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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 (130) 타워크레인 조종사 강태영 (민주노총 서울경기타워 크레인지부 고양파주지회장)

입력 : 2023-04-07 04:43:21
수정 : 0000-00-00 00:00:00

아름다운 얼굴 (130)

타워크레인 조종사 강태영 (민주노총 서울경기타워 크레인지부 고양파주지회장)

 

타워크레인조종사, 우리도 열심히 일하는 가장입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강태영 (민주노총 서울경기타워 크레인지부 고양파주지회장)

 

 

출근길 지하철 역 인근에 걸려있는 현수막들이 아침을 찌푸리게 한다.

[연진아, 네 아빠도 검사니?], [죄지었으면 벌 받아야지], [법앞의 평등 민주당은 예외?], [검찰은 50억 클럽 똑바로 수사하라]. 거대양당이 서로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출근길 바쁜 시민들의 발걸음에 피로를 더한다. 왜 정당들은 서로 싸우기만 할까? 국민 모두를 편안하게 하는 정치는 없는 걸까? 국민들에게 우리나라가 갈 길을 알리며 희망을 나누는 정치는 없는 걸까?

이런 현수막중 시민의 눈을 자극하는 현수막이 있다.

[금품요구, 채용강요, 공사방해/ 건폭노조 OUT]. 건폭노조라니? 노조가 폭력배란 말인가? 노조가 금품을 요구하고, 채용을 강요하고, 공사를 방해한다고?

언제부터인지 건폭노조라는 단어가 거리를 덮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이 건폭이라고? 폭력배랑 같다고?

그래서 우리 신문은 타워크레인 건설노동자를 찾았다.

 

건설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조종사

정부는 채용 강요, 업무방해, 특수협박죄로 건설노조 간부들을 조사하고 있다. 민주노총 수도권북부지역 김창년 본부장도 지금까지 여러 차례 경찰에 불려 다녔고 3차례나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불법하도급을 저지르는 원청사는 규제하지 않고 불법하도급때문에 구조적으로 생긴 게 월례비를 없애야 한다고 열을 올리는 국토부. 이런 불합리한 제도에 반발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민주노총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경기타워크레인 지부 강태영 고양파주지회장과 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황옥룡 부지부장을 만났다.

 

▲49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는 구름이 아래로 보이기도 한다 

 

맨몸으로 기어 올라가, 전자파 공해 속 용변 처리도 제대로 못 한다

강 지회장은 기사들의 근무환경에 대해서도 믿기 어려운 실상을 전해주었다.

일단 타워크레인에 올라가려면 리프트(공사용 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 기둥 부분 중간쯤 올라가 거기서부터 맨몸으로 기어 올라가야 하고 좁은 공간에서 하루 10시간 많게는 하루 16시간을 근무할 때도 있다.

통상적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7시부터 오후 5, 토요일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 52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이 많을 경우(대체로 야근을 한다) 5시부터 야간작업을 해서 1팀을 끝내고, 다시 7시부터 9시까지 일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하루 14시간 근무한 셈이다. 이렇게 장시간 일하게 되면 3일 일하고, 1일 쉬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일에 쫓겨 일하므로 크레인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식사도 김밥이니 짜장면을 크레인으로 올려서 타워안에서 해결한다. 소변은 페트병에 대변은 비닐에 담아 처리하기도 한다. 전기로 움직이는 타워크레인의 조정석 바로 뒤에는 440볼트의 강력한 전기패널이 윙윙거리며 전자파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한다. 그동안은 에어컨이나 온풍기도 없이 견뎌왔던 것이 2000년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가 결성되며 그나마 개선됐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소화불량, 신경통, 정자수 감소, 급성알러지 등의 병을 앓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회활동을 할 여유도, 시간도 없어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강지회장은 말한다.

 

▲ 불법 하도급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이 폼작업을 한 것을 타워크레인으로 세워 올리고있다.

 

월례비란 사업기간 단축을 위한 불법하도급의 결과

원희룡 장관이 이끄는 국토교통부가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받는 월례비가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월례비 관행을 건설폭력이라고 규정하고 타워크레인 조종사(이하 조종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월례비란 무엇인가부터 살펴보자. 월례비란 사업 기간 단축을 위해 위험한 일과 기상악화 시 노동자들이 하기엔 힘든 일을 조종사가 수행하면서 받는 사례비를 말한다. 사업 기간을 단축하려는 목적은 결국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불법하도급이 수십 년간 굳어버린 한국에선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업체들에는 이윤 폭이 작아진다.

예를 들어 LH공사에서 원청 건설업체인 A 건설에 100억에 골조 공사를 맡기면 A 건설은 B, C, D 같은 단종 전문건설업체에게 80억에 공사를 하청한다. A 건설에서 하는 거라고는 정형화된 설계와 관리 정도다. 하청을 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20억을 챙기는 셈이다.

원청에서 타워크레인 장비 대여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장비 대여업체가 조종사를 고용한다. 장비 대여업체는 조종사들에게 가능한 한 월급을 적게 준다. 원청에서 도급받은 골조건설전문업체가 월례비를 따로 주기 때문이다.

전문건설업체들은 일정한 수익을 빼고 형틀, 타설, 철근 등의 작업을 외부에 일감을 맡긴다. 불법 하도급이다. 하도급을 맡은 팀들은 인건비를 아끼려 공기 단축을 위한 속도전을 벌인다. 또 국내 노동자들보다는 임금이 싼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쓴다. 심지어 팀장이 외국인인 경우도 최근 부쩍 늘었다. 그래서 공사 현장에 가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70%가 넘는다.

 

▲ 강태영 타워크레인 고양파주지회장과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황옥룡 부지부장

 

기술자 직고용 않는 불법하도급 작업의 결과로 크레인작업이 늘어

팀장은 적은 공사비에서 어떻게든 이윤을 남겨야 하므로 공기를 단축하려고 무리수를 둔다. 어떻게든 공기를 단축해 이윤을 챙기려는 팀들의 사정은 다 똑같다. 그래서 현장에 가보면 아래쪽에서 팀마다 자기 일을 도와달라고 조종사들에게 요청이 빗발친다. 그런데 이들이 요청하는 일들은 사실 불법성과 위험성이 따른다.

예를 들면 철근을 수직으로 박고 주변을 감싸는 폼(form)작업을 할 때 원래는 형틀, 목수 같은 기술자들이 하나하나씩 철근을 가로로 묶어 쌓아 올리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기술자를 고용하지 않고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불법하도급을 하게 하면서 쉽게 작업을 하기 위해 바닥에서 폼을 완성한다. 이후 조종사에게 연락해서 바닥에서 조립한 틀을 통째로 들어 올려 세운다. 이렇게 인건비를 아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건설 현장작업의 60%이상을 타워크레인이 맡게 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아래서 무전기로 일을 요청하는 인부나 팀장들이 외국인인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는 것. 한국말이 서툴러 오른쪽 왼쪽, 위 아래 등 중요한 말을 헷갈리게 되면 그게 바로 건설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공사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고 그 중에는 작업을 지시할 외국인 팀장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죽지않고 일하려면 건설노조가 필요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건설노조의 절박함을 알려준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야간작업을 하게 되는 타워크레인

그러나 이 작업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만들어 놓은 Form 덩어리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인명사고의 위험도 발생한다. 이런 위험을 무릎쓰면서도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야간작업까지 조종사들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작업을 하면 몇 개월의 공기를 단축하게 되니 하도급업체로서도 이득이다. 이렇게 조종사들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거기에 위험성까지 도맡은 조종사에게 주는 보상이 월례비인 것이다. 한마디로 불법 하도급으로 생긴 불가피한 필요악이다. 모순되지만 불법 도급이 횡행하고 있는 대한민국 공사 현장에서 월례비를 근절한다면 공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정부도 최근 이걸 알게 됐는지 월례비 근절에 대해 별말이 없다.

 

▲건설사의 부조리를 없애자는 요구를 하는 건설노조

 

건설노조, “불법하도급 없애서 월례비 없애자

건설노조에서는 불법하도급을 없애서 월례비가 사라지도록 공론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서는 불법도급이 사라진다면 조종사들이 힘들게 일할 거리가 생기지도 않으며 속도전 때문에 종종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종사들은 지난 321일 국회에서 타워크레인 월례비 해법 마련을 위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이은주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들, 그리고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건설업계의 이야기만 듣고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양대 노총의 주장은 간단하다. 일단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외국인 팀장들과 조종사 간의 소통어려워, 큰 사고 터질 수도

그런데 정부나 국토교통부는 진정한 대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정부는 현재 52시간 초과근무를 불법으로 규정해 놓고, 기사들이 이를 지키는 걸 태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건설사는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는 기사는 고용하지 않겠다고 베짱을 부리고 있다.

강 지회장은 정부가 말하는 월례비 없는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하청 건설사와 타워크레인 임대사, 노동조합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모임을 만들기는커녕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이란 핑계로 지금까지 양대 노총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강압적 수사를 벌이고 있고, 건설업계측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외국인노동자 불법 고용에 대해서는 처벌을 완화해 주기까지 하고 있다.”라고 폭로했다.

 

▲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의 2023년 결의대회

 

우린 열심히 일하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의 건설 현장에는 불법하도급으로 필요악처럼 생긴 월례비를 금품 요구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맞서 양대 노총이 끊임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언론사들의 비호 속에 이들의 투쟁은 희석되고 심지어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강 지회장과 황옥룡 부 지부장을 위시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은 그동안 건설 현장에서 불합리한 요구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다. 어느 곳에서든 정당한 목소리는 터져 나와야 한다. 강 지회장은 우린 열심히 일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현 도급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차라리 월례비 문제를 양지로 끌어내 더 이상 갈등이 없도록 해달라라고 국토교통부에 주문했다.

올해 건설노조는 죽지않고 일하려면 건설노조가 필요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가두시위를 했다. 조종사들은 안전한 일자리를 원한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위험하지 않는 건설 현장을 원한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건설노조에 가입하고, 건설노조에 자긍심을 보인다. 타워크레인을 배경으로 생각에 잠겨 먼 곳을 응시하는 강 지회장의 얼굴이 빛났다.

용기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특별취재팀

#158호 

▲ 작업전 조회를 하는 건설노동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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