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⑧ 암소식당 ‘월롱 1등급 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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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암소와 암퇘지만 사용하는 암소식당
내 생전 고기를 처음으로 맛보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니 까마득한 초등학교 1학년때였 듯싶다 확연히 생각나는 건 쇠난로 화롯불에 석쇠 놓고 구운 고기를 도마 위에 놓고 썰어 굵은 소금 찍어 드셨던 아버님. 그날 난 운 좋게도 한 점 얻어 먹을 수 있었는데 그 지글지글 고기 익어가는 냄새가 구수했고 또 맛있게 드셨던 아버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버님의 “속이 허하다, 기운이 없다”는 말씀에 어머니께서 기운내시라고 몸 보신용으로 사온 쇠고기 반 근이었을 것이다.
고기 숙성 노하우와 칼질 솜씨로 맛을 내다
지금도 내게 고깃집은 여전히 별식이고 보양식이다.월롱면사무소 건너편 암소식당은 2대째 내려오는 한우전문 고깃집이다. 정육점을 겸하고 있어 바로 잡은 소의 고기, 머리, 꼬리, 갈비, 사골, 우족 등 부위 별 맛을 골고루 즐길 수 있다. 고기에는 살치살, 안창살, 토시살, 치마살, 제비추리 등 입에서 살살 녹는 특별구이용도 있다. 그래도 역시 등심은 “부드러운 부분은 부드럽게, 씹히는 맛은 쫄깃하게, 기름이 싫은 사람은 빡빡하게”한다는 주인 사장님의 고기 숙성 노하우와 칼질 솜씨로 30년째 단골손님을 꽉 잡고 있는 주메뉴이다.
9대째 살고 있는 이 마을 토박이가 사장
임규내 사장은 원래 월롱면에서 9대째 살고 있는 이 마을 토박이이다.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소작도 꽤 많이 하신 나름 여유가 있던 선친께서 그 흔한 정육점이 없어 문산, 금촌으로 고기 끊으러 다니시는 어머니와 이웃 분들이 안타까우셨는지 마을어귀에 크지 않게 쌀집과 정육점을 겸해서 30년 전에 낸 것이 지금의 암소식당이다. 그 옛날 아버님이 질 좋은 고기를 구하시느라고 파주, 적성, 연천, 포천 등 이마을 저마을 다니시며 고른 소를 도축장에 보내던 일을 지금도 2대째 임 사장이 여전히 하고 있다.
‘첫째는 좋은 소를 직접 고른다.’
‘둘째는 고기는 꼭 암소와 암퇘지여야 한다.’
‘셋째는 동네친구요, 이웃동생, 어른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이니 최소한의 이문만 남긴다.’ 이 세가지가 장사의 철칙이다.
부위별 맛있게 먹는 법 알려줘
잘 나가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연로하신 아버님을 돕자고 귀향했을 때는 정육점만 작게 운영했다. 정육점 일을 배워가면서 부위별로 맛있게 먹는 법을 손님에게 친절히 설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당도 함께 하게 되었다. 고기가 좋은 만큼 파주의 좋은 쌀을 쓰는 건 당연하고, 더 신선한 채소는 동네 밭에서 조달한다. 된장, 간장을 직접 담구어 깊은 맛을 낸 구수한 된장찌개와 동치미 등 이집 안주인의 야무진 손맛도 하루가 다르게 단골 손님이 늘어가는 비결이다.
오늘도 가게는 북적거린다. 일주일 내내 힘들게 일 잘했다고 한턱 쏘는 사장님, 계모임 하는 주부님들, 손녀 생일이라고 모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온 가족 모여 등심에 삼겹살에 맛깔스런 밑반찬에 입이 함박꽃처럼 벌어지고, 힘찬 내일을 위해 오늘이 행복한 하루가 되는 파주맛집 ‘월롱 1등급 한우 암소식당’이다.
길잡이 / 파주 쌈지농부 천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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