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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야기 ⑥ 은행나무

입력 : 2015-06-26 13:18:00
수정 : 0000-00-00 00:00:00

“오백 살 할머니가 매년 열매를 맺는 게 매년 참 신비로웠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처음 만난 날, 집보다 먼저 마음에 든 것이 있었다. 동네 어귀에 서 있던 커다란 은행나무. 이사 온 날 중국집에서 우리 집을 은행나무 세 번째 집이라 부른다는 걸 알았고, 난 그 이름이 좋았다.



 



오백 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누군가 우리 집을 찾아올 때엔 이정표가 되었고, 가을엔 노란 단풍과 함께 특유의 냄새 나는 열매를 우리 가족에게 선물했다. 오백 살 먹은 할머니가 매년 열매를 맺는 게 매년 참 신비로웠다.



 



이 집에 이사 온 후 여섯 해 동안 운정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길도 새로 나고 주변 환경이 많이 변했다. 은행나무가 서 있던 언덕은 원래 산자락의 끝부분이었는데 지난해 주변을 깎아 공원을 만들었다. 은행나무 둘레엔 울타리가 쳐지고 울타리 밖으론 보도블럭이 깔렸다. 그리고 가을에 어김없이 은행 열매가 달렸다. 6년 만에 그렇게 많은 열매가 달린 건 처음이었다. 은행알을 줍던 날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가 ‘올해는 너무 잘아서 난 안 주웠어’ 하셨다. 아닌 게 아니라 6년 만에 그렇게 작은 열매가 달린 것도 처음이었다.



 



은행나무는 쥐라기 시대 이전부터 살았던 나무로 ‘화석 나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천년도 거뜬히 사는 장수하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은행나무가 화석 나무이고, 장수 나무인 것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 동네 은행나무가 올해 열매를 많이 맺은 건 주변 환경이 갑자기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은행나무가 갑자기 많은 열매를 맺는 것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나의 착각일까?



 



 



박은주 (생태교육연구소 산들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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