진운동본부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계엄 국면에서는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 행동이었어요. 그만큼 윤석열 퇴진만 중요한 게 아니고 이후에 세상을 잘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첫 번째 목표는 어느 정도 되었으니 이제 두 번째에 집중하자는 게 현재 파주의 고민이지 않나 생각해요.”


김찬우 씨는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그가 가는 길을 향한 양면적인 반응을 털어놓았다.


“친구들은 제가 정치하는 것을 존중하면서 정치와 관련된 걸 물어보기도 해요. 근데 한편으론 제가 정치 얘기만 할 것 같아, 조금 거리를 두는 게 느껴지고 해요. 또 페미니즘을 얘기하는 게 제 또래에게는 안먹히는 문화입니다. 제가 당의 지역위원장이기에 친구가 잘못된 이야기를 했을 때 ‘아닌 것 같다,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라고 이야기할 때가 있거든요. 그렇게 했을 때 분위기가 차가워지기도 해요. 반면에 따로 만나서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응원한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고요.”

 

 

왜 목소리를 내는가?


인터뷰 당일은 ‘파주의 목소리들’ 회의를 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들은 틈틈이 자료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운동을 계속하는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답을 내놓았다.


김병민 씨는 말을 마친 후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눈에 보이는데 말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충제 씨는 “차별에 대한 저항이죠”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그 명료함이 그만큼 세상의 벽이 견고하단 뜻으로도 읽혔다. 김찬우 씨는 자신의 계획으로 답을 대신했다.


“제가 관심있는 분야는 공공성, 그리고 불평등한 세상을 평등한 세상으로 바꾸는 일인데, 이를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가 가장 큰 사안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지역에서 집권하는 것. 전국적으로 집권하기 참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요.”

 


정충제는 공릉천을 좋아한다. 머리가 복잡해 바람을 쐬고 싶을 때 자주 나간다고 한다. 그의 취미는 사진을 찍는 것이다. 특히 풍경 사진을 많이 찍는다.


“공릉천에 숲이 조성된 길이 있어요. 거기에 공원도 조그맣게 있거든요. 그렇게 산책이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옛날에는 카메라로 찍었지만, 요즘엔 핸드폰 성능이 좋아져서 핸드폰으로 찍어요.”


옛날엔 인화도 하고 사진전도 열었었다는 그의 말의 옆에서 듣던 김병민과 김찬우는 나중에 사진전을 열어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충제, 김병민, 김찬우 씨가 바라는 건 경사로가 높지 않아 차별을 느끼지 않고 함께 산책하는 것,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모두가 함께 아름다울 수 있는 세상일 것이다.

 

 

#188

 

 

최홍익 기자 

관련 글 (카테고리: 파주가좋다)

행정기관
파주시청 파주시의회 파주경찰서 경기도청 경기교육청
지역언론 협동조합 협의회
부천 콩나물신문 양평시민의소리 거창 한들신문 춘천사람들 사람과세상
예술로 통하다 꼴통협동조합
논밭예술학교 쌈지농부 삼무곡 예술공간 유기견 무료분양 뉴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