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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엄마의 말뚝, 박완서

입력 : 2021-09-17 09:34:00
수정 : 0000-00-00 00:00:00

<지난 책 되새기기> 

엄마의 말뚝, 박완서, 세계사

 

 

엄마 된 여성은 크게 두 번의 전환기를 겪는 것 같다. 아이를 낳으며 한 번, 아이를 세상으로 보내며 또 한 번. 엄마가 되면서 맞은 치열했던 첫 번째 전환기를 지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 나는 엄마 됨을 내려놓아야 하는 두 번째 전환기를 맞았다. 딸이 집을 떠나 기숙학교에 진학한 것이다.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은 작가가 쓴 작가의 엄마 이야기이자, 3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각각의 작품은 서로 다른 내용을 담은 단편이면서, 3편이 이어져 엄마의 삶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3편 연작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작품은 단연 1편이다. <엄마의 말뚝 1>은 식민지시기를 배경으로 엄마가 어린 와 오빠를 데리고 고향인 개성 박적골 대가족의 품을 떠나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전근대적인 미신과 풍습을 지키느라 시어른들은 의사가 아니라 무당을 불렀고 그리하여 제대로 치료 한번 받지 못 한 채로 남편을 잃은 후, 엄마는 자식들에게는 그런 삶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기생 옷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며 서울에서 세 가족의 삶을 이어간다. 엄마의 말뚝은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 괴불마당집이라 부르는 서울에서의 첫 집이자, 아들은 물론이고 딸이 신식교육을 받아 신여성이 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간절한 염원이다. 여기서 신여성공부를 많이 해서 이 세상의 이치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야 하며 마음먹은 건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사람이다. 세월이 한참 흘렀지만, 나를 향한 나의 엄마의 바람과 내 딸을 향한 나의 바람과도 같아서 놀라웠다.

 

<엄마의 말뚝>을 읽고 나서, 박완서의 여성주의 소설 <서 있는 여자>, <살아있는 날의 시작>,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를 연이어 읽었다. 소설 속 선배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엄마를 졸업한 후의 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마음먹은 건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사람이 되어보리라고 다짐한다.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

#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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