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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 컬럼보다 수다

입력 : 2014-12-10 11:15:00
수정 : 0000-00-00 00:00:00



휴대폰 좀 내려놓으세요



현대인과 무위(無爲)의 시간



 



만성두통에 시달린다며 한 직장인이 내원했다. 두통으로 인해 잠도 잘 못 이룬단다. 잠이 오지 않으니 책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야식을 먹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든다. 6시에 출근을 하려고 일어나면 두통이 또 시작된다. 회사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으니 머리라도 좀 가벼워졌으면 한다며 내원했다.



두통치료에는 원인에 따라 선택하는 경락이 다르다. 소화불량으로 생기는 두통에는 위경(胃經)을 선택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에는 머리의 측면을 지나가는 담경(膽經)의 혈자리를 쓴다. 담경에 속하는 혈 중 정수리 옆에 있는 승령(承靈)과 귀 뒤쪽에 있는 뇌공(腦空)의 혈은 두통에 효험이 있는 혈이다. 이 혈에 침을 놓아주었다. 그런데 환자는 고개를 들어 휴대폰 게임을 하려는 것이었다. 



“침 맞는 동안만이라도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어때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무념의 상태에서 복식호흡을 한번 해보세요.” 



그러고 나서 휴대폰을 다른 곳에 두라고 했다. 20분 후 온찜질 팩을 어깨아래에 놓고 배 위에 큰 뜸을 올리면서 반복했다. 



“눈 감고 명상을 해보세요. 온몸의 근육이 이완된다고 생각하면서요.”



잠시 후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그렇게 한 시간을 침대 위에서 자고 갔다. 



침의 효과는 기혈순환에 있다. 침치료로 인해 어깨와 머리 쪽으로 순환이 일어났을 것이고 그러면서 두통이 줄어들고 잠이 유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시간’ 덕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침의 효능도 큰 몫을 했지만 그녀가 무위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에 잠에 쉽게 빠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근육이완과 복식호흡



두통에 시달리는 환자 중 대부분은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성 두통이다. 이는 어깨나 목 근육의 긴장으로 머리까지 통증이 생기는 증상으로, 국민의 70~80%가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뇌혈관 질환이나 뇌종양에서도 두통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팔다리에 마비가 생기거나 감각이 없어지는 등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되므로 단순 두통과는 구별된다.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의 대처법으로 이완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완이라는 말을 뜻 그대로 풀어보면 ‘늦추고 느리게 한다’는 것이다. 어깨와 목 근육을 느슨하게 해보는 것이다. 국선도나 요가에서는 누워서 몸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복식호흡을 하는 것으로 운동을 마무리한다. 



복식호흡은 단전(丹田), 쉽게 말해 아랫배에 힘을 줘서 호흡을 하는 것을 말하며 큰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한숨을 크게 내쉬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숨을 크게 쉬면서 폐에 남은 이산화탄소를 내보낼 수 있고 동시에 큰 호흡 자체로 신선한 공기를 듬뿍 마실 수 있다. 복식 호흡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준 상황을 ‘별 일 아니다. 잘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그 상황을 넘기는 것이다. 또는 그 생각조차 사라지도록 천천히 그리고 느슨하게 호흡에 집중해보는 것이다. 



 



위가 항상 비어 있으면 병이 적고



뇌가 항상 비어 있으면 지혜가 많다



한의사마다 특별히 좋아하는 혈자리가 있다. 그래서 같은 병이라도 한의원마다 혈자리를 달리 쓴다.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성 두통일 때 나는 뇌공 혈자리를 유난히 좋아한다. 효과뿐 아니라 뜻 또한 좋다. 『침구혈명해』에서는 뇌공 혈자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위가 항상 비어 있으면 병이 적고, 뇌가 항상 비어 있으면 지혜가 많다. 우리가 뇌의 힘을 운용할 때는 반드시 먼저 잡념을 없애고 뇌를 맑게 해야 생각이 한결같아질 수 있다.’ 



침을 맞을 때만이라도 뇌도 마음도 몸도 비우는 ‘무위의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권해진 래소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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