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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10-적암초등학교 장영균 교장

입력 : 2015-03-10 12:39:00
수정 : 0000-00-00 00:00:00



 



"최고의 사람은 홀로서기를 돕는 것"



 



지난 해 적성 면을 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A4종이에 칼라로 인쇄된 전단지를 들고 다니며 붙들고 성심성의껏 말을 하니 잡상인 취급도 숱하게 받았다. 



그가 바로 적암초등학교 장영균 교장선생님(58세)이었다.



 



도심 학교보다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 운영 자부



적암초등학교는 적성면 율곡로에 있는 전교생이 54명인 작은 학교이다. 소규모 농촌학교 지원, 지역 공부방 예산 지원 등으로 오히려 도심 학교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3개 코스의 스쿨버스로 등교하면 운동장에서 줄넘기와 배드민턴을 하고, 도서관에서 독서활동 30분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전교생이 특기 적성으로 주 6시간 골프,  브라스 밴드 활동, 연극교실, 원어민 영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저녁식사 이후에는 돌봄 교사 외에 서예, 피아노를 모두 무상으로(작년까지, 올해는 지역공부방 예산 삭감으로 1개반만 운영)교육하고 있다. 



 



파주교육지원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학교



장영균 교장은 2014년 3월 1일자로 적암초등학교에 부임하였다. 파주의 가장 변방, 연천과 마주한 파주교육지원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학교이다. 이곳은 벽지 고과 점수가 있지만 가장 낮은 점수(가,나,다,라 중 가장 낮은 ‘라’급지)이고, 교통도 좋지 않아 선생님들이 오래 있으려 하지 않는다.  



적암 초교도 몇 년전만해도 12~13학급이었다. 그런데 군인가족들을 위한 행복 마을 아파트 관사가 적성에 생기면서 학생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국방부와 교육부가 교육 문제를 두고 조율했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없어서 학생들이 급격히 빠져나가게 된 것이다. 더구나 마지 초등학교와 적암 초등학교가 공동학군(객현1,2리, 장현리 1,2리, 율포리)이 되면서 큰학교를 선호하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전학시켜 적암초교의 학생 수는 더욱 줄었다.



 



학교 시설 개선에 팔 걷고 나서,     3개월만에 7kg가 빠져 



부임후 장교장은 학교 시설을 둘러보고 내부 시설까지 꼼꼼이 점검하며 40여개의 개선 과제를 체크했다. 출퇴근 하는 시간도 아까와서 아예 관사로 이사를 왔다. 대체적인 교무일정은 교감에게 전담시키고, 자신은 망치 들고, 톱 들고 학교를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물 새는 곳, 비가 흐르는 곳, 불편한 통로, 나무 전정 작업도 직접 나섰다. 그렇게 일하다보니 얼굴은 쌔까매지고, 몸은 3개월 만에 7kg나 빠졌다. 



이렇게 열심히 학교에 애정을 쏟으니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뭐 그냥 저냥 있다가 갈 선생으로 생각하다가, 자기 몸 아끼지 않는 모습에 감동하여 학교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애 쓰신다”며 철쭉이니 사과나무를 기증하고, 수리하는 일을 도왔다. 배수로 공사나, 조경 공사 같은 큰 공사는 학부모와 함께 근처의 부대를 찾아가서 대민 지원을 부탁하여 해결하기도 했다. 예산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려고 하면 되었다. 



방치된 것을 고치는 일을 하면서 장영균 교장은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애정을 살려낸 것이었다.  



 



학생을 모으자!!! “세계를 깜짝 놀래킨 벽지 농촌의 자존심” 



작년 1학년 5명이 입학했다. 그런데 학생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사 가고 전학 가면서 10월에 1명만 남게 되었다. 학년이 없어지게 되다니!!! 교장과 학부모가 발 벗고 나섰다. 



학교 선전지를 만들었다. 교육 내용이 알차니, 제대로 알리면 학생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를 알리자! 알려서 살리자! 오로지 이 마음이었다. 2014학년도 학과 시간표도 붙였다. 학교 수상 내역도 소개했다. 



2012년 세계청소년 창의력 올림피아드에서 덕암초교 유니끄팀이 미국대회에서 세계 2위(은상) 수상한 것을 KBS와 YTN에서 ‘벽지학교의 기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교장선생님이 세일즈 맨으로 객현리, 장현리, 적암리, 어유지리 등을 돌면서 학교를 알리는 작업을 하고, 학부모도 동참하여 성과를 이루었다. 1명밖에 안 남았던 1학년 학생이 작년말 3명으로 늘었고, 올 입학 예비생도 10명이 되었다. 교장선생님과 학부모가 일구어낸 노력의 결과였다. 



 



예술꽃 씨앗학교 프로젝트- 높은 점수 받았으나, 교장 정년기간에 걸려 아쉬운 탈락   



장영균 교장은 학교 발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도 열심히 준비했다. 예술꽃 씨앗학교 프로젝트였다. 2억여원의 지원금을 받아 학교를 더욱 발전시키려 애써 노력했으나, 담당자가 3년은 이 프로젝트를 수행해야하는 조건에 걸렸다. 장교장도 앞으로 2년이면 정년 퇴직을 해야 하는 처지여서, 아쉽게도 공모에 당선되지 못했다. 



 



졸업축사 “최고의 사랑이 홀로서기를 돕는 것”



지난 2월 13일에는 적암초교 병설 유치원 졸업식이 있었다. 8명의 졸업생들이 가운을 입고, 나란히 앉아있었다. 



“유치원을 떠나며. 응석만 부리던 우리들을 이만큼 가르쳐주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동생들아. 더욱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지내거라. 엄마 아빠 감사해요. 사랑해요.”



졸업생 대표의 한자 한자 또박또박 읽는 인사말에 조부모와 학부모들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아이에게 오늘의 졸업은 새로운 세계로 가는 또다른 문이 될 것이다. 



“유아 시기의 습관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저는 ‘최고의 사랑이 홀로서기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바른 생활습관을 갖는데 주력 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선생님과 방과후선생님, 자모님들이 힘을 모아 열심히 지도해주셨습니다. 이제는 인사도 잘하고, 질서도 잘 지키는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오늘 졸업한 원아들이 초등학교로 진학합니다. 앞으로 어떤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부모는 가장 훌륭한 교사입니다. 사람되는 길을 가르치는 사람이 부모라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오늘 맞게된 뜻깊은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교장의 졸업식 기념사가 끝났다. 기념사에서 장영균 교장의 교육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정말이지 학생 때는 고리타분하고, 의례적인 말로 들렸던 ‘바른 생활 습관, 인사 잘하기 ’가 사실은 세상 사는 가장 확실하고 훌륭한 지침이라는 것을 왜 이렇게 늦게 깨닫게 되는 것일까? 



 



선생님이 눈물 흘리는 유치원 졸업식 



졸업식 노래가 아이의 지휘에 맞춰 불려졌다. 유치원 선생님이 사회를 보다가 눈시울을 붉히시더니, 말을 잇지 못한다. 1년 동안 아이들에게 쏟았던 애정이 보여, 보는 나도 눈이 뜨거워졌다. 



기념사진을 찍고, 학부모와 인사하고....그 와중에 장교장은 어떤 학부모를 붙들고 오래 얘기를 하였다. 적암초교로 진학하기를 다시 또 설득하고 있었다. 한 시도 쉬지 않는 모습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파주의 가장 구석진 곳에 있으나, 가장 열정적이고 학교를 사랑하는 장영균 교장.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의 실천을 보고 배우고 있으리. 



 



글 | 임현주 편집국장  / 표지사진 | 정형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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