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코리아 평화의날’, 파주 임진각에서 3천여 시민이 평화를 외치다
7대 종단 DMZ 생명평화순례단과 제주에서 출발한 ‘평화의 배 항해’단이 합류
“전쟁없는 한반도를 만들자” 시민이 앞장서는 평화운동 선언
현충일인 6월 6일, 파주 임진각에서 전국 각지에서 시민 3,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2025 제2회 코리아 평화의 날’ 행사가 개최됐다. 군사적 대립의 상징이었던 접경지에서 평화를 외치는 시민들의 외침은, 남북간 대립과 갈등을 넘어 평화와 통일로 가자는 시민들의 열망을 보여줬다.
이번 행사는 ‘2025 코리아 평화의 날 시민행사위원회’가 주최하고, 고양파주시민행사위원회, 국경선평화학교, 한반도평화행동, 2025 DMZ생명평화순례준비위원회가 공동 주관했으며, 파주시가 후원했다.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접경지역에서 전쟁 재발을 막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시민 주도로 기획된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코리아 평화의 날’은 2019년 ‘4.27 DMZ 민+평화손잡기 운동’에서 시작된 한반도 항구적 평화를 기원하는 시민평화운동이다. 작년 철원에서 제1회 행사가 열린 데 이어, 올해는 파주 임진각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었다.
행사는 7대 종단 ‘DMZ 평화순례단’의 입장으로 시작됐다. 이은형 신부(순례단장)와 김찬수 목사, 일문 스님을 비롯해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 7대 종단의 종교인 25명으로 구성된 ‘DMZ 생명평화순례단’은 5월 19일 강원도 고성에서 출발해 인제~양구~화천~철원~연천을 거쳐 파주 임진각까지 385㎞를 19일 동안 걸으며 평화를 기원했다.
여기에 제주 강정항에서 출발해 제부도를 거쳐 인천, 김포를 통해 고양시 행주나루터까지 서해를 항해한 ‘평화의 배 항해’가 합류하며 ‘코리아 평화의 날’의 의미를 더했다.
‘평화의 배 항해’는 5월 27일 오전 제주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가 송강호 박사와 5명의 남녀 청년이 작은 요트 ‘요나스 웨일(Jonah’s Whale, 요나의 고래)’을 타고 항해에 나섰다. 선장은 26살 여성 해초. 미술 전공 대학생인 해초 선장은 2023년 107일 동안 제주~오키나와~대만 5000km를 항해한 ‘공존과 평화의 바다를 위한 항해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평화의 배 항해팀은 목포항, 군산항, 전곡항에 상륙해 시민환영식과 시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임진각에 합류했다.
오후 2시부터는 시민문화예술행사 ‘코리아 시민 평화음악회’가 열렸다. 전국 17개 예술팀이 참여한 가운데, 청년 평화 버스킹, 천막 평화교실, 환경 및 먹거리 체험 프로그램 등이 함께 진행되어 축제의 장을 이뤘다.
특히 파주시 초등학생 8명으로 구성된 ‘꿈이 자라는 지역아동센터’ 타악기 공연과 우리마을예술학교의 길놀이는 평화를 염원하는 접경지 주민들의 마음을 담아냈다.
행사의 피날레는 모든 참가 시민이 손을 맞잡고 ‘임진강의 노래’(최원영 작사·작곡)를 함께 부르며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나누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이영아 고양신문 발행인, 안재영 파주DMZ 평화동행 대표, 군산 어린이 박태민, 제주도 청소년 이가영을 대표로 ‘시민 평화선언문’ 발표가 있었다. ‘시민평화선언문’에는 “남북 평화를 위해 시민이 앞장서고 정부는 그 뒤를 따르는 대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새로 선출된 이재명 대통령 정부에 평화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또한, 북한 정부에게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요청했다.
행사에 참여한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은 “오늘 행사는 남북이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와 교류를 통해 전쟁을 방지하고 대화와 화해를 통해 한민족이 하나로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코리아 평화의 날’을 제안한 정지석 국경선평화학교 대표는 “현충일은 전쟁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날이지만, 그 본질은 평화에 있다”라며 “시민이 앞장서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자는 취지로 이날을 ‘코리아 평화의 날’로 기념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2026년 제3회 행사는 경기 연천에서 열릴 예정이다.
임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