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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책꽂이>   곁에 있다는 것

입력 : 2021-09-17 09:32:05
수정 : 0000-00-00 00:00:00

<신간책꽂이>

  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창비

 

 

요즘 어딜 가나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이야기다. 두 명이상 이웃이 모이는 자리에서 대화 주제는 어김없이 아파트 시세다. 최근 1년 사이 급등한 아파트값은 자가 거주자와 세입자의 얼굴을 바꾸어 놓았다. 불로소득에 웃는 사람과 상대적 박탈감에 우는 사람 사이, 벽이 하나 생긴 것만 같다. 이번 생에 부동산 투자는 글렀으니, 나도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져볼까 생각도 해봤다. 관련 책도 조금 읽어 보았지만, 마음만 버석버석해지는 것 같았다.

 

2000년에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쓴 김중미 작가가 2021년에 <곁에 있다는 것>을 출간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 1990년대의 가난을 이야기했듯이, <곁에 있다는 것>에서는 이 시대의 가난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은강에 사는 세 명의 고3 여학생의 목소리로 그들이 사는 마을에 대해 들려준다. 일반고를 다니며 소설가를 꿈꾸는 지우와 특성화고를 다니며 간호조무사를 꿈꾸는 강이, 성적이 좋아서 학교에서 특혜를 받으며 교대 지원을 목표로 하는 여울이. 지우·강이·여울이는 어릴 적부터 친구다. 이들이 처한 주거 형태와 가족 형태가 모두 다르지만, 이들 사이 벽이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세상은 은강을 빈민체험 테마마을로 만들려 한다. 소설 속 은강구청장의 은강 빈민체험관추진 소동은 2015년 인천시 만석동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세상은 가난조차 상품화하고 끊임없이 사람들 사이를 구획하려 한다. 지우·강이·여울이는 이 소동에 맞선다. 자신들이 나고 자란 마을을 지켜낸다.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두 번이나 울었다. 한 번은 지우·강이·여울이의 우정이 너무나 부러워서 울었고, 또 한 번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의 눈물이지 않을까. 김중미의 <곁에 있다는 것>을 읽어서 다행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 속에 생겨났던 벽이 조금 허물어진 느낌이 든다. 나를 지키기 위해 그 벽을 더욱 두텁게 만들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일은 그 벽을 없애는 것이리라. 버석버석했던 마음이 조금은 촉촉해지는 것 같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

 

#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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