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천 흙길 존치를 위한 파주 시민사회 연대 기자회견
공릉천 흙길 존치를 위한 파주 시민사회 연대 기자회견
- “공릉천 하구 둑마루 포장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7월 7일 오전 파주시청 본관 앞에서 ‘공릉천친구들(대표 조영권)’과 파주 시민단체들이 모여 ‘공릉천 하구 둑마루 흙길 존치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기자회견은 공릉천친구들이 주최하고, 민주노총고양파주지부, 이주노동자지원센터 살롬의집, 자유로장애인센터, (사)평화마을짓자, 민주노동당 파주지역위원회, 파주해시민발전협동조합, (가)사회대개혁 파주시민포럼 관계자를 비롯하여 탄현, 금촌 주민이 참여하여 진행되었다.
조영권 공릉천친구들 대표의 경과보고후, 공릉천을 매일 산책하는 탄현 주민 박종일씨의 발언, 민주노동당 파주지역위원회 김찬우 위원장, 탄소중립도민추진단 박평수 공동단장의 입장 발표가 있었다.
이어서 이주노동자지원센터 살롬의집 김현호 신부는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지키는 한국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발언을 했고, 공릉천친구들의 천호균 집행위원은 “신은 늘 용서하고, 인간은 가끔 용서하고,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프란체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공릉천 둑마루의 콘크리트 포장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밝혔다.
정진화 공릉천친구들 공동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파주시와 우리가 협의하여 제안한 한강유역환경청에 대한 협상안인 기포장된 도로의 반을 철거해서 흙길로 복원하는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 공릉천친구들과 시민단체들은 애초에 요구했던 전 구간 흙길 존치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파주시민을 비롯하여, 임진강과 한강하구를 공유하는 고양, 김포, 강화 시민은 물론 전국의 환경운동가와 함께 공릉천을 온전히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생태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임현주 기자
<성명서 전문>
공릉천 하구 둑마루 흙길 존치를 위한 기자회견문
- 공릉천 하구 둑마루 포장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
기후위기의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치는 지금, 지독한 폭염과 산불 등 자연재해가 일상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태학자들의 답은 ‘더 많은 자연(Nature Positive)을!’ 가꾸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공릉천에 숨 막히는 콘크리트 둑마루 포장을 허용할 수 없다!!!
200년 주기 홍수 대비라는 허울 좋은 이유로 공릉천 생명들이 살아 움직이는 둑마루에 콘크리트를 입힐 순 없다. 우리는 자연이 우리 인간의 손아귀에서 통제되는 대상이 아님을 엄숙히 선언한다. 우리가 개발이란 이름으로 해친 생명들이 멸종되면서, 이미 이 지구별에서 인간이란 생명이 존재하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자유로 파주 구간 송촌대교 초입부터 영천배수갑문까지는 조수 때마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기수 구간으로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위기종(EN, Endangered)으로 평가되는 개리, 재두루미, 저어새가 서식하고 여름 철새인 뜸부기는 송촌리 논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며 공릉천을 넘나든다.
공릉천은 우리나라 전체 새(500여종)의 4분의 1이 번식, 월동, 통과하는 새들의 천국이다. 국가가 지정한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동물만도 30여 종에 이르고, 파주시 청소년탐조연대는 지난 5년간 공릉천에서 160여 종의 새를 탐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보호종인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붉은발말똥게, 삵도 이곳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 수원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인데 서식지가 사라지며 자취를 감추고 있다. 수원청개구리의 멸종까지는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렇게 수많은 생명이 깃든 공릉천을 제대로 된 환경영향 평가도 없이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하천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둑마루 아래 공릉천과 농경지를 잇는 자연수로는 깊이 2.5m 폭 2m의 U자형 배수로로 만들어 생명들이 죽어 나가는 죽음의 수로가 되어버리자 시민들의 요구에 못 이겨 뒤늦게 동물 이동을 위한 수로 덮개를 설치하였다. 온갖 텃새들의 서식처였던 둑마루 좌우의 초지도 갈아엎어 지금은 생태계교란종인 단풍잎돼지풀 천지가 되고 말았다.
공릉천 둑마루 콘크리스로 포장은 어떠한가!
흙길은 공릉천과 농경지를 오가는 말똥게, 붉은발말똥게, 누룩뱀, 구렁이의 안전한 이동 통로였다. 파주로 이사 와서 공릉천을 만난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하는 시민들, 부부가 걷고, 모녀가 거닐며 건강을 찾고 마음의 평화를 찾곤 했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생명의 소리, 황홀한 낙조,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마다 색을 바꾸어 가며 생명과 평화를 품고 흐르는 이 공릉천을 우리는 온전히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동안 공릉천친구들은 파주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이 밀어붙이고 있는 공릉천 하천정비사업을 개발과 정비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생명과 평화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라고 간곡히 설득해 왔다. 그러는 동안 공사 주체인 한강유역환경청의 담당자가 바뀌고 청장이 바뀌었으며, 바뀔 때 마다 우리는 다시 찾아가서 대화하고 소통하며 의견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하였다.
파주시와도 마찬가지로 하천관리과, 기후위기대응과 실무자는 물론, 파주시장과의 공개 만남을 통해서도 이러한 뜻을 전달하고 생태와 환경, 평화가 흐르는 공릉천을 이야기해 왔다. 이미 진행된 구간에 대해서는 우리가 백번 양보하여 콘크리트 길로 두더라도 앞으로 남은 공사구간 만큼은 흙길로 둘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공사 주체인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요지부동 설계대로 진행할 뿐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공릉천친구들은 둑마루 포장 공사가 강행되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파주시와 여러 차례 토론과 협의를 거쳐, 기 공사가 진행된 콘크리트 포장 구간과 흙길 존치 구간을 각각 절반으로 하는 안을 파주시가 한강유역환경청 강력하게 요구하고 협의를 이루어낼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한강유역환경청은 남은 공사 구간에 대해서 둑마루 반 포장을 공문으로 보내왔으며, 파주시는 절반만이라도 흙길을 존치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책임회피의 태도를 보여 왔다.
이에 우리 공릉천친구들은 공릉천을 사랑하는 파주의 시민, 임진강과 한강하구를 공유하는 고양, 김포, 강화 시민은 물론 전국의 환경운동가와 함께 공릉천을 온전히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생태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파주시와 우리가 협의하여 제안한 한강유역환경청에 대한 협상안인 기포장된 도로의 반을 철거해서 흙길로 복원하는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 공릉천친구들과 시민단체들은 애초에 요구했던 전 구간 흙길 존치를 강력히 요구한다.
더불어, 공릉천 하구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지금과 같이 공릉천을 훼손하고 파괴하며 하천정비라는 미명 하에 불필요한 시설과 개발이 남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강물은 흘러야 하고 새는 날아야 한다. 말똥게는 둑마루를 넘나들어야 하며 사람은 말똥게와 같이 둑마루의 흙길을 밟으며 걸어야 한다. 강과 새와 물고기와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공릉천을 위해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
- 파주시는 공릉천 하구 둑마루 공사관련 협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져라.
- 파주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은 공릉천 하구 둑마루 콘크리트 공사를 중단하고 흙길을 보존하라.
2025년 7월 7일
공릉천친구들과 공릉천을 사랑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