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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마타와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 전승일 - 움직이는 것이 우주원리고 생명의 본질이다

입력 : 2021-07-27 07:05:58
수정 : 2021-07-27 09:04:05

<나눔은 예술이다>

오토마타와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 전승일

 " 움직이는 것이 우주원리고 생명의 본질이다."

 

 

▲ 고구려벽화 오토마타 연작_달신해신_2017

 

스스로 동작하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뜻하는 오토마타(Automata)를 만드는 특이한 작가를 만났다. 파주 월롱 작업실에서 만난 전승일 작가는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쓰고 있어 차분한 얼굴이 확연히 드러난다. 인터뷰가 시작되고 다소 느린 목소리로 조용히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는 그에게서 전방위 작가의 확장성이 느껴졌다.

 

 

▲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프리즘_2020

 

기계적 운동에 예술적 상상력을 불어 넣는다

그가 하는 작업은 크게 2가지. 독립 애니메이션 영상제작과 오토마타다. “오토마타는 운동하는 기계장치와 생명의 원형을 가진 인형 및 조형물이 사람의 손과 도구를 통해 결합하여 창조되는 융합예술이다. 오토마타가 예술성을 가지려면 기계장치 운동의 원리와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되고, 인간의 감성과 미적 이상에 따라 미묘한 화학적 결합과 증폭이 필요하다. 오토마타의 운동성을 통해 드넓은 우주 운동을 향한 예술적 확장성을 추구하고 있다그가 라고 정리했다. 그는 오토마타의 개념조차 희미했던 2012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오토마타 공작실이란 책까지 발간했다.

 

▲ 뮤직비디오 ‘cold blood’ (2004)

 

중학 시절부터 만드는 것에 몰입, 움직이게 하는 것 어렵지 않았다.

그가 오토마타를 작동시키는 원리를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학생과학지에 수록된 도판을 보며 라디오를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청계천 전자부품가게에 가서 트랜지스터 부품들을 구하고 저항()을 연결하고 하면서 기계 작동원리를 익혔다고 말하는 그는 학생 시절엔 무엇이든 만드는 것에 빠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만드는 오토마타는 기계적 작동 속에 우리의 역사와 문물, 전설 같은 정신문화가 녹아있다. 단지 움직여서 재미있는 게 아니라 그 움직임을 통해 그 문화가 생동성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그가 처음 오토마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4년 뮤직비디오 ‘cold blood’ 영상물을 제작하면서 부터다. 인디밴드인 MOT이 부른 이 노래에 그는 기계 동작들과 금속인형들을 등장시켜 일부 스틸 영상편집을 하다 인형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걸 만들어 보자고 한 게 오토마타의 시작이다. 이후 그가 제작한 오토마타는 많지만, 대표적인 2개의 작품을 설명해 본다.

 

 

▲죽안거마 오토마타_No2_2015

 

죽안거마와 고구려 고분벽화를 오토마타에 담아

첫 번째가 구한말 일제에 의해 주권을 빼앗기고 돌아간 비운의 대한제국 황제인 고종과 순종의 장례행렬에 등장했던 죽안거마(竹鞍車馬)를 모티브로 삼고 작품을 만든 죽안거마 부활전이다. 죽안거마는 장지에 도착한 후 불에 태워져 하늘로 올라가지만, 전승일 작가는 2015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살아 움직이는 죽안거마로 살려냈다. 당시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던,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에 대한 예술적 상상력의 부활이다.

이후 전 작가는 2017년 카페 창비에서 열린 하늘세계의 친구들이란 전시를 통해 고구려인들의 심오한 우주관과 철학관을 오토마타와 키네틱 아트방식으로 표현, 주목을 받았다. 즉 고구려 벽화가 입체적인 공간 속에서 생명력을 갖고 운동하고 대화하며 반응하는 유니크한 통합 시각예술로 재창조된 것이다.

 

▲ 크라우드 펀딩중인 '금정굴이야기' (2021년) 

 

대학 시절의 민주화 운동 체험으로 부조리한 사회이슈에 관심

전승일 작가는 서울미대 서양화과를 나왔다.

그가 대학생이던 86, 87년 당시는 독재 정치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으로 여러 명의 학우가 목숨을 잃은 격동의 시기였다. 학교 동문인 박종철, 김세진, 이재호 등 민주열사들의 죽음을 목도하며,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하고, 민주화운동에 자연스럽게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미대생으로 장례식에 쓸 영정과 만장을 그리고, 사진과 영상을 기록했다.

생각이 남다른 그는 졸업전에 그림 대신 비디오 작품을 제출했는데, 교수는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이미지들을 출력해 모아 벽에 붙여졸업 전시회 문턱을 겨우 넘었다.

 

 

▲ 애니메이션 '오월상생'_2007

 

5.18민주항쟁, 코로나, 금정굴 등 주제로 독립 애니메이션 제작

 

그래서 그의 영상은 모두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다. 5.18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오월 상생, 코로나 사태를 이슈로 한 포스터 코로나를 위한 프리즘’(2020), 그리고 현재 준비 중인 금정굴 이야기(2021)를 들 수 있다. 금정굴 이야기는 한국전쟁 중 경기도 고양 금정굴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을 다룬 독립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망각된 기억의 예술적 회복과 치유, 유족들의 붕괴된 삶을 보여준다.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진실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하는 시각적 은유, 역사적 비가(悲歌), 성찰과 회오(悔悟)로서의 진혼곡을 영상과 음악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현재 크라우드 펀딩중인데, 170% 넘게 모금액이 모였다.

전승일 작가는 내년 2월에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치열하게 작업 중이다.

그는 늘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예술적 영혼을 유감없이 펼쳐,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김석종 작가

 

전승일 www. iloveautomata.com

 

E mail aniexe@daum.net 010 5267 7954.

 

#129호  
 

 

 

▲ 전승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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