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현 박사의 통일 문화 산책 ② 5·24 조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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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조치의 교훈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사진은 [daum카페] http://cafe.daum.net/photolove.s23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진 후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보복으로 ‘5·24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 국민의 방북 불허,남북교역 전면 중단,신규투자 금지,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북지원사업 보류 등의 내용을 담은 조치였다. 정부는 5·24 조치의 목표를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은 천안함 사건과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지금까지도 책임을 인정치 않고 있다. 이후 남북관계는 전면적 중단과 상시적 대결 상황으로 치달았으며,남과 북은 사사건건 부딪치고 험악한 언사와 군사적 위협을 서슴지 않아 팽팽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5·24 조치로 남한 측 피해가 더 커
5·24 조치 시행 후 4년, 남북교역의 중단으로 북한보다는 한국 측의 피해가 크다는 데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교역이 중단될 경우 북한은 판로를 옮기고 근로자의 노임수입을 포기하면 되지만, 남한의 기업은 이미 지불한 대금을 날리고 납품 약속을 파기한 대가로 클레임을 감수해야 되며 투자한 설비와 북으로 반출된 원자재를 고스란히 손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남측의 피해액을 15조 8,239억원으로 집계했다.한편 남북 관계가 파탄나자 그 틈을 중국이 파고 들었다. 북한의 교역액 통계를 보면 한국 교역액은2007년 18억 달러에서 2013년 11억 달러로 줄었는데, 중국 교역액은 2007년 19억 달러에서 2013년 65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도 핵개발 계속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6·25 전쟁 직후부터 시작되었다.미국은 공산국가에 대한 제재,적성국에 대한 제재,테러지원국에 대한 제재 등 광범위한 대북제재를 주도했으며, 2006년 핵실험 이후에는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1874호, 2087호, 2094호 등 제대 대상과 품목을 확대한 새로운 제재를 추가했다. 하지만 수많은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고 최근 통계를 보면 무역 규모도 크게 증가해 경제성장률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제재는 해당 국가의 정권을 약화시키기 보다는 강화시켜 주는 경향이 있다.
소비재의 공급부족으로 주민들이 정부의 공적 원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정권의 통제력이 강화되고 정치적 반대파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북한,쿠바,이란 등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또한 경제제재는 해당국가의 집권층이 아닌 취약계층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 91~98년 이라크에서의 경제제재로 5세 이하 어린이 50만 명이 사망했는데 그 이전과 비교할 때 영아사망률은 2배 이상, 5세 이하 어린이 사망은 6배 이상 증가했다.
철 지난 옷이 된 5·24
5·24 조치를 비롯한 대북 경제제재가 실효성이 없음은 집권당 내 반대 목소리에서도 확인된다. 올 하반기 들어 최고위원들과 중진들이 “이제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철지난 옷같이 돼버린 5·24 조치를 해제하고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왜 대북 경제제재 정책을 지속하는 걸까? 대체로 경제제재 조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비판여론이 드셀 때 등장하곤 했다. 5?24 조치가 이토록 오래 지속된 것도 천안함 사건과 뒤이은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이 갈팡질팡했다는 비판 여론과 무관하지 않다.
국력 약한 북한에 대해 정경분리 대응해야
북한은 90년대 경제난을 겪으면서 군사주의와 경제적 실용주의의 동시추구라는 이중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외부지원이 필요할 때는 경제적 실용주의를, 체제유지를 위해 긴장이 필요할 때는 군사주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전념하는 것도 경제력 고갈로 더 이상 한국과 재래식 군비증강 경쟁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경제적이면서 군사적 억지력을 갖출 수 있는 게 바로 대량살상무기 개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군사적 도발과 교류?협력 사안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 월등한 국력우위의 입장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비례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교류?협력 사안은 지속시켜야 된다.국력에서 약세인 북한을 관리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경분리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주의에 대응하여 교류?협력을 희생시키면 민족의 염원인 통일은 그만큼 멀어지는 것이다.
정치학박사·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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