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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진리를 위해 죽다

입력 : 2018-01-24 11:06:00
수정 : 0000-00-00 00:00:00

지난 책 되새기기

진리를 위해 죽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_안광복 저_사계절

교과서에 나오는 책 치고 재미있는 책 찾기 어렵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는 책 제목은 누구나 들어 보셨을 겁니다. 교과서에서 서양문명을 설명할 때 늘 처음에 소개하는 책입니다. 그러니 이 또한 얼마나 재미없는 책이겠습니까?

저자 안광복 선생님은 ‘김 빠진 사이다에 김을 불어넣는 마음’으로 <소크라테스의 변명> 원문과 함께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문화와 정치 상황을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김 빠진 사이다는 이제 한편의 잘 짜인 법정드라마로 변모합니다. 저자의 깊은 내공 덕에 화석은 보석으로 탈바꿈합니다.

기원전 469년, 아테네에서 석수장이 아버지와 산파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크라테스는 필로폰네소스 전쟁에 참전하여 공을 세운 참전용사였습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소크라테스는 일은 하지 않고 동료들과 철학적 토론을 벌였고 그를 따르는 젊은이들이 늘어갔습니다. 소크라테스의 관심사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지만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본질적인 개념들을 캐묻고 밝혀내는 일이었습니다. 정의, 충성, 사랑 같은 개념의 본질을 묻고 또 묻는 소크라테스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온 것들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이었는지 깨닫습니다.

문제는 당대 권력자들이 소크라테스의 인정사정 없는 질문 공세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젊은이를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한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발당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국가 전복’에 해당하여 사형을 당할 수도 있는 대역죄 혐의입니다.

권력자들이 소크라테스에게 원하는 것은 침묵이었습니다. 대게 이정도 겁을 주면 나라 밖으로 도망치거나 아니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지내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사형언도를 코 앞에 둔 재판정에서 참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무죄를 설명합니다.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권력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정직하게 설파하는 소크라테스! 결국 사형을 당합니다.

사형을 당하였으니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실패한 변론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소크라테스를 실패자가 아니라 진정한 자유를 보여준 인류의 스승으로 기록합니다. 진정한 자유는 전통과 권위, 사회적 통념속에 묻혀 버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진리를 캐묻는 이에게 진정한 자유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기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낸 진리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분에게 안광복 선생님의 해설이 빛나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사계절)를 권합니다.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저자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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