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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사단 민북농민들 항의로 26일부터 전진교 통행금지 풀었다

시민ㆍ경찰ㆍ소방ㆍ파주뉴스 | 작성일: 2025-05-27 11:55:53 | 수정일: 2025-05-27 11:55:53

육군 1사단 민북농민들 항의로 26일부터 전진교 통행금지 풀었다 - “국방부앞에 가서 시위하겠다”는 파주농민회에 23일 오후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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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배고파 꽃이 밥사발로 보였던 농부들. 통일대교 가는 길에 쌀밥사발 같다고 이팝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이팝나무 꽃이 만발했다.

꽃도 밥으로 보였던 보리고개, 지금 농부들은 열 두달 배고프다.

꽃이 조밥 같다고 조팝나무, 수북한 쌀밥 한 사발 같다고 이팝나무.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꽃이 밥으로 보였을까? 조팝나무와 이팝나무가 한창인 이 계절은 보리고개였다. 겨울을 보내고 보리를 수확하기 전까지 집에는 쌀 한 톨 없는 철이다. 너무 배고파 보리고개라고 했던 이 계절에 피는 꽃이다. 두 꽃 모두 모내기 철에 핀다. 엄마일 가는 길에 핀 찔레꽃을 먹고 울었다는 그 꽃도 지금이 제철이다.

지금 보리고개는 없어졌다. 그럼 농부들은 지금 배부를까? 아니다.

옛날처럼 굶지는 않지만 피땀 흘려 일해서 얻은 쌀 한 공기 값은 3백 원이 않된다. 한 공기 3백 원은 몇 년 전이다. 지금은 수매가가 더 떨어졌다. 어느 정권이든 농업정책이 없는 것을 두고 파주농민회 전환식 공동대표는 ‘농사꾼은 흉년이어도 폭삭 망하고, 풍년 들어도 망한다.’고 했다.

전쟁이 나도 모내기를 하는 게 농부이기에 넘기기 힘든 보리고개에도 모내기를 하고 콩을 심어야 한다.

모내기 하러 갈 때 농부들은 차 3대를 몰고 가야 한다. 이앙기를 실은 트럭, 트랙터나 트랙터를 실은 트럭, 모판을 가득 실은 트럭, 이앙기와 트랙터는 하루 종일 논에서 일하고 모판을 실은 트럭은 못자리를 낸 논에서 하루 수차례씩 모판을 실어 날라야 한다. 민간인통제구역에서 농사짓는 민북출입농민들은 모내기철과 추수철은 점심 때우기도 힘들다. 장단반도 임진강변에서 농사짓는 마정3리 농부 김씨는 모내기철과 추수철은 빵과 우유로 점심을 때운다고 한다. 장단반도는 식당도 없고, 농막도 못 짓는 곳이기 때문이다.

군 보명 1사단이 전진대교 강제통제를 하자 파주농민회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지난 5월1일 전진대교 앞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항의 기자회견을 했다.

육군 보병 1사단의 전진교 통행 전면중지

이렇게 배고프고 바쁜 계절에 육군 보병1사단은 아무런 사전협의도 없이 농지로 가는 검문소 중 한 곳인 전진교를 지난 4월22일부터 전면통제했다. 분노한 농민들이 폭우가 쏟아지는 노동절 아침에 전진교앞에서 항의 기자회견 했다.

드디어 오늘 5월26일부터 육군1사단이 교차통행 방식으로 전진교 통행을 허용했다. 25일까지 통행금지를 해제한다는 답변이 없으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연천, 철원 등 접경지역 농민회들과 함께 국방부 앞으로 가서 시위를 하겠다고 육군 1사단을 압박하여 얻은 성과이다.

파주농민회와 전국농민회는 5월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육군 보병1사단(1사단)이 지난 4월22일부터 출입을 전면 통제해 파주농민회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거센 항의를 받은 전진교 차량통행을 오늘 5월26일부터 허용했다. 육군 보병1사단은 지난 22일 공문(군수참모처-389) 파주시로 5톤 미만 차량 시속 30㎞ 이하 속도로 한쪽 차선만 여는 방식으로 통행을 허용한다”고 알렸다.

이보다 앞서 “애초 정례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파주시 민, 관, 군 정례협의회’를 지난 2025년 5월 15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파주농민회는 최소한 ‘중량과 속도를 제한하고 교차통행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국방부 건설사업단과 협의한 결과를 1사단이 22일 오후 공문으로 보낸 것이다.

파주농민회 김상기 사무국장에 따르면 “전진교와 통일대교는 국방부 재산으로 1사단이 농민들을 배려해 출입을 허용한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1사단이 협의회 자리에서 사과했다고 한다. 대리사과를 한 셈이다.

김 국장은 파주시 건설과 민군협력팀에 따르면 이 방안은 군이 검토했던 것인데 전면통제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차량 무게와 속도를 제한하는 방식을 취했으면 한 달여 동안 하루 수 차례 왔다 갔다해야 하는 모내기차량이 통일대교까지 돌아가야 하는 손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 모내기를 마친 마정벌판 모습

군이 민간인 농민을 대하는 태도

이번 사건은 군이 민간인인 농민을 대하는 고압적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국방부가 안전진단이나 기타 불가피하게 불편을 끼칠 때 사전협의와 손실에 대한 배보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을 드러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전진대교 강제 통행금지로 인해 민북출입 농민들이 입은 경제적, 정신적 손실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전진교 통행금지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며 “규정이 없어 경제적, 정신적 손실에 대해 보상할 수 할수 없다”며 양해를 바란다고 지난 5월22일 답변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70년 이상 특별한 희생에 더해 경제적 손실을 보는 것까지 당연하게 여기는 국방부의 인식은 제도에서도 드러났다.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지원은 논 메꿔서 공장 지어주는 경제특구가 아니라 마음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도록 70년 동안 하나도 바뀌지 않은 제도를 바꾸는 것부터 해야 한다.

피곤한 몸으로 하루 농사를 끝내고 국밥을 먹던 농부가 마침 대선후보 토론회를 보다가 농민 얘기는 전혀 거론되지 않는 걸 보고 한탄했다.

 

“저것들한테 너무 배고파 꽃도 밥으로 보였던 농부들 형편 좀 알라고 조팝나무 한다발씩 얼굴에 팍 던지고 싶네.”

 

통일대교 진입로에서 보는 마정벌판은 지금 절반정도 모내기를 했다. 써레질하는 트랙터 뒤를 백로종류들이 쫓아다닌다. 모내기를 마친 벌판은 하늘을 품고 있다. 그 풍광은 가을 황금벌판하고 누가 더 멋진지 겨눠볼 만하다. 그런데 벌판이 아름다운 것은 구경꾼의 몫이다. 농사꾼에게는 피땀이다.

 

글 사진 노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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