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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호의 교육칼럼 풀씨 (21) 시민교육의 거점, 센터와 파워 네트워킹

입력 : 2020-07-24 02: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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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호의 교육칼럼 풀씨 (21)

시민교육의 거점, 센터와 파워 네트워킹

 

작가 전종호

[가벼운 풀씨가 되어도 좋겠습니다] 저자

▲ 메사추세츠 민주시민교육센터 

 

 

▲ 미국 민주시민교육센터 로고

 

민주시민교육은 국가(지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현상을 이해하고, 정치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비판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정치행위를 할 수 있는 태도와 지식 등을 학습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은 학교의 범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을 선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공화국의 시민 양성 교육을 방기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제도와 형식으로서의 민주주의에 대하여가르쳤지만, 삶의 양식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살아내도록 배우지 못했다.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최근에 와서야 시민교육 논의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의 국제적인 실태를 살펴보면 민간주도형의 나라가 있고 국가지원형의 나라가 있다. 미국이 전자의 대표적인 국가라면 독일은 후자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이해 향상을 목표로 정규 교육과정에 시민학(civics)’을 편성하여 어린 시절부터 시민활동에 참여시키고 장래에도 시민생활에 참여하도록 소양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특징은 이 교과의 교재와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시민교육센터(CCE, Center for Civic Education)라는 민간단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CCE시민적 마인드에 기초한 도덕적 책임성 있는 개인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시민과 교사는 존중성에 입각한 논증(respectful argumentation), 토론(debate), 정보 문해력(information literacy)과 같은 특정 기능과 태도를 습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방치아동방지법(NCLBA, No Child Left Behind Act)에 따라 우리, 국민들, 시민과 헌법(We, the People, The Citizen and Constitution)’프로젝트 시티즌(Project Citizen)’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We, the People)’ 교육과정은 미국 입헌민주주의 공화국의 역사와 원칙을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의회의 청문회 방식으로 꾸며진 교과서와 e-북을 제공한다. ‘프로젝트 시티즌(Project Citizen)’은 학생 및 고졸 성인들에게 청소년 단체나 시민단체 회원으로서 시군구 단위의 지방 정부와 주 정부의 정책수립에 참여하는 것을 촉진하는 학제간 프로그램이다. 근본 취지는 시민의 생활 지역에서 민주정치적인 방식이 생활의 편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민주정치의 원초적 체험을 학습시키는데 있다.

 

함부르크의 독일 시민대학 폴크스호흐슐레에서는 매월 다양한 특별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독일은 강한 민주시민이 강한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신념하에 강력하고도 통합적인 국가지원에 바탕을 둔 시민주도의 현장 민주시민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 사회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독일 정치교육은 크게 공공영역, 민간영역, 정치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공공영역에서는 중앙정부의 연방정치교육원과 주 정부의 주 정치교육원을 중심으로 모든 학교와 시민대학에서 정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는 5학년부터 10학년까지 정치교과목을 통해, 고학년은 모든 교과과정에 정치교육적인 요소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도시는 시민대학(Volkshochschule)을 설치하여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정치교육을 하고 있다. 민간영역에서는 교회, 노동조합,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회원이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정치교육을 실시한다. 독일 정치교육의 특징은 모든 정당마다 각 정당들의 정치이념과 정책을 홍보하기 위하여 정치재단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 재단들은 연방정치교육원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해당 정당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나 엄밀히 말하면 정당에 소속된 재단은 아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데나워 재단은 기독교민주연합(CDU), 에버트 재단은 사회민주당(SPD)과 관련되어 있다. 독일의 정치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소극적 프레임을 넘어 국민이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1. 현실정치와 관련된 광범한 정보를 제공하고 2. 정치이해능력을 개발하며 3. 정치활동을 위한 역량을 강화하고 4. 정치행위와 정치 참여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정치교육의 원칙은 1. 제압, 강제 주입금지 2. 논쟁성 재현의 원칙 3. 학습자 지향 원칙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안에 요약되어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독일 교회의 정치교육이다. 독일 교회는 개신교와 카톨릭 모두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치교육을 실시하며 교회 산하 전문 정치교육기관이 주관한다. 대표적인 기관은 개신교의 독일복음교회아카데미(AED)와 카톨릭의 카톨릭사회교육센터( AKSB)인데, 교인들을 상대로 하는 정치교육의 주요내용은 난민들의 사회통합, 브렉시트, 청소년문제, 극우주의의 부상, 지속가능성 사회, 기후변화 등이다. 이렇게 체계적인 정치교육을 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최근 극우세력이 부상하고 있고, 난민 문제를 빌미로 외국인 혐오증이 퍼지고 있는 등 정치교육의 위기를 맞고 있다.

 

▲ 파주시민주시민교육센터에서 만든 웹자보

 

최근에 우리나라는 민주시민교육센터를 설립하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하려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경기도는 19개 지자체가 민주시민교육조례를 제정하였고, 전국 226개의 기초지자체 중에서 파주시가 최초로 민주시민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도시가 되었다. 2018파주시 민주시민 교육조례’(이하 조례)를 제정하고, 2019파주시 민주시민교육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동국대, 홍윤기 교수)을 발주하여 파주 시민을 대상으로 민주시민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 방법을 탐구하였고, 20203, 시민단체 파주시민참여연대에 위탁하여 파주시 민주시민교육센터를 운영하게 되었다. 조례에서 밝힌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원칙(3)은 다음과 같다. 민주시민교육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으로 시민이 지녀야 할 권리와 책임의식을 함양하는데 기여하여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은 시민의 건강한 사회생활 영위와 민주적 의식과 역량을 학습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에서는 학문분야나 정치현실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이론 및 관점과 의견들이 공정하고 다양하게 다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은 참가자들에게 특정 의견만을 갖도록 설득하거나 사적인 이해관계나 특정 정파의 의견 관철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모든 시민이 민주시민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보편적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시민들은 민주시민교육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시민교육의 내용과 방법(7)(내용) 1. 헌법 및 국제규약에서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관한 교육 2. 국가 및 지방 자치단체의 민주정치제도에 대한 이해 및 지방분권과 정치참여에 관한 교육 3. 시민의 주거지 및 생활영역에서 제기되는 공적 쟁점과 정책에 대한 이해와 의견 정립을 위한 교육 4. 시민의 권리와 의무, 참여와 책임, 의사소통, 합리적 의사결정, 갈등조정, 문제해결 등 역량과 자질 함양에 관한 교육 5. 자유, 자율, 공정, 준법, 배려·나눔, 다양성 존중 등 공유 가치에 관한 교육 6. 인권, 함양, 성평등, 미디어, 노동, 평화, 통일 등 시대적으로 요청되는 삶의 가치에 관한 교육 7. 그 밖에 민주시민교육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교육 민주시민교육은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토론 참여 등 쌍방향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학습이 수행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파주시 민주시민교육센터민주주의 자율 연대 공정성 현장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사업계획으로 첫째, 주민자치 역량강화, 둘째, 학교 민주시민교육 지원, 셋째, 민주시민교육 네트워크 강화 넷째, 평화학교 운영을 대주제로 잡고 세부적인 실천 계획을 잡고 있다. 파주 지역은 민족 분단의 모순과 적대감으로 오랫동안 수구적인 정치와 보수적인 정치문화가 자리 잡았던 곳이다. 민주시민교육을 한다고 하면 아마도 색깔의 프리즘으로 곁눈질부터 할 것이다. 따라서 해야 할 일은 많고, 예산은 턱 없이 부족하며, 함께 할 사람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발목을 잡는 것들은 산더미 같을 것이다. 신도시 조성으로 인한 원주민과 이주민간의 교육, 경험, 사고와 이해관계의 차이도 존재한다. 센터 운영위원회가 예전 같으면 접점을 찾기 어려운 단체의 대표들로 꾸려진 것을 보면 지역의 현실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당장의 갈등 회피가 아니라, 대립적인 시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운영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제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합의 과정으로 이끌어 센터가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할 일들을 학교, 생활영역, 시민사회, 공공영역 등으로 구분하여 시간별로 단기, 장기과제로 분류하고, 문제의 심각성에 따라 단계별로 사업을 추진하는 지혜와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길지는 않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지역의 자생적인 마을공동체, 교육단체, 환경단체, 여성단체, 시민단체가 노력했던 민주주의 교육경험들을 공유하고, 이어서 승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파주시 민주시민교육센터가 지역 내 민주주의 자원연결망으로서 독일의 시민대학과 같은 지역 민주주의 발전소로 충분하게 기능하기를, 나아가 파주 센터를 중심으로 경기도 관내·외 민주시민교육 네트워크가 활짝 꽃피우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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