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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설치미술가 김진우 "난 아티스트며 엔지니어다"

입력 : 2021-10-13 11:24:31
수정 : 2021-12-21 05:43:16

예술은 나눔이다

 

설치미술가 김진우

난 아티스트며 엔지니어다

자연과 인간과 기계는 하나.

 

 

 

 

▲ 플라잉맨19-Blue 130x70x60 cm 가변설치_스테인레스스틸, 알루미늄, LED, 서보모터 2019

 

그의 공간으로 들어서니 영락없는 기계공장 같았다. 알록달록한 로봇들이 형형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러시안룰렛이란 제목의 커다란 쇠 권총과 불빛이 들어오는 메머드 조형물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공장 밖 마당에서는 범상치 않은 지프들이 엔진소리를 속으로 애써 감추고 있는 이곳이 김진우 작가(52)의 놀이터다. 작업실이라기 보단 놀이터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그가 이곳에서 하는 모든 일이 즐거운 놀이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1_A Paradigm Shift 1100x370x370 cm, Steel, Motor, Sensor 2015

 

어릴 때부터 호기심천국이었던 그가 살아온 체험이 바로 작품이 되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천국이었다. 관찰하고 상상하고 그걸 그리고, 배우고 만들고 고치고, 또 다른 꿈을 꾸는 식으로 그는 살아왔다. 어릴 적엔 누구든 기발한 꿈들을 꾸고 또 배우고 싶은 것도 많지만 대부분은 그걸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그런데 김진우는 다르다. 한마디로 그걸 끝까지 해내는 에너지가 쉽게 생산되는 듯 보인다.

20~30대에 4대 문명의 발상지를 찾아 50여 개국을 다녔고, 거북선에 꽂혀 한동안 그만의 거북선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또 그만의 자동차, 세상에 단 1대만 존재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코란도를 프레임의 일부만 남기고 대부분의 부품은 직접 설계해서 제작을 하고, 또 일부는 다른 브랜드의 부품들을 조합해서 2년 반 동안 작업하여 선데이(Sunday)로 명명한 일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과정에서 동력학, 기계설계, 역학 등을 공부를 했던 것이 지금까지 작품 활동의 기초가 되었다. 세상은 누군가 열심히 잘하면 그걸 알아보는 법이다. 그의 기가 막힌 자동차 튜닝은 삼성자동차의 눈길을 끌었고 4년 동안 삼성교통박물관의 프로젝트아트디렉터로 발탁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 '숲'_700x700x450 cm _스테인레스 스틸  2016 

 

세상에 나가 잘 놀려면 끈기를 배워라

그는 포항서 자랐고 경희대 미대와 대학원을 나왔다.

고등학교의 교장을 지낸 김순찬 씨의 3남 중 장남이다. 아버님은 그의 기질과 꿈을 이해해주었고 자유롭게 이 세상에 나가 놀 수 있기 위해선 끈기가 있어야 함을 몸소 실천해 보이셨다.

아버님은 서예를 좋아하시는데 지금까지 벼루에 먹물이 마른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그는 한마디로 부모님의 끈기를 잘 배운 아티스트인 듯 보인다.

 

 

▲ 진화의 비밀;#J-2_800x800x1400(h) cm_스틸,모터,미센먼지센서,LED  2017 

 

모르면 파고들어 기어코 알아내고 배운다. 그리고 적용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뭔가를 상상해 그리는 걸 좋아했고 어른이 되어선 그걸 만들어 보았고 모르면 공부를 지독하게 해서 알아냈다. 그렇다고 끈기와 집념만으론 결코 지금의 작품들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특이한 상상력이 실상 가장 큰 몫이다. 그는 자연과 인간과 기계가 모두 동일한 원소에 의해 연결된 존재라고 본다. 그래서 2010년 코엑스에서 전시된 그의 작품 신인류의 초상에는 자동차 엔진 속에 금붕어, 꽃 배추 등이 들어있다. 기발한 통합발상 아닌가?

 

 ▲ 천마도

 

기계에도 생명이 있다.

기계에도 생명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라고 말한 김진우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기계 작업실을 따로 차리고 그곳에서 기계 스승들의 자문과 코치를 받으며 협업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 “난 아티스트며 엔지니어다라고 그가 말할 정도로 그는 기계와 철 속에 아트를 절묘하게 접목시키는 일에 성공해온 작가다. 그의 작품들은 다양하고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2010년의 신인류의 초상, 2015년 바람에 날리는 나무의 형상을 직선과 곡선의 굵은 쇠로 자유롭게 표현한 A Paradigm Shift. 2017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진화의 비밀 시리즈다. 모두 기발하고 멋있다. 특히 2017년 장두건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포항시립미술관서 열린 그의 진화의 비밀 #J-1’은 인류의 기원을 외계에서 날아온 우주선 같은 지구에 꽂혀 거기서 생명이 시작됐고(야외 설치), 그것이 작동되는 원리를 몸체의 혈관과 조직들이 움직이게 해(전시장 안) 생명 기원을 유기적 방식으로 표현했다.

 

 

▲ 김진우 작가

 

꼼꼼한 기록자, 철저한 보관자, 끈질긴 추구자

그는 꼼꼼한 기록자, 철저한 보관자, 끈질긴 추구자다. 매 작업의 순간들을 수 백장의 사진으로 기록하고, 어릴 적의 그림과 장난감도 그의 놀이터 2층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작업메모장엔 드로잉과 설명들이 빼곡하고, 컴퓨터에도 매 작업의 단계와 수정할 부분. 수정 후 단계들을 색깔을 달리해 정리해 놓고 있다. 나는 그의 놀이터에서 그와 오징어덮밥을 같이 맛있게 먹었다. 먹는 중간에도 그는 자기 작품에 관해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정말 지독히 가열찬 아티스트다. 그게 멋있다.

전화 010 7407 0843 E mail : jinu33@naver.com

#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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