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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④ 발굴? 도굴? 약탈? 인디아나 존스 이야기

입력 : 2014-12-10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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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도굴? 약탈? 인디아나 존스 이야기

 

강단에서 나비넥타이를 매고 고고학을 강의하던 잘 생긴 교수가 어느 날 낡은 가방을 둘러매고 가죽 채찍 하나만 달랑 든 채 미개인(?)의 마을로 달려간다. 그는 미개한 문명의 문물을 악당들로부터 지켜내거나 그것들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온갖 모험을 겪는다.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 존스 박사의 활약상이다. 

 

존스 박사의 실존 모델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인물이 랭던 워너(1881-1955)이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교수로 실크로드를 연구했으며 하버드대학 포그 박물관의 동양미술 큐레이터였다. 그의 중요한 업적(?) 가운데 하나가 1924년 중국 돈황 천불동 막고굴 제335, 323, 321, 320호 굴 벽화를 몽땅 - 26 점, 면적으로는 도합 32,006 평방 센티미터 - 뜯어내어 반궤(半詭)보살상 1기와 함께 포그 박물관으로 가져간 일이다. 이 작업을 위해서 포그 박물관이 직접 재정지원을 했다. 이때 가져간 문화재는 지금도 포그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다. 이 무렵은 중국은 외부로부터는 서구 열강의 침략에 시달리고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군벌들 사이의 경쟁 때문에 정치 경제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워 돈황 유적 같은 것에는 눈길조차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워너의 행위가 발굴이었는지, 도굴이었는지, 약탈이었는지를 두고 견해가 분분하다. 

 

워너 자신은 그것을 후손을 위해 가치 있는 예술품을 보존한 영웅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은 ‘워너는 약탈자"라는 것이다. 람보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악당들과 싸웠듯 존스 박스는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결론을 내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지키려는 자유와 문화재가 누구의 것이냐 하는 점이 아닐까? 

혹 중국 돈황을 관광하러 가시거든 힘이 없어 뜯겨나간 역사의 상처를 눈여겨보고 오시기 바란다.

 

 

 

 

 

박종일(지혜의 숲 권독사)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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