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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로 675번길을 걷다 보면..

파주사람ㆍ에세이 | 작성일: 2025-06-11 12:24:20 | 수정일: 2025-06-11 12:24:20

 

때 이른 무더위가 한창인 유월 초순, ‘눈꽃마을’로 불리는 파주시 법원읍 직천리를 찾았다.

 

오늘의 목적지는 만월로675번길이다. 초입은 혼란스러웠지만, 좁고 곧은길로 들어서자 이내 다른 세상으로 이방인을 반긴다. 돌 틈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고 개성대로 멋을 부린 집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도로 끝까지 오르자 생뚱맞게 숲 길가에 큰 눈을 부릅뜨고 보초를 서는 로마 병정이 보인다.

 

보초서는 로마병정

 

저 멀리 비학산을 배경으로 언덕 한편에 돌을 쌓아 만든 ‘어머니샘’ 약수터가 눈에 들어온다. 급한 마음에 달려가 바가지를 집어 들어 샘물을 받아마셨다. 시원하게 목젖을 적시는 약수가 더위를 한풀 꺾어놓는다.

 

▲ 어머니샘 약수터에서 약숫물을 받고 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약수터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린양을 돌보는 예수상, 약수터 뒤로는 보살상과 석탑이 서 있다. 여기서 만큼은 서로 다른 종교가 사이좋게 화합한 모양새이다. 옆에 사는 청년의 말로는 옛날 이곳에 고시원이 있었다고 한다. 혹시 고시생들의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조형물은 아니었는지 당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올라온 길을 되돌려 이 길의 주인공 흙집을 찾았다. 집 안팎으로 안주인의 섬세한 손길이 여기저기에 묻어나와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 흙집 앞마당에서 한가롭게 장난치는 강아지무리

 

흙집의 바깥주인 김태오 씨는 “2년에 걸쳐 내 손으로 직접 지었다. 황토로 60센티 두께의 벽을 쌓으며 중간, 중간에 통나무를 짧게 잘라 겹쳐 끼워 넣어 흙벽을 보강하며 나름대로 멋도 부렸다. 세월이 지나면 흙벽이 마르면서 금이 가고 틈새가 생기는데 굳이 보수하지 않는다.”

 

▲ 흙집 외벽에 보강과 숨구멍 역할을 하는 통나무가 보인다

 

라고 말하며 이어서 “왜냐면 벽 두께가 두꺼워 충분히 견뎌내기 때문이다. 실내 흙 벽면에는 우뭇가사리를 녹여 발라 코팅을 해준다. 그래서 벽지 도배를 따로 하지 않아도 흙가루가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느끼는 바와 같이 밖은 아무리 더워도 실내는 시원하다.”라며 흙집을 자랑한다. 농장 일로 바쁘다면서 천천히 둘러보고 가라며 이내 자리를 뜬다. 곳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흙집을 빠져나왔다.

 

이어서 초입에 자리한 ‘그랜드 승마장& 아이랜드 체험장’을 찾았다. 인사를 나눈 황대식 본부장은 “현재 미니어처 호스부터 성인이 타는 큰 말까지 모두 11필이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먼저 말을 보죠”라며 서둘러 안내한다.

 

말들이 기거하는 마사부터 찾았다. 황 본부장은 “말의 수명은 보통 25년 정도이다. 여기 흰말은 11년 된 ‘한라마’이다. 경마용 제주마가 부족하여 제주마와 외산마를 교잡종을 통해서 태어난 말이다.”라며 간략하게 설명하고 다음 장소로 안내한다. 

 

▲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못하는 한라마

 

마사를 빠져나와 말을 타고 균형 감각을 익히는 원형 마장과 모래가 깔린 실내 마장을 둘러보았다.

 

만월로675번길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낚시꾼들에게 널리 알려진 ‘마지 저수지’로 차를 몰았다. ‘직천지(池)’로도 불리는 ‘마지지(池)’는 제방이 흙댐으로 길이 256m, 높이 30m이며,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직천리에 있다. 1977년에 착공하여 1979년에 준공되었으며, 시설관리자는 한국농어촌공사이다.

 

▲ 직천지 데크길에서 건너편 마을이 희미하게 보인다

 

마지지(池), 직천지(池) 어느 것이 맞는지? 왜 그렇게 됐는지, 그 사연을 살펴보면 행정 편의적인 생각이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의 저수지는 분명하게 법원읍 직천리에 있어 직천지가 맞는데, 왜 멀리 떨어진 적성면 마지리의 지명을 옮겨붙인 마지지로 했을까? 그 이유는 ‘마지지구 농업용수 공급, 집중호우에 대비한 재해예방 및 가뭄피해 대비 차원의 저수지 준설사업’으로 사업 명칭에 따라 ‘마지 저수지’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직천리 사람들은 우리 동네에 있으니 당연히 ‘직천지’가 맞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우리는 인터넷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모처럼의 나들이는 정보 부족으로 누구나 아는 장소를 또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파주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먹거리, 볼거리, 체험거리가 의외로 많다. 가족끼리 비교적 한적한 만월로 675번길과 직천지 데크길을 따라 걸으면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누려봄은 어떨까?

 


○ 찾아가는 길(자동차)
 

- 금촌 출발 → 56번 도로 광탄, 법원 방향 → 오현 교차로 갈곡리, 오현리 방향 진입 → 정말 교차로, 오현리 방향 → 전곡, 적성 방향 → 만월로 675번길 진입
 

- 문산출발 → 여우고개사거리, 적성, 전곡 방향 → 두포교차로, 법원읍 방향 → 전곡, 적성 방향 → 양주, 직천리 방향 → 만월로 675번길 진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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